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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4일 금요일
성군으로 불린 영조, 그의 비극적 가족사
몇 년 전 개봉한 영화 '사도'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영화는 조선의 왕 영조와 그의 아들 사도세자의 비극을 다룬 이야기다. 영조는 아들을 '뒤주'에 가두고, 서서히 목숨이 끊어지도록 했다. '뒤주'는 조선시대 곡식을 보관하던 상자다. 이 사건은 부자(父子)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큰 비극의 하나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우리는 혜경궁 홍씨가 남긴 '한중록'에서 이 사건의 전모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혜경궁 홍씨는 사도세자의 부인이고, '한중록'은 그가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며 쓴 회고록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자신의 친정을 변호하기 위해 '한중록'을 썼다는 의견도 있다. 혜경궁 홍씨의 아버지를 비롯한 그의 친정 식구들은 훗날 사도세자를 억울하게 죽게 했다는 비난을 받는다. 그래서 혜경궁 홍씨가 자신의 친정은 세자의 죽음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한중록'을 썼다는 의견이다.
지금부터 '한중록'과 영화 '사도'를 오가며, 이 비극적인 사건의 모습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사건의 중심에는 아버지 영조가 있다. 영조는 조선 후기 탁월한 정치를 펼친 왕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의 개인적 삶은 늘 힘겨웠다. 영조의 어머니는 무수리였다. 무수리는 궁궐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사람으로 천민에 속했다. 영조는 무수리의 아들이라는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떨쳐내고, 조정의 온갖 음모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강한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영조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다. 그는 늘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며 자식에게는 엄했다. 그런데 사도세자는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을 원했던 것 같다. 또한 세자는 공부 잘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기대와 달리 그림과 무예, 예술 등에 조예가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 '사도'에서 영조는 아들을 꾸짖으며 말한다. "일국의 세자인 네가 지금 그 따위 칼 장난이나 하고 개 그림이나 그리고 수호지 같은 잡서나 읽을 때냐?"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어긋나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는 점차 최악으로 치달았다. 영화 '사도'에서 영조는 아들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
"잘하자. 자식이 잘해야 아비가 산다."
영조의 진심이었을 것이다. 영조는 평범한 아버지가 아니었다. 한 나라를 책임지는 왕이었고, 평생을 적들에게 둘러싸여 자신을 지켜야만 했던 외롭고 고독한 사람이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강해져야 했던 영조는 아들에게 엄격할 수밖에 없었다. 신하들에게 '아들에게도 저렇게 엄격하니, 우리도 실수하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한편, 사도세자는 자신을 사랑해 줄 평범한 아버지를 원했던 것 같지만, 그건 욕심이었다. 영화에서 세자는 영조에게 말한다. "언제부터 나를 세자로 생각하고, 또 자식으로 생각했소!" 이것 역시 세자의 진심이었을 것이다.
하루는 영조가 아들을 불러 서로의 속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미 둘 사이는 극단으로 갔고, 관계를 회복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영조가 세자를 '아들'로서 바라볼 때는 불쌍하고 안타까웠을 것이다. 하지만 영조는 너무 많은 시간을 아버지가 아니라 '왕'으로서 아들이 아닌 '세자'를 대했던 것 같다.
사도세자가 부인에게 건네는 말이다. 사도세자도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던 것 같다. 그는 화병이 심해져 정신병자처럼 행동했다. 화가 치밀어 칼을 들고 아버지의 처소를 찾아가려고 했다는 기록도 있다. 병이 심해져 기이한 행동을 일삼으며, 사도세자 스스로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사도세자의 비극을 다룬 이 사건은, 사실 중학교 역사 시간에도 등장하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익숙한 이야기인 이 영화가 왜 이렇게 인기를 끌었을까. "이것은 나랏일이 아니고 집안일이다." 영화 속 영조가 세자에게 건네는 말이다. 사도세자의 비극은 '왕과 세자'라는 조선시대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낸 사건으로 생각되었다. 평범한 아버지와 아들이었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비극도 결국 집안일이다. 사도세자 이야기는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 주위에서 언제나 일어나는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 중 하나다. 사도세자 이야기는 조선의 '왕족'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그 결말이 조금 더 비극적일 뿐이다.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