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매일경제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1925)는 미국 소설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사랑의 엇갈림과 물질적 성공이라는 통속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후세대 문학인과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는 것은 인간이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세밀하고 설득력 있는 심리 묘사로 가볍지 않은 가치를 담아냈기 때문이다.

소설은 화자 닉 캐러웨이의 시선을 따라간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위해 뉴욕 롱아일랜드에 집을 구한다. 그곳에는 닉의 친척 여동생인 데이지가 살고 있었다. 데이지의 남편 톰은 닉의 동창으로 대학 시절부터 굉장한 부를 과시해온 인물이었다. 저녁 초대로 간 자리에서 만난 데이지의 오랜 친구 조던은 톰에게 외도 중인 여자가 있다는 얘기를 해준다. 데이지는 그 사실을 알면서 묵인하고 있었다.

톰의 부정은 이미 주변 사람에게 공공연한 화젯거리였고, 오만불손한 톰은 그녀를 보여주겠다며 한 자동차 정비소로 닉을 끌고 간다. 그곳에는 무기력해 보이는 정비소 주인 윌슨과 생동감을 발산하는 그의 부인 머틀이 있었다. 머틀은 윌슨 모르게 톰을 따라 그들의 아파트로 이동한다. 닉은 톰·머틀 일행과 술을 마시며 부도덕하고 무질서한 혼돈의 시간을 보낸다.

닉은 매번 크고 화려한 파티를 여는 것으로 유명한 개츠비의 초대를 받고 그와 친분을 맺는다. 어느 날 개츠비는 닉에게 준비한 듯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이야기한다. 샌프란시스코의 대단한 집에서 태어나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았고, 교육은 옥스퍼드대에서 받았다는 거였다. 그러나 말을 서둘러서 끝맺거나 곁눈질로 슬쩍 쳐다보는 등 그는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날 오후는 조던과 약속이 있었다. 그녀는 개츠비가 부탁한 이야기를 꺼낸다. 5년 전 개츠비는 장교로 켄터키주에 와 있었고 가장 눈에 띄는 아름다운 여성인 데이지와 사랑에 빠졌다. 개츠비는 곧 떠나게 됐고 데이지는 이듬해 톰과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 전날 밤 술에 취해 편지를 쥐고 울기도 했지만,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톰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나갔고 이곳 뉴욕에 온 것이다. 개츠비가 뉴욕 집을 산 것은 온전히 데이지 때문이었다.

닉은 개츠비의 부탁대로 자신의 집에 데이지를 부른다. 데이지가 도착하기 직전까지 개츠비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안절부절못한다. 드디어 데이지와 마주했을 때 긴장한 개츠비의 모습은 닉의 눈에 조금도 우습지 않을 만큼 진지했다. 차를 마신 후 개츠비는 그들을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자신의 저택으로 안내한다. 이후 개츠비와 데이지는 이곳에서 만남을 갖는다.

개츠비와 데이지, 닉과 조던, 톰은 맨해튼 시내에 나가기로 한다. 호텔 스위트룸에 들어와 더위를 식히고 있을 때 이미 개츠비와 데이지의 관계를 알고 마음을 먹고 있던 톰은 개츠비의 거짓 행세를 들추며 비아냥거린다. 곧 데이지와의 관계에 대해 공개적으로 묻는다. 개츠비는 기다렸다는 듯이 데이지는 당신을 한 번도 사랑한 적 없으며 자신을 기다리다 지쳐 억지로 결혼한 것뿐이라고 말한다. 데이지는 흔들리고 있었지만, 개츠비는 5년 전으로 되돌아가겠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톰이 개츠비가 밀주업자이며 더 위험한 일도 하는 자라고 외쳤을 때 데이지의 마음은 돌아서게 되고, 개츠비는 살인이라도 한 사람의 표정이 됐다가 흥분하고, 부정하고, 변명하며 몸부림친다.

주제넘은 애정 행각은 끝났다며 톰은 개츠비와 데이지 먼저 출발하라고 한다. 데이지를 잘 아는 톰은 개츠비를 비웃는다. 닉과 톰, 조던은 돌아가는 길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윌슨의 정비소 앞에 선다. 머틀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는 거였다. 개츠비의 차였지만 운전자는 데이지였다. 머틀의 부정을 눈치채고 갈등을 겪던 차에 윌슨은 그 차의 운전자가 아내의 애인일 거라고 착각한다. 톰은 뻔뻔하게도 그런 윌슨에게 그 차가 개츠비의 것임을 알려준다. 사고의 범인으로 몰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개츠비는 아무 말 없이 데이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윌슨은 개츠비의 집에 이르러 총을 쏴 그를 죽이고 스스로 죽는다. 개츠비는 데이지라는 불빛에 모든 것을 걸지만 그녀는 한 사람의 인생을 걸 만큼 가치 있는 인물로 그려지지 않는다. 안전하고 풍요로운 자신의 배경 밖 세상을 단 한 번도 바라본 적 없는 세속적인 데이지이지만, 그런 그녀에 대한 사랑을 지켜내고자 개츠비가 해낸 모든 과정은 숭고할 정도로 순수하고 진지하다. 객관적인 닉이라는 화자를 통해 바라본 개츠비의 성공과 추락은 1920년대 대공황 직전 지나치게 풍요로웠던 시대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그 시대의 욕망을 잘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