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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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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오른 제품 값은 왜 떨어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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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산출량 #경기안정정책 #케인스식 처방 #메뉴비용 #가격경직성 #불완전정보
경기 살리려 정부지출 늘려면
물가 부추길 우려도 커져
원자재값 부담 큰 식품업계
가격인상 시기 놓고 눈치싸움
'끈적한' 고물가 시대 진입

 

서울우유협동조합이 10월부터 흰우유 제품 '나100%우유'(1L)의 출고가를 대형할인점 기준 3%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날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나100%우유'. 연합뉴스

 

1. 경기안정정책

한 나라의 물질적 풍요와 여유를 결정짓는 가장 주된 요인은 실질국민소득입니다. 실질국민소득은 한 나라 경제가 노동·자본·토지 등 생산요소와 생산기술을 조합해 생산할 수 있는 재화·서비스 산출량으로 생산 활동의 결과로 발생한 총부가가치 합과 같습니다. 이 값이 클수록 더 많은 재화·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마련되는 셈입니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더 많은 산출량을 통해 더 많은 재화·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실질국민소득은 장기간 큰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꾸준히 성장하면 이상적이지만 한 나라의 실제 산출량은 잠재 산출량에 비해 일시적으로 더 크기도 하고 때로는 더 작기도 합니다.

실제 산출량이 잠재 산출량보다 큰 것을 경기호황 또는 경기확장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 재화·서비스 품귀 현상이 빚어져 물가가 상승하고 구인난을 겪는 등 경기가 과열됩니다. 이러한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면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폭등하고 이렇게 형성된 자산 가격 거품은 노동력과 자본을 생산적인 용도에서 투기적인 용도로 이전시켜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낳고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키는 등 많은 부작용을 가져옵니다.

한편 실제 산출량이 잠재 산출량보다 작은 것을 경기침체 또는 경기수축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 실업이 증가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등 국민 경제의 근간인 가계와 기업 경제가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정부는 실제 산출량이 잠재 산출량보다 과도하게 커지거나 작아지는 경기변동을 제어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를 경기안정정책 또는 경제안정화정책이라고 하며 이를 통해 물가안정과 완전고용 등 거시경제 안정을 도모합니다.

경기안정정책의 핵심은 경제의 위축된 지출을 늘리는 것입니다. 가령 시중에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춰 대출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가계와 기업의 이자 상환 부담과 자금 조달 비용을 줄여 소비와 투자 진작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렇게 시중에 돈이 흘러넘치게 했음에도 민간 지출이 충분히 늘지 않으면 정부가 직접 고용을 늘리고 공공사업을 벌이는 등 지출 활동을 전개해 직접 소비와 투자를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간 지출을 파생시킬 수 있습니다. 이른바 케인스식 처방이라고 하는 것이 이러한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출 활동을 장려하는 것입니다.

 

요컨대 경기불황기에는 정부가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춰 민간 지출 증가를 간접적으로 유도하든지, 혹은 더 직접적으로 예산이나 빚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재정활동을 전개해 경제에 필요한 지출을 만들라는 것입니다. 현재 이러한 경기부양정책은 경기불황기에 정부가 수행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경기안정정책으로 자리 잡았지만 만능은 아닙니다. 경제학자들의 연구가 거듭되면서 인위적으로 지출을 만들어내는 경기부양정책이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이라는 대가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2. 가격경직성

경기부양정책은 민간 지출을 비롯한 경제 전반의 지출을 늘리지만 잠재 산출량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잠재 산출량은 경제의 총생산 능력에 관한 것으로 노동·자본·토지와 같은 가용 생산요소가 늘거나 생산기술의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기부양정책에 따라 팽창된 지출은 재화·서비스 품귀현상을 가져와 물가상승 압력을 발생시킵니다. 이렇게 발생한 물가상승 압력은 원자재·중간재 가격 상승 및 임금 상승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그대로 실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일은 드뭅니다. 현실에서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조정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 유·무형의 비용이 들고, 노동자들의 명목임금은 계약에 의해 일정 기간 고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제품가격을 정할 때 생산비용을 반영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명목임금이 계약에 따라 일정 기간 고정돼 있으므로 물가상승에 따른 노동자들의 임금상승 요구가 있더라도 곧바로 반영되지는 않으며 다음 번 임금협상 때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이때 다음 번 임금계약 때까지 노동자들의 명목임금은 일정한 데 반해 물가는 상승하므로 그들의 구매력, 즉 실질임금은 감소하게 됩니다.

한편 노동력 이외 생산요소 가격이 상승해 제품가격을 인상해야 할 때도 곧바로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일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데 이는 가격 인상 시 수반되는 각종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가령 가격표 교체비용, 바뀐 가격표를 고객에게 홍보하고 납득시키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 가격인상에 따른 고객 반발 및 고객 이탈 등이 모두 제품 가격 인상 시 기업이 감수해야 하는 비용입니다. 이를 메뉴비용이라고 하며 이는 생산비용 상승으로 기업이 제품 가격을 인상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억제하는 원인이 됩니다.

불완전 정보도 가격경직성을 만들어 내는 한 원인이 됩니다. 실제로 물가상승이 일어났더라도 개별 기업 단위에서 그것이 자사 제품 가격을 포함한 전반적인 제품 가격 상승에 의한 것인지, 자산 제품 이외 일부 품목 가격 상승에 의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면 단순히 물가상승이 관찰된다고 해서 쉽사리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 없게 됩니다. 물가상승 품목 가운데 자사 제품도 포함되는 것이라면 마땅히 제품 가격을 인상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칫 가격 인상으로 시장 점유율과 이익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물가상승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실제로 물가상승으로 신속히 이어지지는 않는 가격경직성이 현실에서 나타납니다. 가격경직성이 없다면 경기부양정책으로 지출을 늘려도 그 효과가 물가상승에 의해 빠르게 없어져버립니다. 지출 증가가 인건비와 원자재·중간재 가격을 빠르게 끌어올려 생산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면 기업은 고용을 줄이게 되고, 기업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 물가가 상승해 가계의 소비를 위축시키기 때문입니다.

[최봉제 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