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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0일 금요일

교양·진학 인문

고금을 막론하고 사람 옆엔 늘 동물이 있었다

[매경DB]
사진설명[매경DB]

아주 오래전부터 '동물'은 '인간'과 가까운 사이였다. 조선시대 풍속화 속에는 사람과 자연스레 어우러진 개나 고양이가 자주 등장한다.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옛 문헌에도 동물을 사랑하는 왕의 일화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렇다면 문학 작품에도 동물이 자주 등장할까. 당연하게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학에는 동물이 많이 등장한다.

 

 

'개'가 등장하는 조선 후기 사설시조다. 노랫말 속 화자는 개를 꽤 많이 기른다. '여나믄'은 '여남은'의 옛말이다. '여남은'은 '열을 조금 넘는 수'라는 의미다. 그러니 화자는 개를 여러 마리 기르고 있는 가정, 요즘 말로 '다견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런데 이 주인의 눈에 한 마리의 개가 유난히 얄밉다. 이 개는 주인이 싫어하는 사람이 오면 꼬리 치며 반기고, 주인이 좋아하는 사람이 오면 사납게 짖어 쫓아낸다. 아무리 개라고 해도 너무 눈치가 없는 것이다. 화가 난 주인은 쉰밥이 아무리 많아도 그 얄미운 개에게는 절대 주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화자는 개에게 단단히 마음이 상했다. 토라진 것이다. 이 사람은 아마 개가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동물이 어떻게 사람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주겠느냐는 질문은 통하지 않는다. 화자는 너무나 당연하게 개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돌봐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반려인들은 동물에게서 아주 큰 정서적인 위로나 만족을 얻는다고 한다. 사람에게서 얻는 안정이나 위로보다 반려동물에게서 얻는 것이 더 크다는 사람들도 많다.

옛사람들은 어땠을까. 이번에는 삼국유사 속 '김현감호'라는 이야기를 통해 옛사람들이 동물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옛 신라에는 사람들이 탑을 돌며 소원을 비는 풍속이 있었다. 김현이라는 사내도 탑을 돌며 소원을 빌다가, 처녀를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된 것이다. 사랑에 빠진 김현은 처녀의 집까지 따라간다. 그런데 그녀의 집에서 처녀의 정체를 알게 됐다. 이 처녀는 사실 호랑이였던 것이다. 놀라운 일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당시에 호랑이가 인간을 해치는 일이 있어서, 때마침 하늘에서는 처녀의 오빠들인 사나운 호랑이들에게 벌을 내리려 한다.

호랑이 처녀는 오빠들을 대신해 하늘의 벌을 받으려 하고, 김현을 위해서도 헌신하려 한다. 자신이 호랑이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해치려 하면, 나라에서는 자신을 잡으려 할 것이니, 그때 김현이 자신을 잡아 임금께 바쳐 높은 벼슬을 얻으라는 것이다. 김현은 당연히 이 제안을 거절하지만, 처녀는 다시 한번 단호하게 제안한다.

이야기 속 호랑이는 사람을 해치기도 하지만, 희생과 의리를 안다. 자신을 희생해 오빠들의 죗값을 대신하려 하고, 하룻밤 짧은 인연을 맺은 사내의 성공을 빌어주기도 한다. 호랑이 처녀의 이러한 행동은 당시 사람들을 감동하게 했을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맹수를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배울 점이 있다고도 생각했던 것이다.

아주 먼 옛날부터 '동물'과 인간은 가까운 사이였다. 물론 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시대마다 조금씩 달라졌다. 과거에 동물은 주로 '사육'의 대상이었고, 현대에 와서 '애완'의 대상이 되었으며 최근에는 '반려'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시대마다 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는 미묘하게 다르지만, 어느 시대나 동물이 사람 곁에 머물렀다는 것은 한결같다.

"낭군께서는 그런 말을 하지 마십시오. 이제 제가 일찍 죽음은 대개 하늘의 명령이며, 또한 제 소원입니다. 낭군의 경사요, 우리 일족의 복이며, 나라 사람들의 기쁨입니다. 제가 한 번 죽음으로써 다섯 가지 이익이 갖춰지는데, 어찌 그것을 어길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저를 위하여 절을 지어 불경을 강(講)하여 좋은 과보(果報)를 얻는 데 도움이 되게 해 주신다면, 낭군의 은혜는 이보다 더 큰 것이 없겠습니다." 마침내 서로 울면서 작별했다.

원성왕 때에 낭군 김현(金現)이 밤이 깊도록 홀로 탑을 돌면서 쉬지 않았다. 그때 한 처녀가 또한 염불을 하면서 따라 돌았으므로 서로 정이 움직여 눈을 주었다. 돌기를 마치자 그는 처녀를 구석진 곳으로 이끌고 가서 관계했다.

[전현선 양주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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