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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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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임금 오르면 … 빨래방 더 많이 간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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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여가 선택 #임금효과 #소득효과 #대체효과 #가정생산 #집단선택 #베커 소득효과 #베커 대체효과

소득·대체효과 우위에 따라
시간당 임금·노동공급 결정
임금 오르면 여가 수요 상승
가사노동 시간은 줄고
외식·빨래방 이용 늘어
사진설명
게티이미지뱅크

1. 임금효과와 노동공급

노동은 재화나 서비스 생산 과정에 투입되는 생산요소로 생산요소시장인 노동시장에서 거래됩니다. 노동시장에서 각 노동자가 공급하는 근로시간의 총합은 노동공급이, 각 기업이 원하는 노동시간의 총합은 노동수요가 됩니다. 노동시장에서 노동시간은 거래단위가, 시간당 임금(임금률)은 노동의 단위당 가격이 되며, 노동시간과 임금의 교환을 통해 노동자는 소비활동에 필요한 소득을, 기업은 생산 과정에 필요한 노동력을 얻습니다.

전통적으로 노동자 개인의 노동공급은 각자에게 주어진 24시간을 여가와 노동공급에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최선인지 결정하는 최적 시간배분 문제를 푸는 과정, 즉 노동-여가 선택(work-leisure choice)을 통해 이뤄진다고 봤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24시간은 노동이나 여가 두 가지 용도로만 쓰이며 여가는 휴식에, 노동은 여가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임금소득으로 치환하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즉, 여가는 시간 그 자체를 소비하는 행위이고, 노동은 시간을 재화나 서비스와 같은 물질과 교환해 소비하는 행위인 셈입니다.

이와 같은 노동과 여가 시간 배분은 시간당 임금을 비롯해 학력(교육 연수), 비근로 소득의 크기와 같은 개인적 요인은 물론 소득세 환급이나 근로소득세제 그리고 직업윤리·노동관과 같은 다양한 사회·제도·문화적 요인들에 의해서도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시간당 임금은 개인의 노동-시간 배분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임금효과를 발생시킵니다.

시간당 임금 상승이 노동공급에 미치는 영향인 임금효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여가와 노동시간에 영향을 미칩니다. 시간당 임금 상승은 소득을 증가시켜 여가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동시에, 노동을 포기하고 여가를 선택하는 대가를 비싸게 해 여가 수요를 줄이는 작용을 합니다. 여가는 시간을 소비하는 행위로 소득이 증가할 때 수요가 증가하는 정상재입니다. 따라서 시간당 임금 상승으로 임금소득이 증가할 때 여가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소득효과가 발생합니다.

한편 노동을 줄이고 여가를 늘리면 노동공급을 통한 임금소득이 줄고 이에 따라 재화나 서비스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당 임금은 여가의 기회비용, 즉 여가를 선택할 때 지급해야 하는 가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간당 임금 상승 시 발생하는 소득효과는 여가를 늘리고 노동을 줄이는 힘으로, 대체효과는 여가를 줄이고 노동을 늘리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이 두 가지 힘은 여가에 서로 상반되는 영향을 미치므로 둘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우세한가에 따라 시간당 임금이 노동공급에 미치는 효과가 결정됩니다. 대체효과가 소득효과보다 크다면 시간당 임금 상승은 노동공급 증가 및 여가 감소로, 그 반대의 경우라면 시간당 임금 상승은 노동공급 감소 및 여가 증가로 이어집니다.

실제 시간당 임금과 노동공급 시간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는 이 두 가지 경우가 모두 가능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시간당 임금이 낮은 경우 대체효과가 소득효과보다 우세해 시간당 임금이 상승할수록 노동공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이러한 경향은 시간당 임금이 평균 이상인 경우에도 관찰됩니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시간당 임금이 높아지면 대체효과보다 소득효과가 우세해 오히려 노동공급이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따라서 노동공급곡선은 [그림]에서와 같이 후방굴절하는 형태를 가지게 됩니다.


2. 가정생산과 노동공급

노동자가 주어진 시간을 노동과 여가, 두 가지 용도로만 사용한다는 가정은 간단하면서도 꽤 설명력이 높지만 실제 노동자의 시간 사용을 묘사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노동공급에 관한 최신 연구는 가정생산(home production)과 집단선택(collective choice)이라는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노동자의 시간배분 문제의 현실성을 크게 제고했습니다.

사진설명



가정은 기업처럼 시간을 사용해 필수 가사서비스를 생산하는 공간으로 노동자는 노동공급과 여가 이외에도 가사노동에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가령 돌봄 노동, 설거지, 빨래, 요리와 같은 가사서비스는 생활에 필요한 필수서비스로 별도의 시간을 투입해야만 자체 조달이 가능합니다. 물론 도시에서 거주하는 경우라면 시장에서 돈을 지불하고 구매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지출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노동자는 24시간을 노동공급과 여가, 가사노동 세 가지 용도로 할애해야 하며, 이때 자신 이외 다른 가구 구성원의 편의까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게리 베커(G. Becker)는 가정생산을 고려한 노동공급 결정에서 시장에서 판매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상이한 성질에 주목합니다. 가령 해맞이 구경이나 산책, 영화 관람 등은 시간을 많이 쓰는 '시간 집약적' 재화·서비스이며, 패스트푸드나 외식 그리고 보육서비스 등은 시간보다 재화나 소득을 많이 쓰는 '재화 집약적' 재화·서비스입니다. 시간당 임금 상승은 소득을 늘려 재화·서비스 소비를 증가시키고 이를 소비할 수 있는 시간, 즉 여가를 늘리는데 이를 베커 소득효과라고 합니다. 한편 시간당 임금 상승은 여가를 비싸게 만들어 여가를 줄이고 노동공급을 늘리며, 재화·서비스 소비 시 '시간 집약적' 재화·서비스를 '재화 집약적' 재화·서비스로 대체하도록 유도해 가사노동 시간을 줄입니다. 가령 집에서 요리·빨래를 직접 하는 대신 외식·빨래방 이용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이를 베커 대체효과라고 하는데, 노동공급에 베커 소득효과와는 정반대의 영향을 미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