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선 양주고 국어교사
등록 2022-08-23 11:25:31teen.mk.co.kr
2025년 03월 28일 금요일
시험 앞두고 설레는 4월…선조들의 공부는 어땠을까
전현선 양주고 국어교사
등록 2022-08-23 11:25:31
어느덧 4월이 왔다. 4월이 되면 온 세상이 따뜻해지며 3월과는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4월을 맞이한 학교도 그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그전까지 학교는 새내기들이 내뿜는 다소 어수선하고 긴장된 분위기로 가득했다면 4월이 되면 새 학기의 긴장감도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
하지만 4월이 되어도 학교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긴 한다. 학생들이 머지않아 중간고사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새 학년이 되어 처음 맞는 시험을 앞두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떨리는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한다. 생각해보면 이 세상의 참 많은 사람들이 '학생'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10대 상당수가 학생이고, 20·30대 인구 중에서도 '학생' 숫자는 꽤 많다.
옛 선조들은 어땠을까. 선조들도 지금 우리처럼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을까. 당연하게도 우리 선조들도 참 열심히 공부에 매달렸다. 물론 옛사람들의 공부는 지금 우리가 하는 공부와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조선시대 학자 이황이 남긴 도산십이곡의 일부다. 이 노래는 12수의 단시조가 이어진 연시조인데 그중 일부를 현대어로 번역한 것이다. 이황은 조선시대를 통틀어 학문의 깊이가 가장 깊다고 인정받는 학자다. 학자로서 그의 명성은 우리가 지폐에 그의 초상화를 넣는 것만 봐도 짐작이 가능하다. 이 연시조 중 7곡부터 12곡까지, 후반부 6수는 '언학(言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며, 이는 학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노래라는 의미다.
'7곡'에서 화자는 '만권(萬卷) 생애(生涯)로 낙사(樂事)가 무궁하다'고 한다. 만권 생애는 그야말로 수많은 책을 읽으며 사는 삶을 말하는데 그런 삶의 즐거움은 끝이 없다는 것이다. 화자는 많은 책에 둘러싸여 공부하는 삶이 너무 즐겁다고 한다. 화자가 얼마나 공부를 즐겨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다음 '9곡'은 학문의 길을 걷겠다는 화자의 의지가 가장 두드러진 부분이다. '고인(古人)'은 옛사람이라는 뜻이고 여기서는 학문적 성취가 뛰어난 옛 성현(聖賢)들을 가리킨다. 화자는 옛 성현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그들이 가던 길이 앞에 있다고 한다. 여기서 '가던 길'은 옛 성인이 닦아 놓은 학문의 길과 성취를 의미할 것이다. 옛 학자들이 쌓아 놓은 결과물들이 눈앞에 있으니 그 길을 걷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화자에게 학문의 길은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 다양한 학자들의 업적을 앞에 두고, 화자는 그 길을 가지 않을 수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학문의 길을 걷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명확하게 말하는 것이다.
사실 이황도 학문의 길을 잠시 떠나 있을 때가 있었다. 그는 조정의 부름을 받고 서울에서 벼슬살이를 하며 정치가의 길을 걷기도 했다. 하지만 학문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그는 결국 벼슬아치의 길보다는 학자의 길을 선택했다. 10곡에서 작가는 학자의 길을 접어두고 벼슬살이할 때를 떠올리고 있다. 당시 가던 길을 몇 해를 버려두었다고 하는 화자의 말 속에서 후회의 감정이 드러난다. 또한 이제야 제대로 돌아왔으니 이제 다른 곳은 마음을 두지 않겠다고 한다. 한번쯤 한눈을 팔아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며 결심이다. 다른 곳에 머물다 돌아오니 자신의 길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깨달은 사람의 마음이 드러난다.
마지막 12곡에서는 공부에 대한 이황의 생각이 드러난다. 공부는 어리석은 자도 알아서 행하니 쉽지만 성인도 다 하지 못해 어렵다고 한다. 공부의 속성을 잘 표현한 문장이 아닐 수 없다. 공부를 하다 보면 쉽다가도 어렵고, 어렵다가도 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처음에는 쉬워 보여도 알면 알수록 어려워지는 구석이 많은데 그러한 공부의 속성을 잘 꼬집어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공부를 통해 배우는 것은 각 과목의 내용만이 아니다. 공부라는 과정을 통해 길러지는 마음의 깊이나 생각의 넓이 또한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것들이다. 전국의 많은 학생들에게 지금 시기는 새 학기 긴장감과 떨림이 훑고 지나간 후 새 학년의 첫 시험을 앞둔 시간이다. 후회 없을 만큼 공부에 매달려보는 경험은 참 귀하다. 그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성적뿐 아니라 생각과 마음의 깊이를 키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