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와 둥이들
입력 2026-05-04 09:12teen.mk.co.kr
2026년 05월 11일 월요일
˝사람들 떠나자 마음에 가시가 돋았다˝

하미와 둥이들
입력 2026-05-04 09:12 
(출처: NanoBanana2)
해님은 여느 때와 같이 유리구슬 바람 언덕을 비추고 있었어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살금살금 한 발짝 한 발짝씩 해 돋는 마을(동쪽 마을)에서 제비마을(남쪽 마을)로 걸어갔어요.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때는 해님과 달님이 싸우지 않고 서로 밸런스를 맞추는 날이었어요.
해님은 아리온에게 윙크를 하며 휘파람을 불었어요.
"오늘은 공평한 날이라 참 기분이 좋아. 밤과 낮이 같은 날이거든."
아리온이 인사를 건넸어요.
"무사히 다녀와 다행이에요. 비밀 여행은 어땠어요?"
해님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어요.
"세상의 변화를 보았지.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하나도 없더라고."
아리온이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을 하고 물었어요.
"뭐가요?"
해님이 신이 나서 여행담을 들려주었어요.
"내가 제비마을로 여행을 시작했을 때는 나뭇잎들이 초록색이었어. 그런데 한 발짝씩 뗄 때마다 나뭇잎 색들이 변하더라고. 풋사과 같은 단풍에서 깊고 성숙한 단풍으로. 발자국을 뗄 때마다 나뭇잎들이 하나씩 둘씩 떨어져 나중에는 벌거숭이가 되어 앙상한 가지들만 남게 되었어. 그러더니 은빛송이가 나뭇가지에 소복이 앉아 노래를 부르더라고. 내가 고개를 내밀어 인사를 하면 반짝이면서 손을 흔들었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맑고 투명한 연둣빛 새싹이, 야무지고 단단한 불그스레한 새싹이 살며시 고개를 들어 인사를 하더라고. 매 순간이 참 아름다웠어."
아리온이 말을 했어요.
"정말 멋지네요. 다음에는 나도 데려가요."
해님이 물었어요.
"너는 어떻게 지냈어?"
아리온이 신나서 말을 했어요.
"그동안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눈빛종이를 먹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요. 내가 제법 유명해졌거든요. 모르는 사람들도 나를 알아보니 흥분이 되더라고요. 마치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랄까 뭐 그런 거요."
해님이 미소 지으며 말을 했어요.
"아주 잘됐구나. 네가 너무 유명해져서 보기 힘든 거 아니야?"
아리온이 풀이 죽은 표정으로 말했어요.
"근데…근데 말이에요. 이제 점점 시시해지고 있어요."
해님이 조용히 말했어요.
"미안해서 어쩌지? 나는 이제 기러기마을로 떠나야 해서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수가 없구나."
아리온이 힘없이 말을 했어요.
"그렇게 짧게 있다 가는 거예요? 나는 더 얘기하고 싶은데요.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기나 해요?"
해님이 말을 이었어요.
"나는 세상을 골고루 비춰줘야 해. 그래야 우리 지구가 방긋 웃고, 이 커다란 우주도 비로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거든."
아리온은 서운한 마음에 해님에게 끝내 안녕이라는 말도 건네지 못했어요. 고개를 숙인 채 울먹이기만 했지요.
아리온은 다시 말할 상대가 없어서 외로웠어요. 사람들의 반응도 더 이상 뜨겁지 않았어요. 눈빛종이를 오물오물 먹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만 봐도 귀엽다고 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아리온의 작은 실수 하나도 그냥 넘기지 않았거든요. 그들은 심지어 아리온에게 나쁜 말과 거친 행동도 거침없이 하기도 했어요.
"저게 소식을 전하는 말이라고? 말도 안 돼. 앵무새같이 지껄이기만 하는구먼" 하고 'ㅌㅞㅅ ㅌㅞㅅ' 침을 뱉기도 하고, "내가 묻는 질문에는 대답도 못하고 엉뚱한 말만 하잖아. 배터리가 다 돼서 멈춰버린 장난감 로봇 같아" 하면서 몽둥이로 아리온의 주둥이를 때리기도 했죠. "바보 같은 녀석을 뭐 그리 대단하다고들 난리인지? 실망스럽기만 하구먼." 아리온의 다리를 '뻥뻥' 차기도 했어요.
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와 행동 하나하나가 가시가 되어 아리온의 마음에 꼭꼭 박혔어요. 심장이 쑤시고 아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해님의 지혜를 얻으려고 해님을 불렀지만 메아리만 울려 퍼졌어요. 아리온은 자기를 보호하는 유일한 길은 대꾸하지 않고 참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2회에 계속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