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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01일 금요일

교양·진학 입시·취업

고교수학이 두려운 신입생들…일단 내신에 집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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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매년 이맘때면 갓 입학한 고1 학생들의 눈빛에서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전달된다. 대입이라는 거대한 목표, 인생 처음으로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부담감으로 교실 안은 어느 때보다 무거운 듯하다. 학생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교·강사들이 느끼는 부담감도 학생들 못지않다. 학생이든 선생님이든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울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은 시기이다.

수학 is '현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 영역은 1등급이지만, 국어 영역은 3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서울대 자연계열에 정시 최초로 합격했다. 이는 대입에서 수학의 변별력이 매우 커졌음을 의미한다. 또한 2023학년도 수능은 국어와 수학 난이도 차이에 따른 점수 격차가 컸다. 사실상 인문·자연계열 모두 수학의 변별력이 정시 합격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동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코로나19 시기와 맞물렸던 2022 수능에서도 수학은 최대의 변별력을 가졌고, 학력 및 지역 격차를 벌린 것도 수학이었다.

이처럼 수학은 대입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에 따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선행학습을 통해 수학에 많은 시간, 노력을 할애한다. 하지만 1학기 중간고사를 치르고 성적표가 나오면 이야기가 기묘하게 흐르는 경우가 있다. 한 학생이 "고등수학(상)을 3바퀴 돌고, 수학Ⅱ를 1회독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성적이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데…뭐가 문제인 거죠?"라며 상담을 신청해온 적이 있다. 이 학생은 초등학교 때 수학으로 영재교육원을 다녔고, 중학교 때까지 소위 대형 학원 SKY반에서 선행을 했던 학생이었다. 초등과 중등 때 수학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건만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수학에서 소위 말하는 '현타'가 온 것이다. 성적표를 앞에 두고 학생은 죄인이 된 것 같은 표정을 지었고, 필자는 '과연 이 성적이 아이만의 잘못일까'라고 속으로 반문했다.

쫓아가다 결국 '수포자'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수학 성적이 우수했던 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중학교 수학 과정과 고등학교 수학 과정은 매우 다르다. 중학교 때는 평소에 공부를 하지 않다가 시험을 앞두고 개념서와 유형서를 집중해서 풀더라도 80점 이상을 받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같은 방법으로 고등학교 시험을 치른다면 70점 이상을 확보하는 것도 힘들 것이다.

수학은 단계적 학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탄탄한 기초 개념을 바탕으로 수학 사고력의 확장성을 가지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에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남들보다 빠르게, 남들보다 많이'라는 경쟁 기질이 한국 사회에 만연한 데다 '내 아이는 현행도 잘하고, 선행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학부모의 생각이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물론 학부모의 열띤 마음에 부응해 좋은 성적을 거두는 학생도 일부 있겠지만, 보통의 학생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수학의 길'을 잃어버린다. 개념을 체화하지 않고 기초가 탄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냉정한 분석 및 보완이 없는 수학은 아무 의미가 없다. 또한 주변의 과도한 선행 분위기에 휩쓸려 따라가는 공부를 하다 보면 '나'에 대한 관찰과 판단을 정확히 할 수 없게 된다.

현장에서 수학을 가르치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이 대부분의 학부모, 학생들이 주변과 비교해가며 자신의 진도가 느린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는 것과, 공부를 하든 하지 않든 뭔지 모를 불안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고1이 되는 순간부터 몰려오는 불안, 걱정이 어찌 보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너지기 쉬운 현행과 불안함 속에 시작한 선행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선행을 2~3년씩 먼저 하는 것이 당연해진 요즘 이러한 수학 강국에서 수포자를 양성해내는 것도 우리가 아닌가 싶은 웃픈(웃기지만 슬픈) 생각이다.

결국 물고 늘어지는 놈이 이기는 것!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 것은 고등수학이 어렵기 때문이고, 그러니 수포자가 생긴다'는 말은 공부할 의지도, 목표도 없어 보일 뿐이다. 그렇다면 수학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10년이 넘는 강사 생활을 돌아볼 때 학생들 스스로 터득한 공부법은 같았다. 바로 '주어진 시험에 대한 몰입과 꾸준함'이다.

상위권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수업이 거침없이 흘러간다. 강사 입장에서도 개념을 가르치고 유형서를 풀고 기출문제를 분석하고 심화 단계를 거듭하는 수업 자체가 재미있다. 상위권이다 보니 현행과 선행 모두 중점을 둔 것은 사실이나 현행 수업을 할 때는 학생들이 기가 빨릴 정도로 끈질기게 달려든다. 가르쳐준 풀이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든다면 스스로 공부하고 재차 확인하고 새로운 발상으로 풀이를 시도한다. 덧붙이자면 선행학습은 학기를 앞둔 방학 때만 진행했다.

반면 중위~하위권 학생들과의 수업은 더 많은 정성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똑같은 개념을 설명할 때도 목소리와 몸짓에 힘이 더 들어간다. '기본부터 꼼꼼히 한다. 절대 욕심내지 않는다.' 수업에 임할 때 항상 되새기는 말이다. 개념을 이해시킨 다음 유형별 문제 풀이가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반복하고 조금이라도 애매하거나 부족하면 다시 교과 개념을 들여다보게 한다. 단계를 거듭할수록 얻게 되는 자신감은 다음 공부의 원동력이 된다. 그렇게 투자한 오랜 시간과 꾸준한 노력의 보상은 바로 성적이다.

고1은 가능성의 시작!


단언컨대 고1 수학은 탄탄한 기둥을 세우기 위해 바닥을 닦는 중요한 과정이다. 수능에 직접 연계 출제되는 수Ⅰ, 수Ⅱ, 기타 선택과목은 고등수학(상), (하) 개념 없이 이해하기 불가능하다. 실행할 수 없는 거창한 계획이나 주변과의 비교를 통해 느끼는 불안감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 자신이 어느 부분에서 부족한지 냉철히 파악하고, 꾸준하게 보완한다면 실력은 금방 쌓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고1 학생들은 후년에 치를 수능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현재 내신 대비에 집중해야 한다. 내신 대비 수학은 교과 개념을 토대로 단원별로 출제한다면 수능은 그동안 배운 여러 개념을 섞어 다각도의 사고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교과 개념 체득이 먼저 실현돼야 한다. 내신과 수능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그럼에도 중간고사를 치른 후 '나는 정시로 승부를 볼 거야'라고 주장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러나 결국 교과 개념을 완벽하게 공부하는 것이 수능 대비까지 가는 정확한 길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수학 공부에 있어 빨리 가는 것은 없다. 정확하게 익히고 사고가 자연스러워지면 저절로 빨리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