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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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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스스로 읽기 … 누구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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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의 함축적 의미, 구절의 상징성, 표현법, 시대 배경, 작가 정보, 주제 등 작품 하나를 공부할 때마다 열심히 해설을 듣고, 정리하고, 암기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으로 수능 당일 아침까지 공부를 한다고 해도 수능 시험지에 제시된 낯선 작품을 읽어낼 수 없다.

해당 작품에 한정된 '지식'을 학습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수능 국어 시험을 위해 필요한 것은 '어떤 작품이 나오더라도 스스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것만 갖추어진다면 더 이상의 현대시 학습은 필요하지 않다. 어떤 작품, 어떤 문제를 만나도 동일한 방법으로 풀어나갈 수 있게 된다.

<현대시 독해 행동 강령> 추측이나 상상은 금물, 텍스트 그대로를 읽기

학생들은 작품을 '상상'하면서 그럴듯하게 '해석'하려고 하는데, 역설적이게도 해석을 하려고 할수록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현대시를 혼자만의 힘으로 읽는 방법은 아주 쉽고 간단하다. 텍스트를 '글자 그대로 읽기'만 하면 된다. 있는 그대로에 집중할수록 의미 파악은 분명해진다.

모든 시어에 대한 분석이 아닌 큰 흐름 잡기

내신 학습에 익숙한 학생들은 자꾸만 시어 하나하나에 집착하면서 무언가 심오한 의미를 찾아내려고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가 할 일은 '화자(대상), 상황, 정서 및 태도'를 중심으로 큰 줄기를 잡는 일이다. 시어에 대한 구체적인 해설은 문제에서 출제자가 제시해 줄 것이다.

'화자(대상), 상황, 정서 및 태도'에 주목하라.

소설 지문을 읽을 때 '인물 간의 갈등 관계와 심리' 파악에 중점을 두었던 것과 동일한 원리이다. 화자 혹은 대상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정서와 태도를 보이는지 파악한다. 표면에 드러나 있지 않다면, 문맥에 따라 찾아내면 된다.


작년 6월 평가원 모의평가에 출제되었던 작품인 오규원 작가의 <봄>으로 연습을 해보자. 저기 저 담벽, 저기 저 라일락, 저기 저 별, 그리고 저기 저 우리 집 개의 똥 하나, 그래 모두 이리 와 내 언어 속에 서라. 담벽은 내 언어의 담벽이 되고, 라일락은 내 언어의 꽃이 되고, 별은 반짝이고, 개똥은 내 언어의 뜰에서 굴러라. 내가 내 언어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너희들도 자유롭게 서고, 앉고, 반짝이고, 굴러라. 그래 봄이다.

1) 화자가 여러 대상들을 나열하며 말하고 있음

―모두 내 언어 속에 서라

―내 언어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너희들도 자유

2) 봄이다.

봄은 자유다. 자 봐라, 꽃피고 싶은 놈 꽃피고, 잎 달고 싶은 놈 잎 달고, 반짝이고 싶은 놈은 반짝이고, 아지랑이고 싶은 놈은 아지랑이가 되었다. 봄이 자유가 아니라면 꽃피는 지옥이라고 하자. 그래 봄은 지옥이다. 이름이 지옥이라고 해서 필 꽃이 안 피고, 반짝일 게 안 반짝이던가. 내 말이 옳으면 자,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

3) 봄은 자유 : 여러 대상들의 자유로운 모습

4) 봄이 자유가 아니라면 지옥 : 마찬가지로 자유로움


다음은 모의평가 전체 문항 중 오답률 1위를 기록한 문항의 정답 선지와 매력적인 오답 선지이다.

③ (나)의 화자는 대상들 각각의 모습에 주목해 개별성을 드러내고 있어.

선지 ③은 두 개의 의미 단위로 끊을 수 있다.

1) 대상들 각각의 모습에 주목

2) 그 개별성을 드러냄

그런데 사실 2)는 1)로 인해 당연히 따라오는 결과물이다. 이뿐만 아니라 작품에서 여러 대상들을 포착하여 나열하고 있으므로 적절하다.

⑤ (나)의 화자는 '담벽' 안에서 '봄'과 같은 세계를 대상과 공유하려 하고 있어.

선지 ⑤는 세 개의 의미 단위로 끊을 수 있다.


1) 화자는 '담벽' 안에서

2) '봄'과 같은 세계를

3) 대상들과 공유하려 함

'담벽'은 화자가 포착한 대상들 중 하나일 뿐이므로 선지의 첫 의미 단위에서부터 적절하지 않다. 오답률이 60퍼센트가 넘는 문항이었으나, '텍스트 그대로 읽는 연습'이 충분히 되어 있었다면 어렵지 않게 답을 고를 수 있었다.

'현대시는 읽어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설명을 듣지 않고 혼자서는 이해할 수 없어요'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자신감을 갖자. 경험이 없기에 낯설고 어렵다고 느낄 뿐, 30편 정도만 읽어 보아도 '나도 혼자 읽을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