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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 10일 토요일

[라키비움 2편] 1950년 국어책 제목은 바둑이와 철수, 영희는 없네

박현진 연구원

입력 2025-03-3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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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립 이후 처음 출간된 교과서 바둑이와 철수'의 표지와 속지. (출처: 매경DB)

 

 

여러분은 세로쓰기로 된 책을 읽어본 적이 있나요? 저는 박물관에 전시된 옛날 서적이나 한국 전통 디자인 등에서 봤던 것 같은데요. 교과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교과서도 처음에는 세로쓰기인 위에서 아래로 읽는 방식으로 출간됐다고 하는데요. 설명에 따르면 일본의 잔재를 없애기 위한 노력으로 1945년 광복 이후 곧바로 현재와 동일한 가로쓰기 방식으로 변경했습니다. 참고로 신문은 계속해서 세로쓰기 방식으로 출간하다 1999년 이후에야 세로쓰기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네요.

 

교육과 출판의 자유를 억압받았던 일제강점기 때 한국인의 문맹률은 무려 80%에 달했습니다. 광복 당시 한국 정부는 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곧바로 문맹을 퇴치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데요. 바로 두 번째 테마 '한글과 교과서'가 그 내용이죠. 벽에 쓰인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라는 주시경 선생님의 명언이 가슴을 울리더라고요. 교육 수준이 높아져 1966년부터는 공식적으로 문맹률을 조사하고 있지 않는데요. 통계청에서는 현재 한국의 문맹률을 1% 이내로 보고 있으며 유네스코에서도 이 통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편찬돼 출간한 교과서의 제목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아마 깜짝 놀랄 텐데요. 바로 '바둑이와 철수'입니다. 철수와 바둑이도 아니고, 철수와 영희도 아니고, 바둑이와 철수라니!

 

교과용 도서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던 문교부에서 편수사로 일하던 박창해 선생님의 창작품을 교과서로 엮은 것으로,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문맹 퇴치를 위해 기획된 교과서라고 하네요. 특히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진행되는 콘텐츠로 유명한데, 요즘 SNS 등에서 철수와 영희의 대화를 유명한 짤이나 광고로도 많이 쓰고 있어서 어린 친구들도 다들 잘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희가 원래는 '영희'가 아니라 '영이'였던 사실도 여기서 처음 알게 됐네요!

 

교과서를 통한 교육은 6·25전쟁 상황에서도 계속됐습니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1 2 16일 문교부는 '전시하 교육특별조치요강'을 제정해 전시 교육과정 교과서를 제작하고 피란자 학생들에게 무료로 배부했는데요. 교과서 제목이 굉장히 직관적입니다. '비행기' '군함' '우리는 반드시 이긴다' 등 전쟁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전쟁통 속에서도 공부했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지 않나요?

 

 

 

비상라키비움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바로 1955 1차 교육과정부터 7차 교육과정까지의 모든 교과서를 한쪽 벽면에 쭉 전시해놓은 코너입니다.

 

각 개정 차시 및 연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특징들이 재미있었습니다. 교과서 표지 그림과 외관의 퀄리티가 조금씩 상승하는 게 보이는 것도 웃음 포인트였답니다. 그중 처음 보는 제목의 교과서가 있어서 담당자님께 여쭤봤는데요. 바로 '승공'이라는 제목의 교과서였습니다.

 

 

 

여러분은 '승공'이라는 단어를 들어봤나요? 담당자님이 설명해주시길 교과서는 한 나라의 역사와 시대상을 그대로 담은 것으로 당시 상황들을 잘 보여줄 수 있다고 합니다. '승공' '공산주의로부터 승리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1960년대 반공(反共) 사상 교육이 중요시되던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네요.

 

저는 7차 교육과정 코너에서 제가 공부했던 교과서들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더 반갑더라고요. 저는 학년이 지난 교과서의 표지 제목을 '국어'에서 '꿇어', '도덕'에서 '도둑'으로 장난스럽게 바꿔 친구들과 즐거워했던 경험도 있고 교과서 한쪽 모서리에 그림을 여러 장 그리고 넘기면서 애니메이션처럼 만들어 놀기도 했습니다.

 

비록 온전한 모습은 아닐지라도 이런 학창 시절 추억이 담긴 교과서도 볼 수 있다면 향수를 자극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제작될 교과서들도 계속해서 전시에 추가될 예정이라고 하니 어쩌면 '대한민국 교육의 시작과 끝'보다는 '대한민국 교육의 시작과 미래'가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교과서에 가장 많이 수록된 문학 작품과 작가를 소개해주는 '문학' 코너도 눈길을 끌었는데요. '진달래꽃' '해에게서 소년에게' '혈의 누' 등 학창 시절 공부했던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오랜만에 다시 한번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비상교육의 교과서 박물관인 '비상라키비움'을 함께 살펴봤는데 어땠나요? 분위기도 좋고 전시된 내용들도 너무 재미있었는데, 방명록 및 감상을 남길 수 있는 코너도 만들어놓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재 이곳은 일반인에게 제한적으로 공개되고 있다고 하는데, 특히 7세부터 19세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자유롭게 방문 가능하다고 하니 한번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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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가장 많이 수록된 작가 27

김소월, 김수영, 김영랑, 김유정, 김춘수, 민태원, 박경리, 박두진, 박목월, 박완서, 백석, 법정, 신영록, 유치환, 윤동주, 윤오영, 이상, 이육사, 이청준, 이태준, 이효석, 정지용, 정호승, 조세희, 피천득, 한용운, 황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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