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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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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높다는 건 돈 떼일 확률도 크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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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율 #할인율 #소비평탄화 #시간선호
돈 빌려준 기간이 길수록
불확실성과 위험도 커져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아

1. 시간과 이자율

소비와 저축의 본질은 오늘의 소비와 내일의 소비를 결정하는 문제로 현재와 미래라는 서로 다른 두 시점 간 자원 배분에 관한 의사 결정이다.

통상 금전 대차거래에는 제때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불확실성과 언제 돌려받을 수 있는가 하는 거래 기간의 문제가 개입된다. 통상 제때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확실치 않다는 사실은 대차거래가 위험을 동반한다는 것을 뜻하며 거래 기간이 길수록 이러한 위험에 오래 노출된다는 뜻이다. 이때 돈을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 오늘의 소비를 포기한 대가로 미래에 보상받고자 하는 금액이 이자로 인내심에 대한 보상인 셈이다. 한편 돈을 빌리는 사람 입장에서 이자는 오늘의 소비를 위해 미래 자원을 앞당겨 쓴 대가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통상 이자는 돈을 제때 돌려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낮을수록, 자금 상환 기간이 길수록 높기 마련이다.

이자는 일정 규모의 자금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이자율은 1단위 자금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격에 해당한다. 대차거래에서 이자율은 현재 자금과 미래 자금의 실제 가치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가령 연 이자율 2%, 현재 금액 100만원의 1년 후 가치는 '(1+0.02)×100만원=102만원'이다. 이때 1년 후 미래 금액 102만 원의 현재 가치는 '102만원÷(1+0.02)=100만원'이다. 즉 이자율은 현재 가치를 미래 가치로 환산해주는 증가율인 동시에 미래 가치를 현재 가치로 할인해주는 할인율(discount rate)인 셈이다.

2. 이자율의 결정

이자율은 어떻게 결정되며 이자율에 영향을 미치는 본질적인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금융 또는 대차거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미시적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령 A와 B 두 사람이 금전 대차거래에 임하는 상황을 상정하자. A는 현재와 미래 시점에 각각 2와 0을, B는 0과 2를 가지고, A는 현재와 미래 1씩 균등하게 그리고 B는 미래에만 2를 소비한다고 하자.

이때 B는 A에게 지금 자신에게 1을 주면 미래에 자신이 가진 2 중 '일부'를 주겠다는 제안을 할 수 있다. 한편 A는 B에게 지금 자신이 가진 1을 주고 미래에 2 중 '일부'를 달라는 제안을 할 수 있다. 두 사람의 대차거래에서 시점 간 거래되는 '일부'가 얼마가 될지는 두 사람의 협상력에 의존한다. 만약 A의 협상력이 B보다 크다면 '일부'는 1보다 클 것이고 B의 협상력이 A보다 크다면 1보다 작을 것이다.

시간에 대한 선호와 시간의 단방향성 그리고 경제의 저장기술은 시간에 걸친 거래 시 협상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들이다. 가령 A가 현재 자원 1단위를 팔 때 받고자 하는 최소 가격에는 A가 현재 소비와 미래 소비 사이에 어느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관한 선호가 반영된다. 또한 B가 현재 자원 1단위를 받을 때 줄 수 있는 최대 가격에는 B가 현재 소비와 미래 소비 사이에 어느 것을 얼마나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가 반영된다. 두 사람이 미래 소비보다 현재 소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수록 A의 협상력이 그 반대의 경우라면 B의 협상력이 강해진다.


한편 A는 현재 2만큼 자원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현재 1을 쓰고 나머지 1을 저장함으로써 현재와 미래에 균등하게 1씩 나누어 소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B는 현재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대차거래가 없다면 A처럼 현재와 미래에 걸쳐 고르게 소비하는 소비평탄화가 불가능하다. 이처럼 시간은 현재에서 미래로만 흐른다는 시간의 단방향성은 두 사람 간 협상에서 현재 자원을 가지고 있는 A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

한편 A가 저장할 때 발생하는 비용이나 시간이 지나면서 부패 및 마모(감가)되는 자원의 양은 A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만약 A의 저장비용이 0이라면 B가 A로부터 현재의 자원 1단위를 구매하면서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이 1보다 작지 않다면 두 사람 간 대차거래 협상은 성사될 수 있다. 가령 B가 A에게 '현재 자원 1단위를 빌리는 대가로 미래에 자원 1.1단위를 갚는 계약'을 제시한다면 A는 이를 흔쾌히 수락할 것이다.

이 경우 두 사람 간 대차거래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10%인 셈이다.

그러면 현재의 자원 1단위 가격이 미래의 자원 1단위보다 작아질 수도 있을까? 이는 현재 소비를 미래 소비로 전환하는 기술, 즉 저축에 따른 저장비용의 크기에 의존한다. 두 사람 간 거래가 없을 때 A가 현재 자원을 미래에 소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저장, 즉 저축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자원의 부패나 마모가 발생할 수 있다. 가령 A가 현재 자원 1단위를 저장할 때 0.2단위가 마모된다고 하자.

이때 A는 현재 자원 1단위를 B에게 판매한다면 그 대가로 B로부터 미래 자원 0.8단위 이상 받고자 할 것이다. 만약 B가 A로부터 현재 자원 1단위를 구매하면서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이 0.8단위보다 작지 않다면 두 사람 간 대차거래는 성사될 것이다. 가령 B가 A에게 현재 자원 1단위 빌리는 대가로 미래 소비 0.9단위를 갚는 계약의 경우 이자율은 -10%인 셈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이자율이 음(-)의 값을 가지는 경우가 실제로 얼마나 있을까?

현실에서 관찰되는 이자율은 거의 대부분 양(+)의 값을 가지는데 이는 대체로 사람들이 현재를 미래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시간선호)하며, 금융시장 발달과 투자를 비롯한 자원 증식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원 저장비용이 획기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현재에서 미래로만 흐르기 때문(시간의 단방향성)에 미래에서 현재로 자원을 이전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고, 불확실한 미래 소비보다 확실한 현재 소비를 더 좋아하기 때문(미래의 불확실성)에 사람들은 대체로 현재를 미래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자원의 부패와 마모를 줄이는 기술 발달, 금융시장을 통한 자원 이전 기술 발달은 자원의 저장비용을 줄이는 요인이다. 이러한 것들로 인해 현실에서 이자율은 거의 예외 없이 양(+)의 값을 가진다.

 
지붕이의 용어사전
 
■ 소비평탄화

사람들이 현재와 미래 여러 기간에 걸쳐 소비를 소득 흐름과 무관하게 비교적 고르게 하려는 성향이 있다는 이론이다. 소득은 생애주기에 걸쳐 고르게 발생하지 않는다. 통상 영유아기·청소년기 그리고 노년기에는 소득이 적고 청·장년기에는 많다.

하지만 대개 소득이 적은 기간에도 소비를 일정 수준 이상은 하려 하고 소득이 많은 기간에도 소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리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따라서 소득에 비해 소비의 변동성은 더 작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가지는데 이를 소비평탄화라고 한다. 실증적으로도 소비는 소득이 늘 때 증가하고 줄 때 감소하긴 하지만 소득의 변동폭에 비하면 그 변동폭이 훨씬 덜한 것으로 나타나며 이러한 경향은 장기에 더 명확하게 나타난다.
 
[최봉제 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