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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1월 20일 월요일
일본 역사왜곡 맞서 '민족정신' 강조한 박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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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이 말하기를 나라는 멸망할 수 있으나 그 역사는 결코 없어질 수 없다고 했으니, 이는 나라가 형체라면 역사는 정신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형체는 없어져 버렸지만, 정신은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역사를 쓰는 까닭이다. 정신이 살아서 없어지지 않으면 형체도 부활할 때가 있을 것이다.……"
( 박은식·'한국통사')
대한민국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을 지낸 독립운동가 박은식은 민족정신으로서 '조선 국혼'을 강조하였다. 그는 민족사를 연구하면서 민족정신을 바로 세우면 언젠가 독립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박은식을 비롯한 민족주의 사학자들은 왜 민족정신을 강조했을까.
일본은 왜 우리 역사를 왜곡했나요?
1910년 대한제국의 국권을 강제로 빼앗은 일본은 식민 통치를 합리화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역사를 왜곡해야만 했습니다. 일본인 스스로 '조선인은 다른 식민지의 야만 미개한 민족과 달라서, 조금도 문명인에 뒤떨어진 바 없는 민족이다. 예로부터 전해 오는 역사책도 많고…그로 인해 헛되이 독립국의 옛꿈을 떠올리게 하는 폐단이 있다'라고 기록하였습니다.(조선총독부 1916년 '조선 반도사 편성의 요지 및 순서') 하지만 일본은 도쿄제국대학의 역사학자까지 동원하여 한국사의 독자적인 발전과 주체성을 부정하는 식민사관을 만들고 확산시켰습니다. 또한 조선총독부 아래 '조선사편수회'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우리 역사를 왜곡시켰습니다.
대표적인 식민사관이 타율성론과 정체성론입니다. 타율성론은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대륙 세력(중국)과 해양 세력(일본) 사이에서 옆 나라의 영향, 간섭 등을 받으며 타율적이고 수동적으로 존재했다는 주장입니다. 정체성론은 한국의 역사 발전이 정체되어 스스로 자본주의를 발전시켜 근대화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세계사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주변 국가의 영향, 흥망성쇠 등을 한국에만 적용하여 한국인의 열등감을 자극하고 독립운동의 의지를 꺾으려 한 것입니다.
독립운동가들은 식민사관에 어떻게 대응했나요?
신채호, 박은식 등은 민족주의 사학을 통해 일본의 식민사관에 대항하였습니다.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민족정신이 민족의 독립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신채호는 민족 고유의 정신(낭가사상)을 강하게 유지할 때 고대 고구려나 백제처럼 강력한 국가를 이루고, 민족정신이 약해지면 나라가 약해지고 멸망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를 비판하고 민족 중심의 자주적 역사관을 강조했습니다. 신채호가 '묘청의 서경 천도 운동'을 강조하며 유학자 김부식을 비판하고 큰 나라에 대한 사대를 반대한 묘청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는 민족정신이 강렬했던 고대사 연구에 집중하며 '조선상고사' '조선사연구초' 등을 남겼습니다.
박은식은 신채호의 민족정신(낭가사상)과 비슷한 개념으로 '혼'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는 민족정신(혼)을 지키면 국가의 독립과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민족정신이 나타나는 과정에서 일어난 '가슴 아픈 일'을 정리한 '한국통사' '한국독립운동지혈사' 등을 저술하였습니다. 민족정신을 박은식이 '혼'이라고 말하듯 정인보는 '얼', 문일평은 '조선 심(心)'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정인보는 그의 글에서 '누구는 어릿어릿하는 사람을 보면 얼 빠졌다고 하고, 멍하니 앉은 사람을 보면 얼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며 민족정신 '얼'을 강조하였습니다.
사회주의자들은 식민사관에 어떻게 대응했나요?
민족주의 사학이 민족정신을 강조한 것과 달리 사회주의자 백남운은 마르크스 유물사관의 영향을 받아 '사회경제사학'을 주장하였습니다. 마르크스 유물사관에서 역사 발전 단계는 내부의 모순, 갈등 과정을 통해 필연적으로 다음 사회로 발전한다고 강조합니다. 그 영향을 받아 백남운은 그의 책 '조선사회경제사'에서 '한국사 역시 다른 나라들과 같이 고대 노예제, 중세 봉건제, 근대 자본주의의 단계를 거치며 성장하였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당시 '한국은 봉건사회를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 근대화할 수 없다'는 일본의 정체성론을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것이었습니다. 백남운은 세계사적인 일원론적 역사법칙에 따라 한국사도 다른 민족과 거의 같은 궤도로 발전 과정을 거쳐왔다고 주장합니다.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