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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3일 목요일
그립고 아련한 그 이름 '부모님'
'효(孝)'라는 단어 앞에서 떳떳할 수 있는 자식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누구나 '부모님 은혜'를 평생 갚아야 한다는 걸 안다. 하지만 우리의 '효심'은 대부분 마음속 깊은 곳에 묻혀 있다. 묻어 둔 그 마음을 자주 꺼내 놓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버이날이 또 돌아온다. 평소에 묵혀 두었던 효심을 기념일 핑계 삼아 꺼낼 수 있는 날이 다가온다.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의 사랑'이나 '효'를 표현한 작품을 두루 살펴보며 묵혀 두었던 효심을 꺼내는 시간으로 삼고자 한다.
조선시대 정철이 지은 '훈민가' 중 일부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백성들에게 도덕 덕목을 가르치기 위한 목적으로 시조를 짓기도 했다. 이 목적으로 지어진 대표적인 노래가 훈민가(訓民歌)다. 그래서인지 훈민가에는 '효'에 대한 내용이 빠지지 않았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부모님이 계실 때 잘하자는 교훈은 당시 백성들뿐 아니라 현대 독자들에게도 유효하다.
박인로 '조홍시가'에서도 '효'를 권하고 있다. 시 속 화자는 먹음직스럽게 익은 붉은 감을 보고 있다. 먹음직스러운 과일을 보니 '유자'가 떠오른다. '유자'는 자신이 대접받은 과일을 몰래 옷 속에 품어 가 부모님께 드리려 했다는 일화로 유명한 사람이다.
화자는 자신도 '유자'를 따라하고 싶지만, 그것은 헛수고라 말한다. 부모님이 먼저 떠났기 때문이다. 붉은 감을 보던 기쁜 마음이 금세 서러운 마음으로 변해 버린다. 먼저 떠난 부모를 둔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자아내고, 효도할 기회가 남은 사람에게는 안도감을 주는 작품이다.
함민복 작가의 현대시 '눈물은 왜 짠가' 중 일부다. 시 속 화자는 설렁탕 집에서 어머니와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리는 길에 찾은 식당이다. 어머니는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많이 먹어야 한다며 설렁탕 집에 아들을 데리고 갔다. 설렁탕을 앞에 두고 어머니와 아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미안함을 느꼈을지 짐작이 된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미안함을 느낄 때 먼저 마음을 표현하는 쪽은 대부분 부모다.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더 많이 마음을 표현하기 마련이다. 눈치를 살피며 아들 그릇에 국물을 덜어주는 어머니 모습과 그 앞에서 쩔쩔매는 아들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런데 주인 아저씨마저 이 장면을 못 본 척해주자 아들의 설움은 터져 버린다.
아들 마음은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에 짓눌려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미안함에 더하여, 국물을 덜어 주는 어머니의 사랑과 자신을 못 본 척해주는 아저씨의 배려마저 더해지자 아들은 감정에 복받쳐 서럽게 깍두기만을 씹어댄다. 부모와 자식 사이는 늘 이렇게 서툴다. 서로에 대한 감정 표현은 늘 어색하다. 어둡고 조용한 밤에 '엄마, 아빠'라는 이름만 가만히 떠올려도 괜히 촌스럽게 눈물이 고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랑이든 미안함이든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이 많이 쌓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작품은 안도현 작가의 현대시 '스며드는 것'이다. 시 속 꽃게는 자식에게 큰 불행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이 불행은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이다. 엄마는 모든 불행을 자기 몫으로 돌리고 싶지만, 울컥울컥 쏟아지는 이 운명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결국 꽃게 엄마는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별일 아니니까 편안하게 잠들면 된다고 말한다. 알을 품은 꽃게 엄마의 먹먹한 마음이 전해진다.
예나 지금이나 어버이의 사랑은 커다랗고, 우리는 그것을 평생에 걸쳐 갚아야 한다. 시대를 뛰어넘은 다양한 문학 작품에서도 그것을 말하고 있다. 문학 작품들을 두루 살펴보며 효심을 꺼내어 어버이날의 의미를 다시 새기는 것도 이 기념일을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이 될 것이다.
[전현선 양주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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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