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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4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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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22번' 오답률 98% … 이게 킬러 아니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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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치러졌습니다. 지난 6월 모의평가 이후 정부가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겠다는 기조로 출제한 첫 수능입니다. 수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항상 높았지만 이번 수능은 특히 킬러 문항 이슈로 시선을 끌었습니다. 수능이 끝난 지금도 킬러 문항이 출제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수능 수학은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공통과목인 수학Ⅰ과 수학Ⅱ에서 각 11문제씩 22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그리고 세 종류 선택과목(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본인이 선택한 한 과목 8문제를 포함해 총 30문제를 100분 동안 풀었습니다. EBS를 포함한 입시기관의 가채점 추정 결과에 따르면 이번 수능 표준점수 최고점은 확률과 통계 140점, 미적분 147점, 기하 142점으로 예상됩니다. 작년 수능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확률과 통계 142점, 미적분 145점, 기하 142점이었기에 표준점수로만 놓고 판단한다면 이번 수능 수학은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시험장에서 체감한 난도는 더 높았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킬러 문항을 내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킬러 문항을 냈기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교육부에서 내린 킬러 문항의 정의는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으로 사교육에서 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항'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표현은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수능 수학의 전체 문제들과 논란이 되는 22번 문제까지 깊게 분석해보면 교육부의 출제 방침을 잘 따르면서 변별력까지 잘 갖추고 킬러 문항을 배제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킬러 문항을 교육부가 내린 정의대로 본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킬러 문항은 올해 갑자기 생겨난 단어가 아닙니다. 적어도 수년 전부터 교육계에서, 그리고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던 단어입니다. 수학 외 다른 과목에서도 사용되는 용어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수학에서 킬러 문항은 여러 단원의 개념들이 합쳐진 문제, 사교육에서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항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학생들이 풀기 어렵게 배배 꼬인 풀이, 정답률이 낮은 문제들, 평소에 보지 못했던 낯선 유형의 어려운 문제 등을 통틀어서 킬러 문항이라고 불러왔습니다. '준킬러 문항'이라는 단어도 있습니다. 킬러 문항만큼 어렵지는 않지만 조금 어려운 난도의 문제를 일컫습니다. 선택과목을 제외한 공통과목의 오답률 상위 5개 문항을 EBS 풀서비스를 통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진설명

학생들이 체감하기에 킬러 문항은 2개, 22번과 14번으로 볼 수 있습니다. 14번 문제의 경우에는 정답률이 15.5%로 나왔는데, 객관식 문제에서는 찍는다고 해도 20%의 정답률이 나올 수 있기에 그보다 훨씬 낮은 정답률은 킬러 문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점 문제인 19번이 포함된 것이 좀 의외이긴 합니다. 개인적인 해석을 담는다면 올 수능을 치른 학생 중 찍거나 공부를 대충 한 친구들이 많았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사진설명

22번 문항은 수학Ⅱ 도함수의 활용 단원과 관련된 문제였습니다. 주어진 조건을 이용해서 삼차함수의 그래프를 유추하고 삼차함수 식을 찾아내는 문항이었습니다. 22번 문항의 오답률은 98.2%, 그러니깐 전체의 1.8%만 이 문제를 맞췄다는 뜻입니다. 2023학년도 수능 공통과목 최고 오답률을 기록한 문제도 이번과 같은 22번 문항이었습니다. 22번 문항의 오답률이 94.5%로 집계됐으니 이번 2024학년도 수능에서 변별력을 갖춘 문제가 학생들에게는 더 어렵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킬러 문항은 자신들이 풀지 못하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보기엔 이번 수능에서도 킬러 문항이 있었고 어려웠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수능이라는 제도하에서 상대적인 줄 세우기는 필연적이고 변별력을 갖춘 문제는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9월 모의고사에서 교육부가 제시한 '킬러 문항을 배제한 변별력 있는 문항들로 구성된 수능 수학 시험'이 첫선을 보였고 그 취지와 기조에 공감합니다. 다만 9월 모의고사에서 1등급 커트라인은 유지됐지만, 만점자가 속출해버리는 상황이 발생해 상위권 변별력에 대한 걱정이 대두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수능의 22번 문항이 좀 더 어렵게 나올 것이라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별다른 이벤트가 없는 이상 앞으로 몇 년간은 이러한 형태의 수능 수학이 유지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학생들이 실제로 느끼는 난이도는 평균 점수를 통해서 유추할 수 있는데요. 이번 수능 수학의 평균 점수를 살펴보겠습니다.


사진설명

11월 21일 기준 EBS 홈페이지 수능 풀서비스에 올라온 선택과목별 평균 점수입니다.

확률과 통계, 기하를 응시한 학생들의 평균이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들의 평균보다 약 20점 정도 낮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들의 표준점수가 다른 두 선택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의 표준점수보다 높을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 여러 입시기관에서 추정한 표준점수를 살펴보면 확률과 통계보다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들이 7~9점 정도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수능과 마찬가지로 정시에서 이과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 같은 결과 때문에 표준점수 고득점을 위해 확률과 통계 대신 미적분을 선택하는 인문계열 학생들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어떤 선택이 유리한지는 다음 글에서 계속 다루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