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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3일 목요일
등압선 모양 낯설어도…기본 원리 떠올리면 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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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과학은 수학 등의 과목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특징이 있다. 자연을 관찰하고, 그로부터 법칙을 이끌어내 일반화한 '모형'을 학습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온대 저기압'을 학습한다고 하자. 온대 저기압은 주로 중위도에서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만나 형성되는 전선을 동반한 저기압이다. 교과서에서 온대 저기압에 대해 학습할 때, 지도 위에 등압선 등 여러 기상 정보를 표현한 지상 일기도에서 온대 저기압은 북반구에서 일반적으로 <그림1>과 같이 그려진다고 배운다. '저'라고 쓰인 부분은 저기압의 중심을 의미한다. 삼각형이 그려진 선은 한랭전선을 의미하며, 반원이 그려진 선은 온난전선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때, 북반구에서는 저기압 중심을 향해 바람이 반시계 방향으로 불어 들어가기 때문에 한랭전선의 뒤쪽(삼각형이 그려진 반대쪽)에서는 북서풍 계열의 바람이, 한랭전선과 온난전선 사이에서는 남서풍 계열의 바람이, 온난전선의 앞쪽(반원이 그려진 쪽)에서는 남동풍 계열의 바람이 우세하게 분다는 것을 학습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모형이며,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일반론이다. 실제 자연에서 모든 온대 저기압이 이와 같은 형태를 하지는 않는다.
<그림2>는 실제 지구과학1에서 기출(2019년 고3 7월 학력평가)되었던 온대 저기압의 모습이다. 교과 개념에서 학습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위 그림의 상황이 북반구 상황이라면 이때, A지점에서는 어떤 풍향의 바람이 불까? 교과서에서 학습한 내용을 단순 암기만 했다면, 'A는 한랭전선 뒤쪽이니 북서풍 계열의 바람이 분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한랭전선 뒤쪽에서 북서풍 계열의 바람이 분다는 것은 일반적인 온대 저기압 모형에서의 설명이다. 위 그림은 그러한 일반적인 온대 저기압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A지점에서의 풍향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이때, 개념의 '원리'를 떠올려야 한다. 한랭전선 뒤쪽에서 북서풍 계열의 바람이 불었던 이유는 북반구에서 저기압 중심을 향해 반시계 방향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저기압 중심을 향해 반시계 방향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림3>과 같이 A지점에서 남서풍 계열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 물론 지구과학1을 학습하면 등압선 분포를 통해 풍향을 해석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므로, 이를 통해 판단할 수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단순히 교과 내용을 암기하는 것만으로는 이와 같은 문제를 풀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구과학은 자연 법칙으로부터 일반화한 모형을 학습하는 일반론이다. 이 때문에 실제 자연에서는 교과 개념에서 학습한 것과는 다른 예외적인 상황이 존재할 수 있다. 문제에서 실측 자료를 활용한 경우에는 그런 예외 상황에 대한 질문이 이뤄질 수도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만약 그런 문제가 제시됐을 때는 관련해 배웠던 개념의 원리를 떠올려 문제 상황에 적용할 줄 아는 사고력을 갖추어야 하며, 그것이 지구과학에서 요구하는 능력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꼼꼼하고 원리적인 개념 학습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한편 이를 깨닫고 난 뒤에 오히려 문제를 푸는 것이 복잡하고 어려워질 수 있다. 예컨대 '북반구 온대 저기압에서 한랭전선의 뒤쪽에서는 북서풍 계열의 바람이 분다'라는 내용이 출제됐다고 가정해보자.
이 문제를 본 학생이 '예외 상황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단순한 문제임에도 지나치게 복잡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지구과학은 기본적으로 일반론이다. 문제에서 먼저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자료나 조건을 주지 않았다면 항상 일반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지구과학을 학습하는 기본 태도는 다음과 같다.
문제에서 먼저 예외적인 상황이나 조건을 주지 않았을 땐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생각해 문제를 푼다. 그러다가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자료나 조건이 문제에서 주어지면, 그때 예외적인 상황을 고려해 문제를 푼다. 이것이 지구과학을 학습하는 기본 태도라고 할 수 있겠다.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