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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 13일 목요일
'생명의 신비' DNA 이중나선 구조 밝혀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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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가 유전 물질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과학자들은 그 구조를 연구해 DNA가 어떻게 유전을 담당하는지 알아내고자 했다. 1952년 영국의 윌킨스와 프랭클린은 X선 결정학 기술을 이용해 DNA 결정의 X선 사진을 얻었다. 이 사진에서 DNA가 나선이라는 사실과 위와 아래의 어두운 부분은 특정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윌킨스와 프랭클린은 DNA의 입체 구조를 밝히기 위해 DNA의 결정을 만들고, 여기에 X선을 쪼여 회절 양상을 얻었다. X선 결정법(X-ray crystallography)이라고 하는 이 실험은 투사된 X선이 결정 내에 있는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분자 구조에 의해서 어떻게 굴절되는지 조사함으로써 결정의 미세 구조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다. 실험 결과 그들은 DNA가 바깥 표면에 인산 구조를 가진 나선형이며 2개의 가닥으로 구성돼 있고, DNA 분자 내에서 2.0㎚, 0.34㎚로 반복돼 나타나는 것이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윌킨스와 프랭클린은 알지 못했다.
샤가프(1905~2002)는 1940년대 여러 생물종으로부터 뉴클레오타이드의 양을 조사했다. 뉴클레오타이드의 양이 같은 종에서는 일정하며, 나아가 아데닌(A)의 비율은 항상 티민(T)의 비율과 같고, 구아닌(G)의 비율은 사이토신(C) 비율과 항상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A+G의 비율은 50%이고 T+C의 비율도 50%인데, 이러한 관계를 샤가프의 법칙이라고 한다.
1953년 왓슨과 크릭은 샤가프의 법칙과 윌킨스·프랭클린이 알아낸 사실을 토대로 A, C, G, T의 분자 모형을 가지고 DNA 모델을 만들고자 하였다. 그들은 모델 조각들을 끼워 맞추다가 아데닌과 티민 그리고 구아닌과 사이토신 분자의 표면이 서로 잘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데닌과 티민, 구아닌과 사이토신은 구조상 서로 잘 들어맞는 결합 쌍을 이룰 것으로 예측했고, 이것은 의문이었던 샤가프의 법칙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X선 결정 실험 결과를 토대로 DNA는 바깥쪽에 인산, 당 골격을 가지고 안으로 염기가 마주 보는 두 가닥의 사슬이라고 추정했다. 왓슨과 크릭은 DNA 모델을 완성한 후 이중나선(double helix) 모델이라 불렀다. 이 구조는 염기가 쌍을 이루어 한 평면을 형성하고, 이것이 당과 인산의 외부 골격에 연결돼 전체적으로 나선형 계단 모양을 만든다.
"우리는 DNA(디옥시리보핵산)의 구조를 보이고자 한다. 이 구조는 생물학적으로 의미심장한 새로운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시작하는 한 편의 짧은 논문은 DNA 복제와 전사 및 번역의 유전 정보 중심 원리를 이루는 분자생물학의 기본적인 신비를 밝혀냈다. 논문 제목은 '핵산의 분자 구조: 디옥시리보핵산의 구조'로 전문은 단지 842개 단어와 128줄로 구성됐다. 이 논문은 1953년 4월 25일에 과학잡지 '네이처'에 발표됐으며 같은 호의 네이처지에 왓슨과 크릭의 또 다른 논문과 윌킨스와 프랭클린의 논문 2편이 함께 수록되었다.
DNA 구조를 밝힌 공로로 1962년 왓슨과 크릭, 윌킨스는 노벨상을 받았다. 하지만 X선 회절 사진으로 DNA 이중 나선 구조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프랭클린은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프랭클린의 X선 회절 사진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기술로 촬영해 DNA가 나선임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는데 왜 노벨상을 받지 못했을까? 노벨상은 노벨위원회의 규칙에 따라 수상 발표 당시 살아 있어야 하며, 공동 수상자는 최대 3명까지다. 프랭클린 박사는 1958년 37세의 꽃다운 나이에 난소암으로 유명을 달리해 수상자에서 제외되었다.
왓슨과 크릭이 이중 나선의 신비를 알아냄으로써 생물학에는 일대 혁명이 일어났고, 생명체에 대한 과학자들의 사고는 완전히 새롭게 변화되었다. 가장 중요한 결과는 생명을 바라보는 철학적 관점의 변화다.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사람은 생물은 무생물과는 다른 특별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을 뿐 그 실체가 무엇인지는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왓슨과 크릭의 업적은 유전 현상의 신비를 넘어 생명 현상의 발현 기작을 푸는 열쇠를 제공하였다. DNA 이중 나선 모델을 통해 DNA에 존재하는 염기 순서가 유전 정보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유전 정보가 어떻게 복사되는지는 물론 4염기가 반복되어 구성된 DNA의 염기 순서가 어떻게 유전 암호로 작용하는지를 밝히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멘델이 유전 법칙을 발견한 후 왓슨과 크릭이 유전자의 분자 구조를 규명함으로써 20세기 후반부터 유전자의 기능 연구와 유전자 조작이 가능해졌다. 분자 유전학의 발전으로 생명에 관한 신비의 베일은 하나씩 벗겨지고 있으며, 유전자가 어떻게 생명체의 형태 형성과 발생 과정에 작용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DNA의 실체에 대한 이해에 따라 1970년부터 생명 현상의 인위적인 조작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유전공학, 나아가 생명공학을 통해 인류는 제2의 산업혁명 시대를 맞게 되었다.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