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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0일 금요일
우리 민족이 힘들 때마다…'단군신화의 마술'
누구나 어려운 시기 닥치면
자신의 뿌리 되돌아보기 마련
`하늘이 선택한 특별한 민족`
이런 자부심이 위기극복에 큰 힘
하늘의 신은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고, 널리 이롭게 할 만하다 여겨 아들에게 인간 세상에 내려가 다스리는 것을 허락했다. 이렇게 신이 다스릴 만하다고 여긴 곳에 그 아들을 보내고, 그곳에서 우리 민족이 처음 자리 잡았다.
올해도 어느새 절반을 훌쩍 넘겨, 달력은 10월을 가리킨다. 10월에는 연휴가 추석만 있는 게 아니라 개천절이 끼어 있다. 올해는 추석에 끼어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개천절은 몇 안 되는 공식적인 법정 공휴일 중 하나다.
개천절이 법정 공휴일인 것을 보면, 이날의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개천절은 보통 우리에게 '쉬는 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애써 노력하면 '단군' '고조선' '곰과 호랑이' 정도가 떠오른다. 사실 마늘과 쑥을 먹고 인간이 된 '웅녀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군신화를 개천절과 연결시켜 제대로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또다시 돌아온 개천절을 맞아 단군신화를 살펴보며,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의미를 새겨보고자 한다.
'조선'은 단군이 건국한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다. 중세 시대 '조선'과 구분하기 위해 보통 '고조선'이라 부른다. 고조선의 내력을 기록한 문헌이 삼국유사의 '단군신화'다. 그런데 이 글은 '신화'로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과 그 이후까지의 사람들도 이 이야기를 사실이라 믿었다고 한다. '역사'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단군신화'를 보고, 사실이라 여기기는 어렵다. 우리는 이미 뼛속까지 현대인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허무맹랑해 보이는 이야기가 지금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실 이야기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은 그만큼 상징과 비유가 많다는 뜻이다. 모든 비현실적 이야기는 현실 이야기를 하기 위해 꾸며 놓은 장치이다. 상징과 비유가 많다는 것은 그 속에 감춰진 의미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신화 속, 비현실적인 사건의 속내를 파악하여, 이야기가 담으려 했던 내면적인 진짜 의미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환인은 제석이라고도 불리는, 하늘의 신으로 천상의 존재이다. 그의 아들인 환웅 역시 천상의 존재인데, 환웅은 늘 지상을 바라보며 인간 세계에 뜻을 두었다고 한다. 그러자 그의 아버지인 하늘의 신은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고, 널리 이롭게 할 만하다 여겨 아들에게 인간 세상에 내려가 다스리는 것을 허락했다. 이렇게 신이 다스릴 만하다고 여긴 곳에 그 아들을 보내고, 그곳에서 우리 민족이 처음 자리 잡았다. 이 구절이 담아내고픈 속내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민족의 '특별함'이다. 우리는 하늘이 선택한 공간에 자리 잡은 민족이다. 한반도는 특별한 공간이고, 환웅이 다스리는 그곳의 인간들은 모두 하늘의 선택을 받은 특별한 존재들이다. 우리 민족은 신이 '널리 이롭게 할 만하다'고 선택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단군신화는 그 서두에서부터 강한 자부심을 드러낸다. 우리 민족은 선택받은 특별한 존재들이라는 당당함이 담겨 있다.
단군의 탄생 내력과 나라의 성립 과정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단군은 우리 민족 모두의 조상으로, 아버지는 하늘 신의 아들이고 어머니는 시험을 통과한 땅의 존재다. 우리는 모두 신성한 하늘과 땅의 유전자를 반반씩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아주 먼 옛날 '조선'이라는 국가가 있었고, 그 국가가 우리 민족의 시초에 해당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 단군신화 내용을 사실이라 믿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런데도 이 이야기가 아직 우리에게 유효한 이유는 무엇일까.
민족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 단군신화는 국가 위기 때마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어려움의 시기를 겪을 때면, 누구나 스스로의 뿌리를 되짚어보기 마련이다. 단군신화는 우리 민족이 고비를 겪을 때마다 찾아든 무기다. 위기의 순간, 우리는 하늘이 선택한 특별한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붙들고 어려움을 이겨냈다. 과거 사람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신화를 받아들이는 우리 자세는 시대마다 달라도, 사실 이 신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늘 같은 것이다. 우리는 하늘의 선택을 받은 특별한 민족이라는 것이다.
올해는 우리 민족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다. 온갖 지혜를 동원해 어려움을 넘겨야만 하는 상황이다. 단군신화를 떠올리며, 우리가 가진 뿌리의 자부심을 생각해 내는 것도 위기를 이겨내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번 개천절에도 단군신화는 우리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도 좋다고 말한다. 10월을 맞이하여, 개천절의 의미를 다시 새겨 위기를 넘기는 지혜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