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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1일 토요일

광화문 '감사의 빛 23'…그날의 희생을 기억하다

박연수 인턴기자

입력 2026-07-0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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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의 아카이빙 월

11면 프리덤홀에서는 참전용사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박연수 촬영)

 

6·25전쟁이 발발한 지 76년이 되는 올해, 우리는 그날의 희생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당시 전쟁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가 참전해 함께했습니다. 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참전용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호국보훈의 달인 지난달 광화문광장에는 '감사의 정원'이 조성됐습니다.

 

광화문광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지상 조형물 '감사의 빛 23'이었습니다. 6.25m의 회색빛 돌기둥 23개가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은 멀리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죠. 각각의 기둥에는 미국, 호주, 튀르키예 등 전쟁에 함께한 23개국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고, 하단의 QR코드를 통해 각국의 참전 역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내용을 읽어보거나 기둥 사이를 거닐며 잠시 쉬어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몇몇 기둥을 자세히 살펴보면 독일, 그리스, 인도, 벨기에 등 7개국이 특별 기증한 석재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독일이 기증한 베를린 장벽 조각은 의료지원국으로서의 헌신과 양국의 연대를 상징합니다. 그리스가 기증한 볼라카스 대리석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참전한 그리스 군인들의 희생을 기억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죠. 그 외에도 기증받은 석재들은 단순한 전시물이 아니라 참전국과 대한민국이 함께 기억해야 할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조형물 옆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참전국들의 자유와 희생, 평화와 감사의 의미를 담은 미디어 공간 '프리덤홀'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입구에서는 가장 먼저 참전국들의 국화를 활용한 미디어아트 '블룸 투게더'가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참전용사들의 희생 위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꽃피웠다는 메시지를 담아 국화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웠고, 이어 암벽과 폭포를 활용한 영상이 펼쳐지며 마치 하나의 전시관을 걷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습니다.

 

'연결의 창'에서는 '월드 포털''되살아나는 과거' 등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동그란 구 형태의 미디어 설치물에서 원하는 참전국을 선택하면 해당 국가의 현재 모습, 그리고 영상으로 복원된 전쟁 당시의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와 시대를 아우르며 과거와 현재를 직접 연결해보는 경험을 통해 자유와 평화 뒤에 숨겨진 희생을 마주하고 감사를 표할 수 있죠.

 

'참여의 아카이빙 월'에서는 실제 참전용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전쟁 당시 지켜야 했던 원칙과 각오, 오늘날 대한민국과 참전국의 관계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참전용사 군복을 입어보거나 감사의 메시지를 남기는 체험도 마련돼 있었어요.

 

마지막 공간인 '잊지 않을 이야기'에서는 전쟁 이후 대한민국이 걸어온 여정을 네 편의 영상으로 소개합니다. 폐허 속에서 시작해 오늘날의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영상으로 따라가다 보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지기까지 거쳐 온 시간과 과정을 자연스럽게 되짚어 볼 수 있게 되죠. 우리의 일상이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헌신 속에서 이어져 왔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익숙하게만 여겼던 오늘의 일상을 조금은 깊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의 정원을 방문한 A씨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새롭게 조성된 감사의 정원을 직접 찾아왔다""평소에도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조형물을 통해 어떤 국가들이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 참전용사 또한 자신의 청춘을 전장에 바쳤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그 희생 덕분에 지금처럼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다는 점은 감사의 정원을 더욱 의미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준다"고 덧붙였습니다.

 

감사의 정원은 전쟁을 단순히 과거로 기억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참전국의 도움과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다양한 미디어와 체험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돕고, 역사와 오늘의 삶을 연결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죠. 광화문광장을 찾는다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우리가 누리는 평화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박연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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