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매일경제

약 100년 전 에드윈 허블이 처음으로 외부 은하의 존재를 규명한 이후 외부 은하와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이해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허블은 외부 은하의 존재를 규명한 이후 외부 은하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여 '허블의 은하 분류 체계'를 만들었다. 가시광선 영역에서 관찰되는 형태를 기준으로 은하를 분류하는 체계다. 허블의 은하 분류 체계에 따르면 은하는 크게 '나선 은하' '타원 은하' '불규칙 은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나선 은하'의 경우 '정상 나선 은하'와 '막대 나선 은하'로 세분하기도 한다. 각각 이름 그대로 '나선 은하'는 나선팔을 가져 나선형의 형태를 띠는 은하이며, '타원 은하'는 나선팔 없이 원형 혹은 타원형으로 생긴 은하이고, '불규칙 은하'는 규칙적인 구조를 가지지 않는 은하다.

최근 NASA에서는 '제임스 웹'이라는 우주 망원경을 쏘아 올렸고, 다양한 천체를 관측하였다. 그중 '스테판 5중주'라는 것이 있다. 50개 미만의 은하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집단을 이루고 있을 때, 이를 '은하군'이라 하는데 '스테판 5중주'가 은하군에 해당한다. 5개의 은하가 한데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5중주'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스테판 5중주에는 재밌는 사실이 있다. 이름은 스테판 '5중주'지만 실제로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은하군을 형성하는 은하는 4개다. [그림1]에서 A, C, D, E가 실제로 은하군을 이루고 있다. B는 우리 은하에서 보았을 때 우연히 시선 방향이 겹쳐 A, C, D, E와 은하군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일 뿐 사실은 A, C, D, E가 이루는 은하군보다 우리로부터 훨씬 가까이에 위치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절묘하게도 A, B, C, D, E가 하나의 은하군을 형성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통상 '스테판 5중주'라고 하면 A, B, C, D, E를 모두 포함하여 이야기한다.

그런데 B가 A, C, D, E보다 우리로부터 훨씬 가까이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우주 공간이 팽창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인 '허블 법칙'에 따르면 멀리 있는 외부 은하일수록 스펙트럼에서 적색편이가 크게 나타난다. 스테판 5중주를 이루는 은하들의 적색편이 정도를 살펴보면 A, C, D, E의 적색편이가 B보다 현저하게 크게 나타난다. 이를 통해 B는 A, C, D, E보다 우리로부터 훨씬 가까이에 위치함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스테판 5중주를 이루는 은하들의 특징을 살펴보자. 먼저 A, B, C는 은하의 중심핵에 나선팔이 휘감긴 형태를 하고 있다. 따라서 나선 은하다. 그런데 A와 C는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B는 이들과 조금 다름을 알 수 있다. A와 C는 은하의 중심핵을 가로지르는 막대 구조가 있고, B는 이러한 막대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전자를 '막대 나선 은하'라 하고, 후자를 '정상 나선 은하'라고 한다. D와 E는 나선형이 아닌 비교적 동그란 형태를 하고 있다. 이들은 타원 은하에 해당한다. 한편 C와 D는 서로 매우 근접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두 은하가 현재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접한 은하는 서로의 중력에 의해 가까워질 수 있으며, 충돌할 수도 있다. 은하가 충돌하는 경우에는 서로의 중력에 의해 은하의 구조가 변형될 수 있다. 이에 따라 D의 경우 원래는 나선 은하였으나 C 중력의 영향을 받아 나선팔이 벗겨지면서 타원 은하가 된 것이라는 가설도 존재한다.

흔히 은하들이 충돌하면 은하를 구성하는 별들끼리 충돌하면서 우주 대재앙이 펼쳐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은하를 구성하는 별의 크기에 비해 별 사이 공간이 어마어마하게 크기 때문에 은하가 충돌하여도 별들끼리의 충돌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별들 사이 공간에 흩어져 있는 성간 물질들이 압축되면서 새로운 별의 탄생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다.

우주 공간이 팽창하며 은하들 사이의 거리가 서로 멀어진다는 허블 법칙에 따라 각각의 은하에서 다른 은하를 관찰하면 대부분 스펙트럼에서 적색편이를 나타낸다. 단 예외가 있는데 서로 인접하여 중력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은하들 사이에서는 우주 팽창에 의해 멀어지는 효과보다 서로 간의 중력이 우세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적색편이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C와 D는 현재 서로 가까워지며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오히려 서로에 대해 청색편이가 나타난다. 하지만 B는 C나 D보다 우리로부터 훨씬 가까운 위치에 있어 C 또는 D와 중력적으로 상호작용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C 입장에서 D를 관찰하면 스펙트럼에서 청색편이가 나타나지만 B를 관찰하면 허블 법칙에 따라 적색편이가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