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en.mk.co.kr
2024년 10월 03일 목요일
˝대체 하고 싶은 게 뭐야?˝… 가출소년의 대답은
161
J D 샐린저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1951)은 '데미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장소설이지만 당시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을 만큼 비속어와 불량한 태도가 난무한다. 속물스러운 세상을 바라보는 16살 소년의 시선은 정제되지 않았지만 순수한 통찰이 가득하다. 이 책은 홀든 콜필드가 작년 크리스마스 무렵 3일 동안의 일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펜시 고등학교는 명문고지만 가식과 위선이 가득한 곳이다. 작문 빼고 네 과목에서 F를 받은 홀든은 그렇게 싫어하던 펜시로부터 퇴학당한다.
홀든은 큰 키에 골초로 때때로 열두 살처럼 행동한다. 스펜서 선생님의 설교를 한바탕 듣고 기숙사로 돌아와 책을 읽는다. 옆방 애클리가 들어오고 룸메이트 스트래들레이터도 들어온다. 스트래들레이터는 홀든에게 작문 숙제를 부탁하고 데이트하는 애가 널 알더라며 이름을 버벅거린다. 제인이었다. 순간 홀든은 고꾸라지는 줄 알았다. 작문 숙제로 홀든은 알리가 녹색 잉크로 써놓은 시가 가득했던 야구 글러브에 관해 쓰기로 한다. 똑똑하고 착했던 동생 알리는 백혈병으로 죽었다. 그 애가 죽던 날 밤 13살 홀든은 차고에서 유리창을 모두 주먹으로 깨버려서 정신 상담을 받을 뻔했다. 아직도 주먹을 쥐지 못한다.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스트래들레이터는 제인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제인은 2년 전 옆집에 살던 아이다. 당시 여느 때처럼 체커 게임을 하고 있는데 제인의 새아버지가 들어와 뭘 물었고 제인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제인의 눈물이 툭 떨어졌다. 홀든은 마음이 쓰였고 그 애의 눈, 코, 이마, 눈썹 등에 키스를 했다. 제인은 곧 이사를 간다. 스트래들레이터와는 엉뚱하게 작문 숙제로 싸움이 붙었다. 홀든은 그놈이 차 안에서 제인과 뭘 하다 왔는지 화가 나 미칠 것 같고 급기야 칫솔을 물고 있는 그의 얼굴을 치고는 스트래들레이터에게 한 방 맞고 뻗어버렸다. 홀든은 빨간 모자를 마음대로 뒤집어쓰고 "잘 자라, 이 멍청이들아!" 목청껏 외치며 기숙사를 확 빠져나왔다.
가출 1일 차, 맨해튼 펜역에 내려 호텔을 찾았다. 방으로 올라가려는데 엘리베이터 보이가 즐거운 시간에 관심 있나며 슬쩍 묻는다. 방에 들어온 여자를 겨우 돌려보냈는데 그 보이가 돈을 더 내놓으라며 부모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한다. 홀든은 분해서 욕을 퍼붓다 바로 한 방 맞고 배를 움켜쥐었다. 마치 영화처럼 권총을 맞아 담배를 물고 제인이 붕대를 감아주는 상상이나 한다.
가출 2일 차, 아침에 일어나 샐리와 약속을 잡았다. 변호사 아버지가 아주 부자인 덕에 빌어먹을 낭비벽에도 돈이 얼마 남았는지도 모른다. 샌드위치 바에 들어갔다. 값싼 여행가방과 구세군 바구니를 든 수녀 둘이 옆에 앉는다. 홀든의 푸짐한 식사에 비해 달랑 토스트와 커피뿐이다. 홀든은 마음이 좋지 않아 10달러를 기부했다. 더 기부하고 싶지만 데이트가 있다. 검은 코트에 검은 베레모를 쓴 샐리의 모습은 끝내줬다. 택시가 흔들릴 때 샐리를 끌어안으며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꼭 진심은 아니었다. 연극을 보고 스케이트를 탔다. 샐리에게 확 떠나버리자고 말한다. 샐리는 무슨 소리냐며 대학, 결혼, 안정 같은 현실적인 말을 한다. 이 애랑 그런 대화를 시작한 게 잘못이었다. 넌 끔찍하다는 말을 던졌고 샐리는 울었다.
여동생 10살 꼬마 피비가 보고 싶어 집에 몰래 들어갔다. 피비는 잠에서 깨어 홀든을 안아준다. 한창 얘기를 나누다 순간 왜 지금 왔냐고 홀든을 쳐다본다. 똑똑한 피비는 "이내 쫓겨났구나, 쫓겨났어"라며 주먹으로 홀든의 다리를 때리다 "아빠가 오빠를 죽일 거야"라고 한다. 베개로 머리를 감싸고 울먹이던 피비는 "대체 오빠는 하고 싶은 것이 뭐야?" 하고 묻는다. "글쎄." 홀든은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자신이 파수꾼이 되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엄마가 들어오고 몰래 도망가는 홀든 손에 피비는 8달러 65센트를 쥐여주었다.
가출 3일 차, 맨해튼 거리를 걷다가 날이 밝았다. 크리스마스가 코앞이었다. 피비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멀리서 피비가 커다란 여행가방을 질질 끌고 온다. 함께 가겠다는 말에 홀든은 기절할 것 같다. "안 돼, 입 닥쳐." 우는 피비를 달래며 회전목마를 태워준다. 피비가 회전목마를 신나게 타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양동이로 쏟아붓듯 비가 내린다. 흠뻑 젖었지만 홀든은 행복해졌다. 피비가 파란 코트를 입고 빙빙 돌아가는 모습이 젠장 너무 멋져 보였다. 학교에서 쫓겨난 후 현재 정신 상담을 받고 있는 홀든의 그 3일에 대한 기억은 여기까지다. 이야기를 마치자 들먹인 모든 사람이, 그 빌어먹을 사람들까지 다 보고 싶은 것 같았다.
밑줄! 이 문장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그 호밀밭에 낭떠러지가 있거든.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떨어질 것 같으면 어딘가에서 나타나 재빨리 잡아주는 거지.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은 거지.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