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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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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통계 때문에 야구 재미 줄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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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적 분석이 야구 경기 좌우
통계야구로 안타 줄어들자
MLB선 '수비시프트' 금지령
일상서 폭넓게 쓰이는 '확률'
현명한 의사결정에 도움돼

 

야구는 다른 스포츠와 구별되는 점이 많다. 대표적으로 선수와 감독이 동일한 복장을 착용한다는 것이다. 복장만으로는 선수와 감독을 구분할 수 없다. 감독이 경기의 매 순간 개입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르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인플레이 상황이 계속되지 않고 이닝마다, 타석마다 감독이 의사결정을 하고 개입할 수 있는 순간이 너무나 많다. 이때 수학적인 분석이 감독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곤 한다.

야구 중계를 시청하다 보면 타율이나 장타율, 출루율 등과 같은 단어를 접하게 된다. 여기서 언급한 세 수치는 모두 확률과 관련이 있다.

타율은 타격 성적을 백분율로 나타내는데, 안타수를 타수(at bat)로 나눠 소수점 아래 넷째 자리에서 반올림해 셋째 자리까지만 표시한다. 타율이 0.300이라면 타석에서 안타를 칠 확률이 30%란 뜻이다.

장타율은 단타를 1, 2루타를 2, 3루타를 3, 홈런을 4로 계산해 합한 수를 타수로 나눈 값이다. 따라서 장타율이 0.600이라면 장타를 칠 확률이 60%란 것이 아니라 타수마다 0.6루의 진루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야구에서도 많은 수학적 계산이 이뤄지고 있고, 그에 따른 많은 통계 수치가 감독이나 코치에게 제공되고 있다. 야구가 수학과 관련이 깊은 스포츠라고 불리는 것도, 많은 사람이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 야구가 수학, 통계학과 관련성이 크기 때문이다. 각각의 통계 수치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이해하고 선수들 기록을 살펴보면 야구가 더 재미있고, 자연스레 야구에서 자주 쓰이는 수학적 계산에도 흥미를 느낄 것이다.



확률의 역사는 중세 유럽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귀족사회의 놀이였던 주사위, 카드 등 도박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최초의 확률 문제는 '두 사람이 주사위 게임을 하다가 중단했을 경우 판돈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문제'였다.

이렇게 시작한 확률은 우리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령 '내일 비가 올 확률'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통계 수치일 것이다. 하지만 내일 비가 올 확률이 40%라고 했을 때 개인마다 그 수치를 받아들이는 정도는 다양하다.

즉, 확률이 비교적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공함에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경험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르게 해석된다는 의미다.

프로야구에서는 구단마다 상당한 규모의 수학 혹은 통계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전문 기록원이 경기 중에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기록해두면 그 데이터를 필요에 따라 분석해 감독, 코치에게 제공한다. 현장의 감독, 코치는 그 데이터를 자신들의 경험과 팀 상황에 따라 해석해 경기에서 작전을 실행한다. 같은 통계 자료라 할지라도 수학(통계학)에 대한 지식 수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정확히 분석하고, 그것을 어떻게 적용하는지도 중요한 부분이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됐고, 학문이 발달함에 따라 수집된 데이터를 더욱 면밀히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야구에서 수학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프로야구인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실전 경기에서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는 경우가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수비 시프트(Shift)'로 불리는 수비 작전이다.

수비 시프트란 과거 타자가 기록한 타구의 방향과 속도 데이터를 계산해 타구가 날아올 확률이 높은 위치로 수비수를 미리 이동시켜 수비 성공 확률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일반적인 수비 위치가 아니라 통계적 확률에 기반한 위치에서 수비가 이뤄지며, 이를 통해 안타가 될 수 있는 타구가 평범한 땅볼 아웃으로 끝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수비 시프트 전략은 수비팀 입장에서는 효과가 크지만, 야구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이유로 올해부터 MLB에서 금지됐다. MLB 사무국은 '인플레이 상황을 늘리고, 내야수가 자신의 운동능력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금지 이유를 설명했다. 통계적 확률을 활용한 수학적 판단이 프로 야구선수의 운동 능력 차이를 약화시킨다고 보는 것이다. 수학과 통계의 힘이 스포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많은 학생이 "도대체 우리가 배우는 수학은 어디에 쓰이나요?"라고 물을 때 야구라는 스포츠가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단마다 우수한 수학, 통계 전문가를 보유하고자 노력하고, 이에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수학의 힘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를 예시로 들어 설명했지만, 확률과 통계는 수학에서 배우는 분야 중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분야다. 그렇기 때문에 중학교 1학년 때는 통계 단원, 2학년 때는 확률 단원, 3학년 때는 통계 단원, 고등학교 1학년 때는 경우의 수, 2학년 때는 확률과 통계 등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 매년 확률, 통계와 관련된 내용을 학습하는 것이다.

실생활에서 100% 확률로 일어나는 사건은 흔치 않다. 따라서 확률에 대한 해석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그 확률을 실생활에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도 확률에 대한 이해는 현명한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것이다. 아울러 수학을 단순히 대학을 가기 위해 필요한 수단, 학문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본다면 수학이라는 과목에 대해 새로운 매력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