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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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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에도 왜 생활비는 줄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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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순응성 #절대소득가설 #소비평활화 #소비의 수수께끼 #상대소득가설 #생애주기가설 #항상소득가설
일정한 소득에만 맞춰서 돈써
친구 지출 패턴에도 영향받아
한번 굳은 습관 안 바뀌는 셈
노후자금 대비한 저축 덕분에
소비수준 유지된다는 이론도

 

게티이미지뱅크

 

1. 소비평활화

가계의 소비지출은 국민소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으로 현재 경기를 진단할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합니다. 현실에서 소비지출은 국민소득이 증가할 때 팽창하고 국민소득이 감소할 때 위축되는 경기순응성(pro-cyclicality)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국민소득과 소비지출 간 이러한 뚜렷한 공행성은 소비지출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한 케인스의 소비이론(절대소득가설·absolute income hypothesis)으로 훌륭하게 설명됩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소비지출은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항시 일정하게 소비해야 하는 독립소비와 처분가능소득에 비례적으로 증가하는 소비로 구성됩니다. 이때 소득 대비 소비지출의 비중인 평균소비성향은 소득이 높을수록 작아지게 됩니다. 이는 소득이 높을수록 독립소비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기에 국민소득과 소비지출 간 공행성은 단기만큼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으며 평균소비성향도 대체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경기가 호황과 불황을 거듭하며 변동할 때 소비지출도 그에 따라 각각 증가하고 감소하는 방식으로 영향은 받지만 소득 변동성에 비해 그 폭이 현저히 작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소비지출이 소득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소득에 비해 그 변동성이 현저히 미미한 것을 소비평활화(consumption smoothing)라고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소비지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소비의 수수께끼(consumption puzzle)로 불리며 오랜 기간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가설이 제기돼 왔습니다.

2. 상대소득가설

 

듀젠베리(J. S. Duesenberry)와 모딜리아니(F. Modigliani)는 상대소득이 소비지출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습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소비지출을 결정하는 데 자기 소득의 절대수준보다 자신이 소비활동 시 준거로 삼는 또래집단의 소득과 소비지출 수준이 훨씬 큰 영향을 미칩니다. 대개 사람들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교류하며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습관이 있으므로 소득이 비슷한 무리의 소비지출을 자기 소비의 기준으로 삼아 지출 규모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소비는 또래집단의 소비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며 이러한 경향성은 단기간에 쉽게 변하지 않으므로 장기에도 그대로 유지되기 쉽습니다.

이러한 소비관성 혹은 습관적 소비는 경제 상황에 따라 자신의 소득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더라도 소비는 바뀐 소득수준에 맞춰 신속히 조정되지 않고 상당 기간 기존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가령 한동안 고소득자에 속하던 사람이 그 그룹의 소비지출 규모에 자신의 소비를 맞춰왔다면 향후 더 이상 자신이 과거처럼 많은 소득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이미 형성된 습관 때문에 그 후로도 일정 기간은 과거의 소비형태를 유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소비는 소득에 비해 그 변동성이 작게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컨대 상대소득가설 아래에서 소득수준에 따라 소비습관이 한 번 형성되면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비가역성을 가지며 이러한 이유로 장기에 소득에 비해 비교적 평탄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3. 생애주기가설

모딜리아니-안도-브룸버그(Modigliani-Ando-Brumberg)는 생애 전반에 걸친 소득 흐름에 따른 저축이 소비지출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습니다. 통상 노동시장 진입 전인 영유아기 및 소년기까지는 생산활동을 통해 소득을 발생시키지 못하며 의식주 및 교육투자에 필요한 지출을 부모나 유산 등에 의존하는 단계입니다. 한편 청장년기에는 자신이 필요한 몫 이상으로 소득을 벌어들일 수 있지만 이러한 소득흐름이 평생 지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은퇴 이후의 삶, 즉 노후를 위해 저축을 합니다. 은퇴 이후 노년기에는 더 이상 소득이 발생하지 않거나 청장년기에 비해 현저히 적은 소득을 벌어들이지만 과거 축적해둔 저축을 통해 부족한 소득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생계유지를 위한 소비지출은 필연적인 데 비해 스스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기간은 생애 전반에 걸쳐 일정 시기로 제한돼 있으므로 저축이라는 완충자산(buffer asset)을 통해 보완하며 이를 통해 소비지출 규모가 소득변동에 따라 지나치게 많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계획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소비지출은 소득의 변동성에 비해 덜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가 장기에 소득보다 완만하게 움직이는 또 다른 합리적 이유인 셈입니다.

4. 항상소득가설

프리드먼(M. Friedman)은 소비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소득을 항상소득(permanent income)과 일시소득(transitory income)으로 구분했습니다. 항상소득은 주로 장기간·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으로 예측 가능하며 변동성이 작고, 일시소득은 간헐적·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으로 예측이 어렵고 변동성이 큽니다. 프리드먼은 소비지출은 일시소득이 아닌 항상소득에 따라 결정된다고 봤습니다. 항상소득은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소득의 평균수준으로 그 특성상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된 결과의 성격이 강하므로 단기의 소득 변동에 따라 크게 변하기 어렵습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최근 승진으로 급여가 늘었더라도 급여 증가가 항상소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이에 따른 소비지출 증가도 미미한 수준에 그칩니다. 따라서 소득이 늘어난 만큼 소비지출은 늘지 않으며 이는 장기에 소비지출이 소득에 비해 변동성이 작게 나타나는 원인이 됩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복권에 당첨되더라도 당첨금액이 자신의 항상소득을 바꿀 정도로 크지 않다면, 즉 생애 전반에 걸쳐 기대되는 평균적인 소득을 항구적으로 늘릴 정도가 아니라면 소비지출은 그리 크게 증가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