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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04일 월요일

교양·진학

교양·진학 인문

기나긴 밤, 선조들은 어떻게 견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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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
근심걱정에 두 눈 꿈뻑
고려 후기 '이조년' 시조
봄날의 애상에 흠뻑 빠져
쉽게 잠 못드는 마음 묘사

게티이미지뱅크

 

인간에게 잠은 아주 중요하다. 잠을 안 자고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잠은 우리의 건강은 물론 감정이나 기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누구나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예민해진다. 하루만 잠을 못 자도 컨디션이 떨어지고 몸은 천근만근 무거워진다. 인간에게 가장 큰 고문은 잠을 못 자게 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이렇듯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우리는 참 고통스럽고 괴롭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끔 여러 이유로 잠을 청하지 못한다. 그것은 우리 선조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작가를 알 수 없는 조선 후기 사설시조다. 예나 지금이나 걱정과 근심으로 잠 못 드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노래다. 화자는 걱정과 근심에 휩싸여 잠을 청하지 못한다. 한숨 섞인 걱정과 근심은 사람을 편히 두지 않는 법이다. 옛사람들도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잠 못 드는 날들을 보내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시조에서 화자가 답답한 심정을 풀어내는 방법이 참 독특하다. 화자는 누구라도 붙잡고 자신의 심정을 하소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 상황에서 화자가 택한 대상은 '한숨'이다. 화자는 '한숨'에 묻는다. 정확히 말하면 따지듯이 묻는다. 집의 문과 창문을 모두 꽁꽁 걸어 잠갔는데 도대체 어디로 들어왔느냐고 묻는 것이다. 오죽하면 '한숨'에 말을 건네고 있을까. 화자의 근심 가득한 심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며, 사람이 아닌 '한숨'에 말을 건넨다는 독특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여기에도 잠 못 드는 사람이 등장한다. 고려 후기 '이조년(李兆年)'이 남긴 것으로 알려진 시조와 그것의 현대어 번역이다. 이 노래의 화자는 또 무슨 이유로 밤을 지새우고 있을까.

 

시조의 초장은 흰색으로 뒤덮여 있다. 배꽃, 흰 달, 은하수는 봄밤의 새하얀 아름다움을 그려낸다. 새까만 밤을 새하얗게 만드는 아름다운 봄밤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봄밤, 화자는 잠을 청하지 못하고 있다. '다정(多情)'이 병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만큼 복잡한 존재가 또 있을까. 아름다운 봄밤에 정(情) 즉, 감정이 다양하게 일어나고 파도처럼 일렁이는 다양한 감정이 병이 된 것이다. 결국 화자는 아름다운 봄날 여러 생각과 감정에 휩싸이며 잠들지 못하고 있다. 봄날의 애상(哀想)에 흠뻑 빠져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민요다. '잠노래'라고 불리는 이 민요는 앞의 노랫말과는 사뭇 다르다. 앞서 살펴본 시조가 수많은 생각과 걱정으로 잠을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이번에는 잠을 이겨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화자는 어젯밤에 오던 잠이 오늘 아침에 왜 또 찾아오느냐고 묻는다. 아마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기 어려운 상황을 탓하는 마음일 것이다. 잠을 깨고 할 일이 많은 날, 무거운 눈꺼풀이 원망스러운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또 화자는 낮에 다 못한 일을 밤에 하려 마음먹었다. '바늘' 같은 표현을 통해 화자는 밤새 바느질해야 하는 여성임을 알 수 있다. 낮에도 가사(家事)에 시달렸지만 밤에도 할 일이 남아 있는 상황인 모양이다.

잠은 우리 삶에 필수 요소다. 하지만 잠을 자고 싶어도 잠들 수 없는 상황, 잠이 오는데도 잠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은 우리에게 참 흔하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 원하는 때에 원하는 것을 알맞게 갖는 것은 참 힘들다. 잠은 인간의 삶에서 참 중요한 요소지만 원할 때 오지 않고 피하고 싶을 때 쏟아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 선조들에게도 이런 일들이 흔하게 일어났다. 우리는 잠과 관련된 선조들의 노랫말을 통해 긴 시간을 뛰어넘어 그들의 감정과 정서에 공감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