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아 인턴기자
입력 2026-02-02 09:11teen.mk.co.kr
2026년 04월 16일 목요일
'삶의 그림자'에 숨을 불어넣다

윤성아 인턴기자
입력 2026-02-02 09:11
빈센트 발: SHADOWGRAM 전시회 입구 (직접 촬영)
여러분은 'Shadowology'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우리말로 옮기면 '그림자학'입니다. 이 단어는 빈센트 발이 새롭게 만들어낸 표현이에요.
빈센트 발은 벨기에 출신 영화감독이자 섀도올로지스트, 즉 그림자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2024년 부산에서 첫 국내 전시를 마친 뒤, 이번에는 한국 전시를 위한 신작과 함께 서울을 찾았어요. 현재 잠실 석촌호수 인근 MUSEUM 209에서는 그의 작품 세계를 만나볼 수 있어요. 그 현장을 직접 다녀와 보았어요.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추운 날씨를 피해 실내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과 어린아이와 함께 사진을 찍는 가족 관객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작가 소개 영상을 지나 두 번째 섹션에 들어서면, 일반적인 회화 대신 사진 액자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어요.
처음에는 작가가 그린 부분과 그림자의 경계가 너무 자연스러워 쉽게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물의 그림자가 각 요소의 일부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작품에서는 사물의 실루엣이 인물의 몸통이 되고, 또 다른 장면에서는 배경이나 상체만을 나타내죠. 현실의 물체가 남긴 검은 형상이 작가의 상상력과 만나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작가는 그림자 자체를 주인공으로 삼는 것을 넘어 '네거티브 스페이스(여백)'를 활용한 작업도 선보입니다. 빛이 남긴 하얀 공간을 도화지 삼아 드로잉을 더하는 방식이죠. 그림자의 색깔 또한 다채로워요. 검은색에만 머물지 않고 유색 유리컵이나 그릇을 통과한 빛을 이용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작품 '퍼스트 클래스'에서는 선글라스를 통과한 빛이 노을진 핑크빛 하늘로 변신해 보는 이의 기분까지 화사하게 만들어요.

Dinner Time, 배꼽 시계 (직접 촬영)
빈센트 발의 작업에는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게 만드는 언어유희가 자주 등장해요. 손목시계의 둥근 형상을 배고픈 남성의 배로 표현한 '배꼽 시계'와 소형 장난감 차(Beetle) 두 대의 실루엣으로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의 헤어스타일을 완성한 '비틀이 두 대면 비틀스' 등 작가의 센스가 돋보이는 제목들은 관람객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선사해요.
그는 자신의 작업이 거창한 메시지보다는 "매일 하나씩 사람들을 웃게 해주는 작은 기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어요. 복잡한 예술 이론 대신, 일상적인 사물과 단어의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죠.
전시 중반부에 이르면 사진이 아닌 실제 오브제를 활용한 작품이 등장해요. 빛의 각도에 따라 그림자의 형태가 미묘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작품이라도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인상을 줍니다. 마치 작품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죠. 사진으로 볼 때보다 입체감이 살아 있어 관객들이 오래 머무는 공간이기도 해요.
특히 인상 깊었던 작품은 '하와이안 핫 도그'입니다. 작은 인형이 움직일 때마다 더운 날 헐떡이는 강아지의 모습이 보여요.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연출이죠. 실제로 작가는 영화감독으로서 'Miss Moxy'라는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경험이 있어, 전시 전반에서도 만화적인 리듬감과 드라마틱한 장면 구성이 돋보여요.
이후 공간에서는 흰 배경과 인공조명을 고정해 완성한 작품들이 이어집니다. 자연광은 시간이 지나면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작업에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작가는 언제든지 창작을 이어가고자 스튜디오에서 작은 조명과 도화지를 통해 그늘진 형체를 만들었어요. 그 덕분에 더욱 자유롭고 창의적인 표현이 가능해졌죠.
전시는 오는 6월 14일까지 이어지며, 총 10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려 열 개의 공간을 전부 채울 수 있었던 이유는 사소한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작가의 세밀한 시선 덕분일 것이에요. 누군가는 엉뚱하다고 여길지 몰라도 자신만의 소소한 즐거움을 스스로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전시장을 나설 때쯤이면, 여러분 주변의 평범한 그림자들이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몰라요. 무뎌진 상상력을 깨우고 싶은 날, 특별한 '그림자놀이'에 동참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윤성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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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기간
2025.12.12 ~2026.06.14
관람시간
60분
가격
입장권 - 성인18,000원
입장권 - 청소년/어린이15,000원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