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진 연구원
입력 2025-03-31 09:06teen.mk.co.kr
2025년 05월 10일 토요일
[라키비움 1편] 우리나라 첫 교과서 이완용이 만들었다고?
박현진 연구원
입력 2025-03-31 09:06비상교육 교과서 박물관 ‘라키비움'의 첫 번째 테마
“대한민국 교육의 시작과 끝 : 교과서를 거닐다”라는 문구가 도입부 벽면에 쓰여 있다.
갑자기 눈도 오고 날씨도 추워졌던 3월 셋째 주. 찬바람을 많이 맞기는 했지만, 저는 오늘 아주 특별한 곳에 다녀왔답니다. 특히나 현재 이 글을 읽고 계시는 학생 여러분들에게는 더욱 특별하고 멋진 공간일 것이라 장담해요.
여러분은 비상(飛上), '높이 날아오른다'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지시나요? 저는 비행기,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의 기분, K팝 정도가 떠오르는데요. '교과서'를 통해 한국 교육의 수준과 위상을 높이 날아오르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곳이 있습니다. 바로 비상교육 교과서 박물관인 '라키비움(LARCHIVEUM)'입니다. 오늘 저와 같이 교과서 박물관이 무엇이고 어떤 것들이 전시돼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도록 합시다.
'라키비움'이라는 단어는 도서관(Library), 수장고(Archive) 그리고 박물관(Museum) 3개의 단어를 합성해서 만든 것이며, 3개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융복합 교과서 박물관이라고 합니다. '라키비움'은 비상교육 신사옥 그라운드 V동 L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여기서 L은 일반적인 로비(Lobby)가 아니라 라키비움의 L이라고 하네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바로 아치형으로 디자인된 멋있는 입구가 보입니다. 분위기 좋은 고급 브런치 식당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려는 찰나, 한 문장의 커다란 문구가 저를 멈춰 세웠습니다.
"대한민국 교육의 시작과 끝 : 교과서를 거닐다."
'거닐다'라는 표현이 '교과서'라는 단어와 이렇게 잘 어울리는지는 처음 알았습니다. 뭔가 어릴 적 교과서를 넘기며 만졌던 종이의 감촉과 기분 좋은 책 내음이 날 것 같은 표현입니다.
박물관의 공간은 교과서 역사, 교과서 문학, 특별전시관 등 크게 3개로 구분되고, 전시 테마는 '교과서를 거닐다'와 '한글과 교과서'였습니다. 박물관은 입구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형태로 복잡하지 않게 동선이 구성돼 있어 관람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 돌면서 재관람하고 싶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무엇보다 최적의 공간 활용을 통해 작은 공간 안에 1700여 점의 교과서 및 관련 물품을 전시해 놓았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또 라키비움은 '책가도'를 모티브로 해 공간을 디자인했다고 하는데요. 책가도는 조선의 22대 왕이었던 정조가 좋아한다고 소문이 나 전국적으로 유행했던 것으로, 책은 물론 도자기와 향로, 꽃 등이 책장 안에 놓인 모습을 그린 조선시대 그림입니다.
전시가 시작되는 도입부에 실제 책가도를 구현한 책장도 만들어 전시해 놓았는데 그림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구현된 모습을 보니 느낌이 새롭더군요. 그림으로는 조금 낡고 빈티지스럽게 보였었는데 실제로는 깔끔하고 모던한 느낌이 들어 '정조가 디자인에 있어서 시대를 많이 앞서갔던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도입부의 멋진 '책가도'를 지나면 첫 번째 테마가 시작되는데요.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교과서 모습을 역사 순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개화기부터 일제강점기를 지나 광복기, 한국전쟁기, 그리고 현재까지 교과서란 교과서는 모두 다 찾아서 가져다놓은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그 옛날 교과서와 문헌들을 전부 온전히 보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거부터 선조들이 얼마나 책과 교육을 중요시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우리나라의 가장 첫 번째 근대화 교과서가 무엇인지 알고 있으신가요? 바로 '국민소학독본'입니다. 국민소학독본은 1895년 가을, 지금으로부터 무려 130년 전, 고종의 '교육입국조서'를 받들어 학부(學部)에서 발행했습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당시 '국민소학독본' 제작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학부대신(현 교육부 장관)이었던 이완용이라는 사실입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이완용은 을사5적 중 한 명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대표적인 앞잡이였죠. 참 아이러니하네요.
고종이 '국민소학독본'을 제작하고 약 12년 후 학부에서는 교과서를 '국어독본'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개정했습니다. 이때 '국어'라는 단어가 처음 쓰였습니다.
그렇지만 민족교육을 통제하려던 일본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출간된 국어독본은 실질적인 한국어 교육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후 일본인들은 '국어'라는 단어까지 빼앗아 '국어=일본어'라는 공식을 만들었고, 세종대왕의 멋진 훈민정음과 한국어는 '조선어'라는 과목으로 비하돼 편찬됐다고 합니다.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었을까요? 말과 글을 중요시했던 선조들의 비통함이 여기까지 들리는 듯합니다.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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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치
경기도 과천시 과천대로2길
54 ground V, 비상교육
2. 이용시간
오전9시~오후6시
(일요일 및 공휴일 휴관)
3.이용료
무료
4.관람대상
학생(7세~고등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관계자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