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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3일 목요일
인간의 역사와 늘 함께 한 '빈부격차'
올해 초 한국 영화 한 편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빈부 격차' 문제를 다룬 이 영화는 유명 영화제의 상을 휩쓸며 찬사를 받았다. 우리는 이를 통해 '빈부 격차'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맞닥뜨린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사실 부유층과 빈곤층 간 소득 격차는 늘 큰 문제였다. 신분제가 존재했던 과거에는 보통 '신분' 계층에 따라 '경제력'이 정해졌다.
'신분 격차'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경제력 격차'를 낳았던 것이 사실이다. 빈부 격차가 생겨나는 이유는 옛날과 지금이 다르지만 아무튼 인간 역사 속에서 빈부 격차는 늘 존재해 왔다.
조선시대 정약용의 한시 '견여탄(肩輿歎)' 중 일부다. 제목 '견여탄'은 '가마꾼의 탄식'이라는 의미다. 편안하게 가마를 타는 사람이 있으면 누군가는 가마 메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작가는 어째서 같은 나라 백성인데 누구는 편안하게 즐기고 누구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지 따져 묻고 있다.
조선시대에 가마를 '타는 이'와 '메는 이'는 신분 차이로 정해졌다. 작가는 신분제가 가지는 근본적인 '불평등'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의문 속에는 빈부 격차를 못마땅하게 보는 시선도 포함되어 있다. 같은 나라 국민 사이에 왜 극심한 빈부 격차가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인 것이다.
빈부 격차와 관련해 눈여겨볼 또 다른 고전이 '흥부전'이다. 흥부전은 가난하고 착한 흥부와 심보가 못된 부자 놀부 이야기다. 그런데 소설 내용을 곰곰이 따져 보면 흥부와 놀부는 형제인데도 한쪽은 가난하고 한쪽은 부자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흥부와 놀부가 형제라는 점이다.
흥부전에서 둘은 같은 집안의 형제이면서도 빈부 격차가 상당하다. 물론 그들만의 속사정이 있겠지만, 형제 사이에 극심한 빈부 격차는 '문제' 삼기에 충분하다. 보통 조선시대 형제는 비슷한 경제력을 갖고 있으리라 추측된다. 신분이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형제의 경제력 차이는 엄청나다.
가난한 흥부는 닥치는 대로 품을 판다. 돈을 벌 수 있는 온갖 잡일을 다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 하루 반나절도 놀지 않고 품을 팔아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흥부의 노력으로는 절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반면 놀부는 갈수록 재산이 늘어난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통하는 모양이다. 놀부는 궁궐 같은 집에서 많은 종을 거느리고 산다. 놀부는 원래 재산이 많기 때문에 그 재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쌓여 간다. 현대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와 같은 모습이다.
흥부전의 '매품팔이' 장면이다. 조선시대에는 곤장을 맞는 형벌이 죄인들에게 내려지곤 했다. 그런데 흥부는 죄를 짓지 않았지만 곤장을 맞으려 한다. 돈을 벌기 위함이다. '매품팔이'는 누가 봐도 상식 밖의 일이다. 부자들은 죄를 지어도 돈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법을 어겨도 되는 것이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다른 이의 죗값을 대신 치르고서라도 돈을 벌어야만 한다. 그 일이 정의로운 것인지 아닌지를 따질 겨를이 없다. 당장 삶이 막막한 극빈층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두 계층 사이에 경제력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매품팔이'는 빈부 격차가 심해졌을 때 얼마나 기형적인 행태가 벌어질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보여 준다.
우리는 고전문학을 통해 과거에 존재했던 빈부 격차의 단면을 살필 수 있다. '견여탄'에서는 신분 격차가 곧 경제력 차이를 의미했던 조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흥부전에서는 빈부 격차가 극심한 사회에서는 '매품팔이' 같은 끔직한 일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느 시대나 빈부 격차는 늘 해결해야 할 골칫거리다. 극심한 빈부 격차는 사회와 가치관의 혼란을 낳기 때문이다.
또한 빈부 격차는 모든 이에게 불편함과 괴로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부유층에 속하든, 빈곤층에 속하든 한 사회 구성원들의 극심한 빈부 격차를 지켜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괴로운 일이다. 우리는 사회가 직면한 빈부 격차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슬기로운 해결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전현선 양주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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