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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4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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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됐다, 보여집니다…남발하는 피동

"고객님의 소중한 상품이 도착됐다는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아침부터 기분 좋은 알림이 왔다. 일주일 전에 사놓고 목 빠지게 기다리던 신발이 드디어 '도착됐다'는 내용이었다. 신발이 제 발로 걸어올 리 없으니 택배기사에 의해 우리 집 문 앞으로 도착을 '당한' 모양이다. 그러나 '도착하다'는 '목적한 곳에 다다르다'라는 의미의 자동사다. 자동사는 목적어가 필요 없는 동사로 '-되다'와 같은 피동형 접미사를 붙이는 것이 부자연스럽다. 따라서 '상품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알려드립니다'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기사, 안내문, 일상 대화 할 것 없이 우리 주변에는 피동 표현을 남발하는 문장이 넘쳐난다. 대표적인 것이 앞서 말한 자동사에 '-되다'를 붙이는 형태다. 최근 우리가 가장 많이 보는 문장인 '하루 사이 추가 확진자가 ○○○명 발생됐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에도 같은 오류가 있다. '발생하다' '확산하다'는 자동사이므로 능동형으로 표현하는 것이 옳다. 이 외에 '유래하다' '해당하다' '발전하다' 등도 피동형보다는 능동형이 어울린다.

피동 표현을 두 번이나 겹쳐 쓰는 사례도 있다. 우리말에서는 피동형을 만들 때 피동 접사 '-이-, -히-, -리-, -기-'를 사용하거나 '-어(아)지다' '-되다' 등을 붙이는데, 이 중 두 가지 방법이 한 번에 쓰여 중복된 경우 이중 피동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전문가 인터뷰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한 것으로 보여집니다'는 '~한 것으로 보입니다'가 돼야 바람직하다. '보여지다'는 피동 접사 '-이-'가 붙어 이미 피동사가 된 '보이다'에 피동 보조동사 '-어지다'가 또 붙어 이중 피동이 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잊혀지다→잊히다' '짜여지다→짜이다' '닫혀지다→닫히다' '쓰여지다→쓰이다' 등도 피동이 중첩된 예다.

[매일경제 교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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