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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06일 토요일

한국·프랑스 건축 거장의 만남을 사진에 담다

전지원 인턴기자

입력 2025-12-0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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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촬영.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깊숙한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복합문화공간 '연희정음'이 나와요. 이곳에서 건축사진전 '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40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번 전시는 근대건축의 두 인물, 르코르뷔지에와 김중업을 연결하는 관계를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전시장에 들어서면 사진과 가구, 건물의 구조가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지며 공간 전체가 전시의 일부로 사용되고 있죠.

 

전시는 1952년 베네치아 유네스코 회의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시점을 시작점으로 삼아요. 이후 김중업은 파리 세브르 거리의 르코르뷔지에 아틀리에에서 1955년까지 실무를 경험하며 인도 프로젝트 등 여러 작업에 참여했고, 이 시기는 그가 근대건축의 원리와 태도를 체득한 시기로 평가됩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그는 전통적 감수성과 구조적 사고를 결합해 자신만의 건축세계를 구축했고, 그 결실이 주한프랑스대사관으로 이어졌죠. 이번 전시는 이러한 건축적 연결을 기록하고 동시에 김중업 건축의 현재 모습을 체계적으로 남기려는 목적을 갖고 있어요.

 

연희정음과 주한프랑스대사관 두 곳에서 전시가 구성된 이유는 접근성 때문입니다. 대사관은 출입이 제한된 공간이기 때문에 일반 관람객이 전시를 접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고, 김중업이 설계한 연희동 주택이 그 역할을 맡게 됐어요.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40주년이라는 시점도 두 공간을 함께 엮는 데 의미를 더했다고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직접 촬영.

 

전시에는 김중업의 건축물을 촬영한 한국 사진가 김용관,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을 기록해온 프랑스 사진가 마누엘 부고가 참여했어요. 두 사진가는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두 건축가의 세계를 현재의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역할을 맡았고, 전시 사진은 두 건축가가 직접 참여했거나 의미가 깊은 프로젝트 중심으로 선별됐습니다.

 

특히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적 없던 진해 해군공관이 58년 만에 처음 사진으로 공개되며 김중업의 공간 실험을 현재적 관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점이 주목받고 있어요. 진해 해군공관은 프랑스대사관 관저와 유사한 조형적 특징을 띱니다.

 

십자형 기둥과 지붕의 원형 개구부는 두 건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죠. 특히 지붕의 구멍 아래로 물이 고이도록 설계된 부분은 김중업 특유의 공간적 감수성을 드러내요.

 

주한프랑스대사관 역시 김중업이 설계한 건축물입니다. 이후 여러 차례 증축과 리모델링으로 원래 형태가 많이 변했지만, 2023년 사티와 매스스터디스가 참여한 정비 작업을 통해 초기의 공간 의도가 다시 드러났어요. 특히 김중업 파빌리온의 가벼운 곡면 지붕은 르코르뷔지에의 조형에서 영향을 받으면서도, 재료의 두께와 비례에서는 한옥 기와지붕의 한국적 감수성을 반영해 다른 해석을 보여주는 요소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주택이라는 장소의 성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구성도 눈에 띕니다. 사진과 가구가 방 곳곳과 복도, 창가 등에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관람자가 집을 이동하듯 작품을 보도록 구성돼 있어요. 영화 '기생충'의 가구 디자이너 박종선이 디자인한 가구가 함께 놓이면서 공간에 주택의 느낌이 더해지고, 사진과의 조합을 통해 건축적 맥락이 더 조화롭게 드러났죠. 사진과 가구를 분리하기보다는 한 공간에서 함께 보여주는 방식이 주택의 구조와 더 잘 맞는다는 기획자의 생각이 반영된 구성입니다.

 

전시는 근대건축을 어떻게 기록하고 보존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도 함께 담고 있어요. 사진을 중심 매체로 삼은 이유도 건축의 현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해요. 연희정음을 리모델링한 건축가 김종석은 이 공간에서의 경험이 좋은 디자인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이러한 감각이 일상과 주변 환경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번 건축사진전은 두 건축가의 관계는 물론, 한국과 프랑스의 건축적 교류와 기록의 중요성까지 차분히 보여주는 전시였어요. 사진과 공간이 자연스럽게 맥락을 만들어가며 건축을 낯설지 않게 풀어내는 방식이라 누구나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고,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오래된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는 느낌이 남았답니다. '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 건축사진전은 연희정음에서 내년 2월까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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