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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2일 수요일

달빛 아래 창덕궁을 함께 걸어볼까요?

전지원 인턴기자

입력 2025-11-0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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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촬영.)

 

어둠이 내려앉은 뒤에도 창덕궁의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어요. 조선의 고궁을 달빛 아래에서 걸을 수 있는 '창덕궁 달빛기행'이 올해도 어김없이 관람객을 맞이했습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매년 봄과 가을에 열리는 대표적인 야간 관람 프로그램이에요. 밤의 창덕궁을 개방해 고궁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자리로, 전통예술 공연과 해설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되고 있죠.

 

달빛기행은 약 100분 동안 청사초롱 불빛을 따라 궁궐의 주요 전각과 후원을 도는 코스로 진행돼요. 입구인 금호문을 시작으로 인정전, 희정당, 낙선재, 상량정, 부용지, 주합루, 그리고 마지막 연경당까지 이어집니다. 왕이 공식 일정을 수행하던 공간부터 생활 공간, 정원까지 창덕궁의 주요 장소를 한번에 둘러볼 수 있는 구성이죠. 해설사가 동행해 각 전각의 역사와 의미를 설명해줘 조선의 문화를 한층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었어요.

 

가장 먼저 만난 금천교는 창덕궁의 상징과도 같은 돌다리예요. 조선시대 임금이 궁궐로 들어설 때 반드시 건너던 다리로, 1411년에 세워져 지금까지 남아 있어요. 돌 위로 달빛이 고요히 반사돼 마치 과거의 시간이 그대로 머물러 있는 듯했죠. 금천교를 건너면 왕의 즉위식과 공식 행사가 열리던 인정전이 모습을 드러내요. 조명 아래 드러난 단청 무늬는 낮보다 한층 선명했고 세밀한 건축의 결이 또렷하게 느껴졌어요.

 

(직접 촬영.)

 

이어서 들른 희정당은 왕의 집무실로 사용되던 공간이에요. 겉모습은 전통 건축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유리창과 샹들리에, 카펫이 있어 서양식 감각이 느껴졌어요. 근대기에 개조된 건물답게 변화한 시대상을 보여주는 전각이에요. 불빛이 스며나오는 창 사이로 은은한 조명이 반짝이며 고즈넉한 궁궐 분위기 속에서 독특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죠.

 

낙선재 구역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한층 차분해져요. 화려한 단청 대신 나무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 있어서 검소하면서도 단정한 아름다움이 느껴졌어요. 조선의 마지막 황실 가족이 머물렀던 곳이기도 해 궁궐 안에서도 유독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 듯했죠.

 

낙선재 뒤편 언덕 위에 자리한 상량정에서는 대금 연주가 이어졌어요. 달빛 아래에서 들려오는 대금 소리는 후원의 숲과 어우러져 여운을 남겼습니다.

 

후원으로 들어서면 연못 부용지와 2층 누각 주합루가 눈에 들어와요. 주합루는 왕의 서재이자 학문 연구 공간으로, 아래층은 규장각으로 사용됐어요. 물 위에 비친 건물의 그림자가 달빛에 일렁이면서 정원의 고요함이 더 깊어졌죠.

 

조금 더 걸어 들어가면 숙종이 연꽃을 사랑해서 이름 붙였다는 애련지가 나와요. 연못 한가운데 정자 '애련정'이 자리하고 있고, 효명세자가 공부하던 '의두합'의 불빛이 재현돼 궁중의 일상이 생생히 느껴졌어요.

 

마지막 여정은 연경당이에요. 연경당은 순조와 순원왕후를 위해 효명세자가 지은 연회 공간으로, 왕실의 잔치와 공연이 열리던 곳이에요. 지금은 달빛기행의 하이라이트 무대로 사용되고 있죠. 이곳에서 관람객들은 차와 다과를 즐기며 국악과 전통무용 공연을 관람했어요. 대금과 가야금의 선율, 그리고 무용수의 절제된 움직임이 달빛과 어우러지며 창덕궁의 밤이 완성됐죠.

 

달빛에 비친 전각의 그림자와 은은한 음악, 그리고 한 걸음마다 들려오는 해설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며 조선의 시간이 천천히 되살아나는 듯했어요. 잠시 일상의 불빛을 벗어나 달빛 아래 머무는 궁궐의 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죠. 여러분도 가을밤 창덕궁의 달빛 아래서 잠시 과거로의 산책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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