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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3일 목요일
˝내 몸이 왜 이러지˝…유전자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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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아기'를 소재로 한 '가타카'의 영화 포스터. 이 영화는 유전자 조작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를 경고하고 있다.
1997년 개봉한 '가타카'라는 영화가 있다. 워낙 오래된 영화라 요즘처럼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 적용된 것은 아니지만, 생명공학이 발달한 현시점에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영화이다. 영화에서는 선천적으로 근시에 심장이 약해 서른 살까지밖에 살 수 없는, 행성 탐사라는 꿈을 가진 빈센트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우주항공 회사 가타카에 취직하지만 부적격 계급으로 분류되어 청소부로 일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퇴사한다. 하지만 꿈을 이루고 싶었던 빈센트는 DNA 중개인으로부터 인공수정으로 완벽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제롬 모로를 소개받는다. 제롬의 머리카락과 신체조직 등을 제공받은 빈센트는 신분을 위장해 가타카에 다시 취직하고 끝내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탐사 임무를 맡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먼 미래 인간을 두 가지 계급으로 나눈다. 유전자 조작에 의해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만들어진 계급과 자연 상태로 출생하여 불완전한 유전자를 가진 부적격 계급이 있다. 완벽한 유전자를 가진 인간은 모든 면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불완전한 유전자를 가진 인간은 차별 대우를 받는다. 이 영화는 유전공학 발전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인류에게 유전자 조작의 위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은 약 200종류, 60조개의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 세포는 모두 동일한 염색체 조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각 염색체는 유전 물질인 DNA 분자를 하나씩 포함하고 있다. 사람의 모든 유전 정보는 바로 이 DNA 분자의 4가지 염기 서열로 저장되어 있다. 각 세포가 갖고 있는 염색체 DNA의 모든 유전 정보의 총합을 유전체라고 하는데 그 유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약 32억염기쌍의 모든 서열을 밝히는 것이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이다.
2003년 인간 유전체 사업이 완료된 이후 이제는 다양한 상업 서비스를 통해 아주 저렴한 가격에 본인의 유전 정보를 속속들이 알아볼 수 있다. 개인의 유전 정보를 통해 사람마다 다른 특이 질병유전자가 얼마나 있는지,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무엇인지를 밝힐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질병 예방과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개인의 유전 정보는 개인 특성에 알맞은 맞춤형 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정보이다. 암과 당뇨병, 심장질환 등의 질병은 유전적 변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러므로 개인에게 유전적 변형이 있는지, 질병과 연관되어 발병될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를 유전 정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 한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통해 자신의 유전적 변형을 모두 알고 있을 때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개인 맞춤 의약이 가능해진다.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는 2013년 유방절제술을 받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BRCA1 유전자'에 변이가 있다는 소견을 들었기 때문이다. BRCA 유전자가 손상되었거나 돌연변이가 생겨서 고유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유방암을 비롯한 여러 가지 암들이 생길 수 있다. 안젤리나 졸리는 예방 차원에서 양측 유방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개인의 유전 정보는 다른 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염려되는 점도 있다. 유전자 정보가 특정 질병에 대한 유전적 발병 위험을 나타내주는 척도로 사용됨에 따라 구직자의 채용 및 의료보험 가입 기준 등으로 활용될 위험이 있다. 실제 고용주들이 유전자 데이터를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활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어, 이런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사람은 가족과 유전적으로 연계되어 있으므로, 유전 정보에 따른 차별은 현대판 연좌제가 될 소지가 크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유전 정보 보호법이 제정 중이며, 많은 나라에서 고용과 보험에서의 유전자 차별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고, 국제기구 유네스코는 '유전자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법적 규제 이전에 사회적 분위기가 먼저 건강하고 윤리적으로 변해야 한다.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