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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요일

교양·진학

교양·진학 인문

특수학교 선생님도 이기주의자?

심리적 이기주의 이론
봉사활동·영웅들 행동도
자기만족 때문이라 설명
윤리적 이기주의 시각선
필요할때 도움 받으려
이타적행위 한다고 주장
 
사진설명티이미지뱅크

 

"나만 아니면 돼!" 오래전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은 그들 중 일부만 걸리는 벌칙을 면했을 때 이렇게 외쳤다. 이 외침의 내용은 화면 속 세계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급식의 맛있는 메뉴가 인원수에 비해 적다는 얘기를 들으면, 여러분은 그 메뉴가 다 떨어지기 전에 식당으로 달려가 배식을 받으려고 할 것이다. 동생이 자기 용돈이 나보다 적다고 부모님께 하소연하는 건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 어쨌든 나만 아니면 된다.

나쁜 것을 나만 겪지 않고, 좋은 것을 나만 가진다면 된다는 태도는 흔히 이기주의(egoism)로 불린다. 이기주의는 칭찬으로 쓰이는 일이 좀처럼 없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이타적인 것이 좋고 이기적인 것이 나쁘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기적인 게 뭐가 잘못됐는가. 급식량에 제한이 있다면 모두가 급식실로 먼저 달려가려고 애쓸 것이다. 동생이 용돈을 덜 받는 게 불쌍하긴 해도 동생을 위해 내 용돈을 내어줘야 할 것까진 없다. 이들의 행위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기적이지만, 이것이 비난거리가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면 이기주의가 왜 틀렸는가?

이기주의에 관해 본격적으로 논하기 전에 몇 가지 개념을 알고 구분하는 게 유용하다. 우선 이기주의는 서술적인(descriptive) 주장일 수도 규범적인(normative) 주장일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 이기주의는 사람들이 실제로 가지는 태도에 관한 것이고, 후자의 경우에 이기주의는 사람들이 실제로 이기적 태도를 가지건 말건 그걸 가져야 할 유리한 점이 있다는 주장이다. 서술적인 것과 규범적인 것은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살인은 그르지만 (규범적 진술) 그렇다고 해서 살인이 실제로 안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서술적 진술). 이기주의라는 말을 볼 때 이 두 가지 뜻을 잘 구별해야 한다.

또 이기주의가 내세우는 자기 이익(self-interest)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볼 만하다. 무엇이 나에게 이익이 되는가. 자기 이익이 주관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내가 좋아하거나 바라는 것이 만족되는 게 내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이익과 손해가 누구의 것인지와 상관없이 좋고 나쁘다고 하는 객관주의자는 내가 되도록 많은 이익과 적은 손해를 가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 둘은 꼭 일치할 필요는 없다. 내가 마약 투여를 바라고 실제로 투약했다면 나는 욕구를 충족했기 때문에 주관적으로는 자기 이익을 얻었지만, 마약 투약이 그 자체로 안 좋은 것이면 객관적으로는 자기 이익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이기주의가 정확히 이해되려면 거기 포함된 자기 이익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궁극적인 자기 이익은 복리(well-being), 즉 우리가 흔히 행복으로 부르는 것이다. 이는 감정으로서의 행복 또는 행복감(happiness)과 구분돼야 한다. 행복감은 우리 마음의 상태 중 하나로서 그 자체로는 좋고 나쁨, 또는 옳고 그름이 없다. 반면 복리는 가치평가가 들어가는 개념으로서 개인에게 궁극적으로 좋은 것을 뜻한다. 모든 것이 그 자체로 좋지는 않다. 돈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내가 좋아하는 다른 것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좋다. 이런 좋음을 도구적인 좋음이라고 한다. 반면 복리는 그 자체로 좋은 것, 내재적으로 좋은 것으로서 그것이 수단이 되는 다른 좋음이 없다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전통적으로 철학자들의 생각이었다.

이기주의는 앞에서 설명했듯이 서술적인 주장과 규범적인 주장이 있다. 우선 서술적인 주장은 심리적 이기주의(psychological egoism)로 불린다. 심리적 이기주의의 주장은 각 사람에게 자기 자신의 복리라는 궁극적인 하나의 목표만 있다는 것이다. 이 이기주의에 따르면, 사람들은 모두 실제로 자신의 복리를 위해 행동한다. 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이타적인 행위도 목격하지 않는가. 우리는 노숙자 무료급식소나 장애학급 담당 특수교사를 보지 않는가. 심리적 이기주의자는 이 이타적 행위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것들은 궁극적으로 타인이 아니라 자신의 복리를 위해 행해진다고 주장한다. 무료급식소의 자원봉사자나 특수교사는 결국 자신의 만족감이나 월급을 얻기 위해 이타적 행위를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리적 이기주의는 실제로 타인의 복리를 목표로 하는 행위를 설명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동료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폭발 직전의 수류탄에 몸을 던져 목숨을 희생하는 군인을 생각해보라. 그 군인의 이타적 행위에서 궁극적인 자기 이익적 목표를 찾는 건 어려워 보이는데, 왜냐하면 그 행위로 이익을 보는 자신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심리적 이기주의는 그 군인의 행위가 넓은 의미에서 자기 이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는 자기가 영웅이 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심리적 이기주의는 사람들의 실제 목표에 관한 '경험적' 주장이고 경험적 주장은 방증이 가능해야 한다.

윤리적 이기주의는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내 자기 이익을 최대화하는 경우, 그리고 그 경우에만, 그리고 그 때문에 내가 그 행위를 도덕적으로 해야 한다는 규범적인 주장이다. 그래서 각 사람이 실제로 이기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더라도, 그에게는 그래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이타적 행위의 도덕적 의무는 어떻게 되는가. 우리는 타인을 돕고 살지 말아야 하는가. 윤리적 이기주의자는 이기주의가 이타적 행위의 의무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각 사람은 방어나 우정 같은 좋음을 얻기 위해 타인의 협력이 필요하다. 내가 타인을 전혀 중시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면, 타인은 나와 협력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내 이익을 위해 타인을 중시하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윤리적 이기주의는 도덕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 같다. 도덕은 우리에게 때때로 보상 없는 희생을 요구하기도 하고 이익이 상충하는 경우에 각자가 따라야 하는 행위 순위를 제공하기도 한다. 도덕은 우리가 타인과 협력해야 할 이기적인 이유가 없어도 협력을 요구할 때도 있는 것 같다. 이기주의가 도덕의 이런 측면들을 설명하기 어렵다면, 이기주의는 도덕 이론으로서 결함이 있는 것 같다.

이기적인 목표에 따른 행동은 어떤 경우에 도덕적이지 않지만 합리적일 수는 있다. 우리는 도덕적이기도 해야 하고 자신의 복리를 추구하기도 해야 한다. 잘 산 인생이 되기 위해서는 상황마다 어떤 이유로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를 파악하면서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적절한 중간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