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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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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진보, 18세기 인구억제론을 반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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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서스 트랩 #맬서스적 세계 #양과 질의 교환
맬서스가 주창한 인구폭발 함정
생산성 초과한 인구증가 경고
산업혁명에 생산력 비약적 향상
인구·경제의 동반성장 이끌며
기술 간과한 맬서스 오판 증명
20세기 후반들어 교육투자늘어
선진국일수록 저출산 기조 전환

 

1868년 독일 켐니츠의 작센 기계 공장. 매경DB

 

1. '맬서스적 세계' 인구와 기술 진보

경제사적으로 인구와 기술 수준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습니다. 고대로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한 경제가 유지할 수 있는 인구는 그 경제의 생산력으로 부양할 수 있는 인구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녀를 원한다는 보편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무한정 늘어날 수 없으며 보이지 않는 수용한계를 가진다는 뜻입니다.

경제학자 맬서스에 따르면 기술 발달로 늘어난 농업 생산력은 더 많은 출산으로 이어져 일시적으로 인구를 증가시키지만 늘어난 인구로 인해 1인당 소득은 정체되고 이는 다시 출산을 줄이는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농업 생산력 향상에도 불구하고 인구는 늘어나지 않고 정체된 상태를 유지합니다. 실제로 산업혁명 이전까지 인구 증가율은 전염병 창궐이나 장기간에 걸친 전쟁과 같은 사건 전후 기간을 제외하면 대체로 일정하게 유지돼왔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맬서스의 이론대로라면 인구는 항상 그 경제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 수준에 수렴하려는 경향이 있고 이를 넘어서는 즉시 피임이나 전쟁과 같은 자발적·비자발적 요인에 의해 조절됩니다. 또한 흑사병과 전쟁 등으로 인해 인구가 과도하게 줄면 다시 자녀를 갖고자 하는 사람들의 기본적 욕구가 발현돼 경제의 수용한계 수준까지 인구가 증가하게 됩니다. 이는 기껏 향상된 생산력이 늘어난 인구를 먹여 살리는 데 대부분 쓰이고 만다는 뜻으로 1인당 소득을 정체시키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이 같은 맬서스 트랩(Trap)이 작동하는 맬서스적 세계(Malthusian world)는 산업혁명 이전의 인구 변화를 설명하는 데 유용합니다.

 

 

2. 산업혁명기 인구 변화

 

산업혁명은 인류의 생산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킴으로써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이르는 급격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는 출산과 양육 형태에도 질적 변화를 가져옵니다.

급격히 향상된 생산력은 경제에 더 많은 잉여 생산물을 가져다줬고 이는 경제 성장에 필요한 견고한 규모의 자본 축적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또한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서서히 위생·보건·교육에 대한 광범위한 공적 투자가 이뤄집니다. 개선된 위생과 보건 환경은 영·유아 사망률 하락 및 평균수명의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산업화된 사회의 인구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게 됩니다. 또한 늘어난 인구를 먹여 살리고도 남을 만큼 늘어난 생산력 덕분에 1인당 소득도 증가하게 됩니다. 이 시기 인구 증가율과 1인당 소득이 함께 높아진 것은 농업을 비롯한 산업생산력의 급속한 향상에 힘입은 것입니다.

더 많은 인구는 생산성이 높은 젊은 노동력을 시장에 공급하고 구매력을 갖춘 견고한 수요를 형성해 시장의 규모와 범위를 양적·질적으로 확장하기 때문입니다. 인구가 많을수록 기술 개발에 종사하게 되는 사람의 절대적 숫자가 많아지고 기술 개발에 성공해 이를 상용화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도 크기 때문에 기술 진보 속도도 더 빨라지기 마련입니다.

 

3. 20세기 후반의 인구 변화

 

전후 세대인 베이비부머 세대가 가임기에 들어서고 경제활동의 주축이 된 20세기 후반 서구사회를 비롯한 산업사회에서는 새로운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관찰됩니다.

항구적인 성장 경로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국가에서는 늘어난 기대수명, 높아진 소비생활 수준,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로 인해 교육 투자에 대한 유인 동기가 강화됩니다. 기대수명이 늘어날수록 교육 투자를 통해 획득한 기술과 지식의 대가를 노동시장에서 회수하고 이를 영위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점차 복잡한 기계 등 생산 공정에서 자본재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분업과 협업에 따른 현대적 생산 체제가 정립됨에 따라 생산활동 전반에 걸쳐 노동자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이 더해지게 됩니다. 기계를 조작하거나 감독관의 지시를 성공적으로 수행함은 물론 작업을 관리·감독할 인력과 복잡다변한 상거래·금융 활동을 수행할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기술 진보와 사회적 생산력 증가에서 비롯된 환경 변화는 1인당 교육 수준을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이는 문맹률 하락 등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가져옵니다. 이렇게 높아진 노동생산성은 경제의 생산력 증가로 이어져 다시 기술과 교육에 대한 투자로 연결되는 선순환 고리를 형성해 경제 성장을 가속화합니다. 교육 투자 증가는 인구통계학적으로 두 가지 측면에서 맬서스적 세계와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우선 교육 투자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교육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 금전을 쓰게 되고 그 수익을 더 오래 향유할 수 있게 되면서 출산과 육아로 인한 개인의 기회비용이 증가했습니다. 이는 사람들에게 출산과 육아를 꺼리게 하는 유인 동기로 작용합니다. 또한 더 많은 자녀를 낳아 키우기보다는 적은 자녀를 낳더라도 더 많은 교육을 통해 자녀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소비생활 등 자녀가 누리게 될 전반적인 삶의 질이 부모 자신에 비해 열악해지지 않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1인당 교육 수준과 1인당 소득은 늘리지만 출산율과 인구 증가율을 하락시키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양과 질의 교환 현상이 경제성장률과 1인당 소득이 높은 국가에서 더 뚜렷하게 관찰된다는 사실은 이러한 유인 동기가 실재한다는 방증이 됩니다.

 

 

지붕이의 용어사전

■ 맬서스의 인구론

영국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T. Malthus)는 인구의 자연 증가는 기하급수적인 데 비해 생활에 필요한 물자는 산술급수적으로만 증가하므로 과잉인구로 인한 빈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기술 발전으로 경제의 생산력이 증가하더라도 늘어난 생산력이 고스란히 인구 증가로 이어져 1인당 소비할 수 있는 식량은 다시금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고 만다. 따라서 인구 증가가 늘어난 생산력을 희석시켜버려 1인당 소득은 생존가능수준(subsistence level)에 머물러 있게 된다.



[최봉제 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