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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4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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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대세 따르지 말자 … 수학 표준점수제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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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학생들은 모든 과목의 시험을 다 보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사 영역은 필수 응시과목이고, 나머지 과목에서 학생들이 임의로 골라서 응시하는데요. 당연히 과목마다 응시하는 학생들이 서로 달라서 과목 간 난이도를 완전히 동일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영어와 한국사는 절대평가이지만 국어, 수학, 탐구 과목은 상대평가 과목입니다. 따라서 상대평가가 진행되는 영역에서 원점수는 각 과목의 난이도 차이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게 됩니다. 원점수는 100점 중에 몇 점을 받았는지(탐구 과목은 50점 중에 몇 점을 받았는지)만 알 수 있을 뿐, 학생들 간의 상대적인 비교나 과목별로 무엇을 더 잘 봤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표준점수제라는 것을 도입했습니다. 표준점수는 각 과목 응시자들의 평균과 점수 분포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점수이기 때문에 원점수에 비해 서로 다른 과목 간에 의미 있는 비교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22학년도 수능부터 학생들은 수학 영역에서 공통과목과 함께 확률과 통계(이하 확통), 미적분, 기하 중 1개를 골라 시험을 치르고 있는데요.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하에서는 기존에 쓰던 표준점수제를 유지하면 어떤 과목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고 특정 선택과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에 '공통과목 점수를 활용한 선택과목 점수 조정'이라는 방식을 거친 후에 수학 영역에 응시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최종 표준점수가를 산출합니다(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QA자료집 참고). 그런데 조정된 표준점수 산출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공통과목 평균 점수가 높다면 같은 점수임에도 더 높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능 성적표에는 표준점수로 기재되지만, 학생들이 시험을 통해 알고 있는 점수는 원점수이고 어느 정도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원점수를 기반으로 표준점수를 유추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어느 정도의 차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재 수능 수학이 공통과목+선택과목제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같은 원점수라도 표준점수와 등급이 달라집니다. 같은 선택과목에 같은 원점수를 받더라도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중 어느 부분에서 더 많은 점수를 얻었는지 점수 계산 공식에 따라 표준점수가 달라지기에 정확하게 추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미적분 선택자의 표준점수 만점이 확통 선택자의 표준점수 만점보다 높다는 것입니다.

이는 상위권 인문계열 학생들이 확통에서 만점을 받는 것보다 미적분을 선택해 만점을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설혹 한 문제 정도 틀린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곤 합니다. 이번 수능에서도 사회탐구 응시자의 10% 넘는 학생들이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했고 지난 3년간의 자료에 비추어보면 인문계열 학생들 중 미적분, 기하 선택자의 비율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2024·2023·2022·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보도자료 참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문계열 학생들의 미적분 선택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문제 난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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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는 EBSi 홈페이지에서 이번 수능 선택과목 문제 오답률 톱3를 모은 것입니다. 여기서 확연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수학 원점수 평균은 미적분 선택자가 확통 선택자보다 약 20점 높았습니다. 그런데도 미적분 과목의 오답률이 저렇게 높다는 것은 두 선택과목 간 난이도가 굉장히 차이 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학습량의 차이입니다. 단순 공부량 측면에서 보자면 미적분 과목은 확통 학습량의 두 배가 넘는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시험을 보는데 미적분을 선택하면 더 많은 양의 공부를 해야 합니다. 이 학습량의 차이는 다른 과목의 학습량에도 영향을 주게 되고 결국 최종 성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모두가 공평하고 미적분을 선택해서 수학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보다 오히려 다른 과목 점수를 올리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수능이라는 것이 수학 한 과목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과목이 지금 시험을 봐도 1등급이 나올 정도라면 미적분을 선택하는 것을 말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결국 공통과목의 22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8문제를 풀지만 결국 학생들은 같은 22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상위권 친구들을 기준으로 확통 8문제에 25분 정도, 미적분 8문제에 35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생각하면, 공통과목을 푸는 시간이 확통을 선택한 친구들의 경우에는 10분이나 더 주어지게 됩니다. 수학 시험에서 10분의 차이는 시험을 보는 학생들이 더 잘 알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과 중위권 친구들의 경우에는 어느 학교를 지망하는지에 따라 오히려 확통을 추천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선택과목을 택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것에 차이가 없다면 선택과목에 쏟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시험장에서 공통과목 시간에 더 많은 투자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부분은 담당 선생님과 한번 진지하게 논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들을 바탕으로 본다면 미적분 선택을 추천할 수 있는 인문계열 학생은 이미 다른 과목에 대한 준비가 거의 끝나 있어 수학에 시간을 많이 쏟아도 상관없는, 수학에 대한 흥미가 높은 학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방향은 각 학생들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각자 성향이 다르고 지원하려는 학교나 학과 모집 요강이 다르고, 바라보는 시각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들은 그동안 지켜봤던 학생들을 경험 삼아 이야기하는 것이니, 주변에 계신 여러분을 잘 아는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충분히 나눠보고 결정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