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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3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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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답률 85%' 그 문제, 알고보니 학평 기출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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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지구과학1 기출 문제 가운데 딱히 계산을 요하지도 않고 논리 구조가 매우 복잡한 것도 아니며 이전까지 한 번도 출제된 적이 없는 것도 아닌데 두고두고 회자되는 특이한 문제가 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지구과학1 15번 문제이다. 오답률이 무려 약 85%를 기록했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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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보기 ㄱ'에 대한 정오 판별에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었다. 해당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주어진 조건들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조건에 따르면 '해양판의 이동 속도'는 일정하다. 이동 속도의 크기가 하나로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만약 A와 B 사이에 해령이 위치한다면 해령 중심으로 양쪽 판의 이동 속력이 동일하다는 의미이며 이 경우 고지자기 줄무늬 해령을 중심으로 완전한 대칭을 보이게 된다. 하지만 A와 B 사이에는 고지자기 줄무늬 대칭축이 될 만한 곳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A와 B 사이에는 해령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의 논리이다.



이 문제의 특이점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해양 지각의 연령은 해구로 갈수록 많아지지만 문제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보기 ㄱ'을 판단하는 데 많은 수험생이 혼란을 느꼈다. 사실 이는 해령이 해구 밑으로 섭입한 상황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해령이 해구 밑으로 섭입할 수 있는지 몰라서 틀렸다"라며 어떻게 이토록 지엽적인 문제를 출제할 수 있는지에 분노하는 수험생들이 당시 매우 많았다. 그러나 이 문제의 보기에서는 '해령이 해구 밑으로 섭입한 상황인지'에 대한 판단을 요구한 적이 없음을 상기해야 한다.

대부분의 수험생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는데 사실 이 문제는 2020년 고2 6월 학평 지구과학1 2번 문제에서 쓰였던 논리가 재출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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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수험생들이 이 문제를 풀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문제와 2023 대학수학능력시험 지구과학1 15번을 잘 비교해 보자. '판의 이동 속도는 일정하다'라는 조건이 주어진 동일 논리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만약 6월 학평 2번 문제를 풀고난 후, '판의 이동 속도는 일정하다'라는 조건이 왜 제시되어 있는지 생각해 봤다면 어땠을까? '판의 이동 속도가 일정하다면 해령을 중심으로 양쪽 판의 확장 속도가 동일하고, 이에 따라 고지자기 줄무늬가 해령을 중심으로 완전한 대칭을 보일 것이고, 이에 따라 고지자기 줄무늬의 대칭축에 해당하는 A 지점에 해령의 중심이 위치한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면 동일한 논리를 통해 2023 수능 15번의 A와 B 사이에는 해령이 위치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따로 있다. 기출 문제 학습 시 단순히 개념 확인이나 최단 경로 풀이 과정만 확인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문제를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여러 풀이 방법을 시도해봄으로써 조건과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문제를 보는 시야 자체를 넓혀야 했던 것이 아닐까?


[안성진 이투스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