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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1월 20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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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MRI 검사실, 테마파크처럼 바꿨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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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 MRI 기기. GE Healthcare 공식 홈페이지

 

딱딱하고 차갑다. 자기장이 발생시키는 진동 때문에 소음도 있다. 어떤 아이는 이것에 대해 병원에 있는 무시무시한 괴물이라 말한다. 바로 병원 내 핵심 의료 장비인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기기이다. 병원 현장에서 많은 소아 환자가 두려움을 느끼고 울거나 MRI 검사를 거부한다. 그래서 MRI 검사를 받는 어린아이 중 80% 정도는 진정제나 수면제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GE(제너럴 일렉트릭)의 디자이너들은 소아 환자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리고 마치 테마파크에 온 것처럼, 신비한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로 검사실을 탈바꿈시켰다. "자, 이곳은 우주 여행을 떠나는 곳이야. 병원에 있는 비밀 장소지. 어른들은 탈 수가 없단다." "와! 너무 신나요! 저 계속 와도 될까요?" 분명 동일한 장소였다. 하지만 아이들이 검사실에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에서 설렘으로 바뀌어 있었다. GE의 디자이너들은 소아 환자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처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겉으로 보이는 상황이 아니라 숨어 있는 진짜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도출, 현실화하는 사고방식을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이라 한다.

디자인 싱킹은 미국의 디자인 이노베이션 기업인 IDEO에서 혁신적 회의 기법으로 소개했으며, 스탠퍼드대학 D-School에서 학습 프로세스화하면서 혁신 경영 기법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현재 구글이나 애플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디자인 싱킹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 과거에는 기존 경험을 토대로 분석적 사고와 검증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변화 속도가 빠른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결과 예측이 어려운 문제들을 만나게 된다.

 

디자인 싱킹은 분석적 사고와 직관적 사고를 균형 있게 융합한다. 과거 경험을 통해 검증된 분석적 사고의 논리와 직관적 사고의 창조성, 두 대안의 장점을 통합함으로써 창조적인 결과물을 창출할 수 있다. 디자인 싱킹을 통해 토스, 배달의민족, 에어비앤비, 우버, 쿠팡 같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가 만들어졌고 다이슨의 날개 없는 드라이기, P&G의 밀대형 걸레 스위퍼 등 혁신적인 제품들이 개발됐다.

혹자는 디자인 싱킹이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 영역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일찍이 서양의 디자인 철학자 허버트 사이먼은 "모든 사람은 디자이너"라고 했다. 디자인을 단순한 미적 활동으로 보지 않고 기존의 상황을 보다 발전시키기 위한 지적인 창조 활동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디자인 영역에 일상 모든 것이 포함됨을 뜻한다. 동시에 우리가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우리는 디자인 싱킹 5단계 프로세스를 통해 새로운 문제를 찾아 탐구하고 기존 해결 방식보다 나은 방향으로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1단계 공감하기-'사용자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 단계, 2단계 문제 정의하기-실질적 문제를 찾는 과정, 3단계 아이디어 도출-정의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찾는 단계, 4단계 프로토타입-도출된 여러 아이디어와 개념들을 빠르게 가시화하는 단계, 5단계 테스트-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으로 이뤄진다.

 

디자인 싱킹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이전 단계로 돌아갈 수 있는 반복적인 과정이다.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을 목표로 두고 솔루션을 지속해서 개선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창의력과 함께 복합적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우리 교육계에서도 디자인 싱킹 프로세스를 활용한 교육과정을 넣으면 어떨까. 학생들은 배운 바를 실행해보는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한다. 하지만 넘어져야 일어서는 법을 배울 수 있듯 실패 후 다양한 대안을 생각해내고 문제에 재접근하면, 오히려 더 나은 결과물을 생성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마음가짐은 더욱 단단해지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영국의 가전제품 기업 다이슨은 지금까지의 헤어드라이어와 전혀 다른 형태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디자인 싱킹 과정을 거쳐 600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테스트한 것으로 유명하다. 실패한 부분을 학습하고 재차 시도한 끝에 새로운 발명품이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경험들이 진학에 초점에 맞춰진 학생들의 교육 환경에서는 부차적 행위로 경시될 수 있다.

그럼에도 시도해야 한다. 교육의 본질은 당장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20년 뒤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의 역량을 강화해주는 것이다. 더군다나 디자인 싱킹의 가치는 한 사람의 천재적인 능력에 기대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방향을 찾고 함께 방법을 모색하는 데서 최고의 문제 해결력이 발휘된다. 의심할 여지 없이 디자인 싱킹은 문제 해결의 치트키이자 미래 사회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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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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