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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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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감수성, 아동·이주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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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버나움'을 통해 본 인권
사진설명
영화 '가버나움'

영화 '가버나움'은 2018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영화는 '자인'이라는 소년이 돌봄과 책임을 행하지 않는 부모로부터 벗어나 떠돌이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카메라 앵글은 어린아이인 자인의 눈높이에 맞춰져 베이루트 빈민가와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빈곤과 난민 등 인권 문제도 영화에 등장한다. 세계 인권 문제는 고등학교 통합사회 '인권 보장과 헌법' 단원에 수록돼 있다. 지구 공동체 문제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고등학교 통합사회에서 중요한 주제이다.

이번 시간에는 '가버나움'에 등장한 인권 문제 가운데 레바논의 아동과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 실태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나아가 한국 사회의 아동과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 실태까지 돌아본 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해 보도록 하자.



영화에 재현된 아동 인권의 현실

영화 주인공인 자인은 또래에 비해 작은 체구를 지닌 소년이다. 출생 기록도 없으며 부모조차 자인의 정확한 생년월일을 모른다. 자인은 욕설과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와, 자녀들 앞에서 흡연을 하는 어머니 밑에서 9명의 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자인은 자기 몸보다 큰 가스통을 배달하는 등 매일 노동력을 착취당하지만 정성껏 동생들을 돌본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초경을 시작한 여동생 사하르가 집주인이자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아사드에게 시집을 가게 된 사건을 계기로 집을 뛰쳐나온다.


실제 레바논에서는 태어난 첫해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출생신고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부 부모는 규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출생신고를 하지 않기도 한다. 레바논의 의무교육은 초등학교까지이지만, 자인과 같은 미등록 아동은 교육권을 보장받기 어렵다. 결혼에서도 법적으로 결혼 가능한 최소 나이가 없다. 부모의 동의가 있으면 9세부터 결혼이 가능하다. 극소수의 집안에서는 조혼 문화 때문에 부모 동의가 없어도 14세 이상이면 강제적으로 결혼을 한다.

열악한 환경의 가정에서 자란 자인과 같은 미등록 아동들은 주로 비공식 경제활동에 종사한다. 범죄, 절도와 같은 위법적인 활동과 지하경제, 암시장과 같이 정부에서 미처 포착하기 어려운 경제활동이 이에 포함된다. 영화에서 자인은 부모 이름을 대고 약국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받아와 진통제를 빻은 물을 옷에 흡착시켜 교도소 재소자들에게 판매한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인은 영화 내내 거의 웃지 않는다.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도 열악

에티오피아 출신 외국인 근로자인 '라힐'은 작은 테마파크의 청소부로 일하며, 판잣집에서 아들 요나스와 살고 있다. 그녀는 가지고 있던 가짜 체류증이 만료되자 브로커인 아스프로에게 새 체류증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라힐은 어렵게 돈을 마련하지만, 경찰에 체포된다. 아스프로는 체류증 비용을 더 높게 제시하거나, 그녀의 아들을 자신에게 넘기라고 부추긴다. 체류증을 미끼로 아이를 인신매매에 동원하려던 아스프로의 수작이었던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국적을 취득하지 않는 이상 체류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불확실성이 있다.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교 이민연구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레바논 내 25만여 명의 이주 가사노동자 중 3분의 2가 직장에서 한 번 이상의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가진 근로자는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노동조합은 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거나 받아들이지 않는다. 노동권 침해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은 보복이나 추방에 대한 위협, 두려움 때문에 고소 제기를 거부하거나 증언을 철회하기도 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어떠한가

과연 한국 사회는 아동과 이주근로자의 인권이 보장되고 있을까?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18세 미만의 사람을 아동으로 규정한다. 2012년 서울시가 '서울특별시 어린이·청소년 인권조례'를 제정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지자체에서 아동 인권 보장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선감학원 아동인권 침해 사건'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광주 인화학교 사건' 등 크고 작은 아동학대 사건은 이어져 왔다. 전문가는 '한국은 아동을 독립적 존재로 인식하지 않고 부모의 일부 혹은 소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 이들의 인권 수준이 낮은 편'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감시와 사각지대 방지, 아동을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하는 가치관 확립 등이 필수적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은 어떨까? 1990년대 이후 급격히 증가한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22년 225만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상당수는 단순 서비스업과 제조업에 종사하며 우리 사회의 인력난 완화에 기여하고 있다. 2003년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으며, 올해 경기도에서 전국 최초로 '경기도 농어업 외국인 근로자 인권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해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과 안정적인 근로·주거환경을 보장하고자 했다.

그럼에도 '국내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 간의 임금 격차'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 '불법체류자 문제' 등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이들이 일으키는 문제가 공존하고 있다. 기업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국어와 기본적인 법 교육 강화, 외국인에 대한 무분별한 차별 해소하는 프로그램 개설, 외국인 근로자지원센터 지원 확대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

영화 제목인 '가버나움'은 예수의 기적이 행해진 이스라엘의 도시로, 회개하지 않은 사람들로 인해 멸망한다는 예언을 들었고, 6세기에 몰락했다. 영화는 베이루트 빈민촌의 혼돈과 기적을 동시에 보여준다.

어떤 이유로든 사람들이 무시받고 소외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회개하는 '기적'이 필요하다. 고등학교 통합사회를 비롯한 사회 교과 학습을 통해 우리 주변과 세계 주요 이슈에 대한 지식, 소양을 기르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인권 관련 도서 및 다큐멘터리, 학교 현장 등에서 실시되는 인권 교육 등을 통해 인권 감수성을 함양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