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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3일 목요일
편지 훔쳐 왕비 농락했던 신하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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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몇 안되는 작품과 독창성으로 세계문학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작가다. '검은 고양이'(1843)에서 보여지듯 공포와 환상이라는 심리적 변화를 묘사하는 데 탁월했던 그의 작품세계는 인물들의 심리 파악을 다루는 추리소설로도 이어진다. 그중 '도둑맞은 편지'(1844)는 독자들에게 추리를 통한 문제 해결 과정의 재미뿐 아니라 진실의 단면을 힐끗 정신분석학적으로 들여다볼 기회를 준다.
파리 경시청의 총감 G가 탐정 뒤팽과 친구를 찾아온다. 그는 길게 파이프 담배를 내뿜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골칫거리인 이 사안은 절대 비밀로, 아주 존귀하신 분이 중요한 어떤 편지를 도난당했다는 내용이었다. 훔친 자가 누군지도 알고 있었다. 감히 그런 일을 벌인 도둑은 D 대신으로 충분히 그럴 만한 인물이었다. 총감은 존귀하신 분이라고 표현했지만 편지를 도난당한 이는 왕비로 짐작된다.
왕비가 편지를 읽고 있을 때 갑자기 왕이 들어왔고, 편지를 급히 숨기려다가 실패해 탁자 위에 펼쳐놓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편지는 주소만 겉으로 드러나 있어 왕은 신경 쓰지 않았다. 바로 그때 D 대신이 들어왔다. 그는 한눈에 편지 필적을 알아보았고, 왕비가 당황해하는 것을 보자 뭔가 비밀이 있음을 눈치챈다. 그는 자신의 편지를 꺼내 읽다가 탁자에 내려놓았고, 인사를 하면서 왕비의 편지를 집어 들었다. 왕비는 자신의 편지가 대신의 손에 들어가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했지만 왕의 주의를 끌까 봐 감히 지적조차 하지 못했다. 편지를 훔친 대신은 그 편지 덕분에 왕비에 대한 지배권을 갖게 된다. 괴로워하던 왕비는 결국 총감에게 이 임무를 위임한다. 걸려 있는 상금도 대단했기 때문에 총감은 대신의 저택을 몰래 현미경까지 사용해 6㎠ 단위로 샅샅이 뒤졌다. 편지는 없었다. 뒤팽은 다시 조사하라고 충고하면서 편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묻는다. 한 달쯤 지나고 총감은 뒤팽과 친구를 다시 찾아왔다. 저택을 또다시 수색했지만 헛수고였다고 투덜대는 총감에게 뒤팽은 수표에 서명을 받은 후 문제의 편지를 건넨다. 총감은 편지를 훑어보고는 부랴부랴 뛰쳐나갔다. 뒤팽은 친구에게 설명을 시작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추리자가 관찰을 통해 상대방의 사고력 수준을 판단해야 한다. 대신은 시인이며 수학자, 노련한 궁정인, 대담한 모사가이기도 하다. 자기 저택이 비밀리에 정교하게 수색되리라는 것쯤은 이미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는 편지를 감추기 위해 오히려 감추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는 영리한 방법을 취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뒤팽은 대신의 저택을 우연인 척 방문했다. 방을 훑어보다가 벽난로 장식 아래쪽 싸구려 세공 장식을 한 서류꽂이에 시선이 닿았다. 명함 대여섯 개와 함께 편지 한 통이 꽂혀 있었다. 대신의 찬찬한 습관과는 반대로 구겨지고 더러워지고 찢겨 있는 편지의 모습에서 아무런 가치 없는 것으로 속이려는 의도가 드러났다. 게다가 지나치게 눈에 잘 띄는 위치였다. 모든 것이 뒤팽의 추리와 일치했다. 뒤팽은 편지를 관찰하면서 대신이 흥분할 만한 화제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끌었다. 그리고 탁자 위에 금제 담뱃갑을 두고 나온다. 다음날 아침 뒤팽은 담뱃갑을 찾는다는 핑계로 대신의 집에 들렀다. 대화를 열성적으로 이어가고 있을 때 갑자기 총소리와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대신은 얼른 창문을 향해 달려가서 밖을 내다보았다. 그사이 뒤팽은 서류꽂이 쪽으로 성큼 다가가서 편지를 호주머니에 넣은 뒤 자신이 급조한 편지를 그 자리에 꽂아놓는다. 소란은 뒤팽이 시킨 일이었다. 뒤팽은 바꿔치기한 편지에 자신을 알아보란 듯이 그럴듯한 문구 하나를 직접 적어놓았다. 그동안 왕비를 손아귀에 쥐고 농락했던 대신은 이제 왕비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다. 편지가 자기 손을 떠났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는 편지를 가지고 있을 때처럼 행동할 것이고 그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도둑맞은 편지'에서 편지는 연서일까? 음모 또는 밀고의 편지일까? 소설에서 편지의 내용은 언급되어 있지 않고 중요하지도 않다. 왕비, 왕, 대신을 각 꼭지점으로 삼각형을 만들어볼 때 뒤팽이 문제를 해결한 후 왕비의 지점은 대신, 왕의 지점은 총감, 대신의 지점은 뒤팽으로 바뀐다. 잘 감추었다고 착각하는 자리,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자리, 다른 사람이 못 보는 상황을 볼 수 있는 자리, 편지를 둘러싸고 의미는 대체되고 과정은 반복된다. 편지는 보낸 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엉뚱한 목적지에 도달하고, 가끔씩 잡았다고 착각하지만 어느 누구도 소유하지 못한다. 편지는 계속 이동할 뿐이다.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