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교육실천이음연구소 연구위원
입력 2025-03-17 09:09teen.mk.co.kr
2025년 06월 25일 수요일
유튜버가 되고 싶은데, 글쓰기가 왜 필요하지?
이상수 교육실천이음연구소 연구위원
입력 2025-03-17 09:09지후: 삼촌, 난 게임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요. 크리에이터에게 제일 필요한 능력은 뭐예요?
삼촌: 음, 글쓰기 실력이 중요하지.
지후: 크리에이터는 영상만 잘 만들면 되는 거 아니에요? 글쓰기가 왜 필요해요?
삼촌: 어떤 영상을 만들고 싶은데?
지후: 롤(LoL) 게임에 관한 영상을 만들고 싶어요.
삼촌: 그렇구나. 그런데 크리에이터가 되려면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야 할 텐데, 전체적인 콘셉트는 생각해 봤어? 어떤 순서로, 어떤 스토리를 이어갈지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지후: 그렇군요. 그런데 그게 글쓰기랑 무슨 관계예요?
삼촌: 영상을 찍기 전에 어떤 영상을 만들지, 어떤 순서로 촬영할지 계획이 필요해. 그리고 각 영상을 찍으려면 시나리오가 먼저 나와야겠지.
지후: 나는 그냥 대충 생각나는 대로 찍으려고 했는데.
삼촌: 1분 남짓한 쇼츠 영상을 찍으려고 해도 시나리오가 필요해. 그렇지 않으면 시간 낭비만 될 거야.
지후: 삼촌, 그럼 나 글쓰기 좀 가르쳐 줘요.
삼촌: 그럴까.
삼촌: 지후는 글쓰기가 왜 그렇게 싫니?
지후: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리그오브레전드(LoL). (출처: 리그오브레전드)
삼촌: 지후가 좋아하는 롤(LoL)에 대해 써 보면 어때?
지후: 롤에 대한 거라면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삼촌: 좋아, 그럼 롤에 대한 글을 써 보자. 글쓰기 전에 삼촌이 몇 가지 물어볼게. 글을 누가 읽었으면 좋겠어?
지후: 누가 읽을지는 생각 안 해 봤는데. 꼭 정해야 한다면 롤을 처음 접하는 또래 친구들이 읽었으면 해요.
삼촌: 좋은 생각이야. 롤에 대해 무엇을 쓰고 싶어?
지후: 롤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내가 롤을 좋아하게 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삼촌: 그렇구나. 그럼 뭘 쓸지는 정했네. 이제 간단하게 개요를 짜 볼까?
지후: 삼촌, 그런데 개요가 뭐예요?
삼촌: 개요는 글의 뼈대 같은 거야. 글을 쓰는 건 집을 짓는 거랑 비슷해. 집을 지으려면 먼저 뭐부터 해야 할까?
지후: 설계도!
삼촌: 빙고! 개요는 내가 쓰려는 글의 설계도야.
지후: 그럼 개요를 어떻게 짜요?
삼촌: 우선 글을 쓰는 목적, 글을 읽었으면 하는 대상, 그리고 쓰고 싶은 내용을 정리해 보면 돼.
지후: 글을 쓰는 목적은 롤을 소개하는 거고, 대상은 롤에 관심 있는 초보 중딩들. 쓰고 싶은 내용은 내가 처음 롤을 접했던 이야기, 내가 롤에 푹 빠지게 된 이유, 그리고 롤을 처음 시작하는 방법 정도.
삼촌: 멋진 개요를 짰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글을 써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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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이 어때서? : 글쓰기를 혐오했던 중학생의 성장기
글쓰기 교사인 괴짜 삼촌이 오랜만에 조카 지후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삼촌은 마흔이 넘었지만 미혼이고, 지후네 집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수영을 하지 않지만, 겨울마다 부산에서 열리는 '북극곰 바다수영대회'에는 빠지지 않고 참가합니다.
또 자기는 시간 여행자라며, 과거나 미래에 대해 궁금한 일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합니다. 어느 날 지후가 다음주 복권 당첨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자, 그것은 '시간 여행자법' 위반 사항이라 안 된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삼촌이 괴짜임은 분명합니다. 지후는 게임에 푹 빠져 지내는, 글쓰기를 무척 싫어하는 평범한 중2입니다.
삼촌은 지후가 글쓰기를 무척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글쓰기 과제가 나올 때마다 툴툴거리는 모습을 여러 번 봤거든요. 책은 그냥 읽으면 좋은데, 독후감은 왜 써야 하는지, 여행을 다녀온 기행문은 왜 써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평하곤 했습니다.
한 번은 가고 싶은 고등학교에 지원하려면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데, 차라리 학교를 포기하겠다는 말까지 했죠. 이런 지후가 삼촌에게 먼저 글쓰기를 배우고 싶다고 하다니! 글쓰기 교사인 삼촌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지후와 삼촌의 글쓰기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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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뭘 써야 할지 모를 때, 내가 겪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부터 써보세요.
글을 쓰려고 할 때 처음 부딪히는 어려움은 뭘 써야 할지를 모르는 막막함입니다.
2.
개요를 먼저 짜 보세요. 글을 쓰는 목적, 독자 대상, 쓰고 싶은 내용을 정리하면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어요.
3.
일단 써 보고 생각하세요.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나 느낌은 글로 옮겨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노트에 손으로 쓰든, 컴퓨터로 입력하든, 핸드폰 메모장에 적든 눈으로 직접 봐야 생각이 정리됩니다.
4.
30분 타이머를 맞추고 게임하듯 써 보세요. 생각을 꺼내 글로 표현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글을 쓰려고 하면 생각이 여러 갈래로 흩어지고, 단어 선택에도 혼란을 겪게 되죠.
한 편의 글을 끝까지 쓰려면 집중력과 끈기가 필요해요.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