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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3일 목요일

교양·진학 인문

부조리한 세상에 맞선, 순교자 뫼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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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 이방인
 
사진설명


'이방인'(1942)은 출간 당시부터 하나의 문학적 사건이라 할 만큼 큰 찬사를 받았고 알베르 카뮈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소설이다. 대단할 것 없지만 부조리한 세계와 타협하지 않는 인물을 화자로 길지 않은 내용과 간결한 묘사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의문을 남긴다.

 

알제에서 선박회사 사무원으로 일하는 청년 뫼르소는 엄마가 사망했다는 전보를 받고 양로원에 간다. 원장과 문지기의 안내를 받아 엄마의 관 곁에서 밤을 새울 준비를 한다. 양로원 친구들이 들어와 빙 둘러앉았는데 왠지 그들이 심판하기 위해 앉아 있는 것 같다. 햇볕이 내리쬐는 더운 날씨였고 장례식은 신속하게 끝이 났다.

 

뫼르소는 집에 돌아와 다음날인 토요일에 뭘 해야 하나 생각하다 항구 해수욕장에 간다. 우연히 만난 전 직장 동료 마리와 수영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옷을 다 입고 나왔을 때 뫼르소의 검은 넥타이를 보고 깜짝 놀란 마리에게 그는 엄마 이야기를 한다. 영화를 보고 난 다음 둘은 함께 하룻밤을 보낸다.

 

여느 때처럼 뫼르소는 회사에 출근하고 동료와 셀레스트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퇴근한다. 이웃인 살라마노 영감은 자신을 꼭 닮아 있는 개를 늘 데리고 다니면서도 미워하기 바빴다. 바로 레몽이 들어온다. 레몽은 뫼르소에게 술을 대접하면서 애인에게 손찌검해 그녀의 오빠와 다퉜다며 여자를 불러내 혼내줄 편지를 대신 써달라고 한다. 주말이 되고 레몽은 편지를 받고 온 여자와 싸워 경찰서에 다녀온다. 그날 살라마노는 개를 잃어버리고 매우 슬퍼한다. 뫼르소는 엄마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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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


레몽은 친구의 해변 별장에 뫼르소와 마리를 초대한다. 뫼르소는 회사에서 파리 출장소의 큰 자리를 제안하지만 야심 없이 거절하고, 마리가 결혼에 대해 물었지만 확신을 주지 못한다. 살라마노는 개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엄마가 개를 귀여워했었다고 말한다. 엄마를 양로원에 넣었다며 동네에서는 뫼르소를 좋지 않게 생각하지만 자신은 아니라는 말도 한다. 여유가 없었고 적적해하던 엄마를 위해 최선이라 생각했던 뫼르소는 전혀 모르던 사실이었다.

 

일요일에 뫼르소와 마리, 레몽은 해변으로 놀러간다. 뫼르소의 증언으로 레몽은 어제 경찰서에서 경고만 받고 나왔다. 여자의 오빠 패거리인 듯한 아랍인들의 미행을 느끼며 레몽의 친구 마송의 별장에 도착했다. 마리가 마송의 아내와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며 뫼르소는 결혼에 대해 생각해본다.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남자 셋이 걷고 있을 때 아랍인들과 싸움이 붙고 레몽이 단도에 팔이 찔렸다. 사건이 일단락된 후 뫼르소는 홀로 그 아랍인과 다시 마주쳤고 오랜 시간 대치한다. 장례식날과 똑같은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고 아랍인이 단도를 뽑았다. 뫼르소는 긴장된 손으로 레몽이 준 권총을 쥐었고 방아쇠가 당겨진다. 뫼르소는 체포되었고 심문 끝에 재판이 시작되었다. 법정에 가득 찬 사람들은 재밋거리를 찾는 것처럼 보였다. 증인 호출에 원장, 문지기, 레몽, 마송, 살라마노, 마리가 차례대로 진술한다. 분위기는 증인들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증언이 끝날 때마다 검사는 요란하고 의기양양하게 '이것 봐라, 뫼르소는 이런 인간이다'라는 태도를 취한다. 마리는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를 양로원에 보냈고,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고, 관을 열어보지 않았고, 엄마 나이를 알지 못했고, 담배를 피우고, 밀크커피를 마시고, 수영을 하고, 영화를 보고, 마리와 연인이 된 것이 정작 살인이라는 죄보다 중요한 심판의 대상이 된다.

 

뫼르소는 세상이 정해놓은 가치에 무관심하며 솔직한 인간이다. 저마다 상실을 겪고 있는 살라마노와 레몽에게 이끌려 한 일련의 행동도 엄마의 죽음에 영향받은 것이지만 그는 해명하지 않는다. 비난받을 걸 알면서도 총을 쏜 것은 태양 때문이라고 말한다. 받아들여질 법한 이유를 말했다면 어쩌면 정당방위로 풀렸났을 사건에서 결국 사형을 선고받는다.

 

신들은 시지프에게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끊임없이 굴려 올리라는 끔찍한 형벌을 내렸다. 시지프는 거대한 돌을 굴리며 오르막길을 올라간다. 죽을 만큼 힘들게 겨우 정상에 도착하면 돌은 다시 굴러 떨어지고 수고는 허사로 돌아간다. 다시 돌을 굴린다. 성공 가능성은 없고 그걸 알고 있는데도 돌을 굴려 올릴 수밖에 없는 무용함. '시지프 신화'(1942)에서 카뮈는 이를 부조리라고 했다. 뫼르소는 상고하지 않는다. 신께 매달리지도 않는다. 희망을 기대하지 않고 지금 주어진 만큼의 자유와 시간에 최선을 다하기로 한다. 순간 그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