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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5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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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은 보물찾기중 … 150만년 된 ○ ○ 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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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채원 극지연구소 연구원
ⓒ 장채원 극지연구소 연구원



지난달 연구소에서 부서 체육대회 행사로 보물찾기를 한다는 이메일이 날아왔다. 이메일을 읽자 어린 시절 보물찾기를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공원 지도를 들고 보물이 공원 곳곳에 숨겨져 있다는 힌트 하나만으로 숫자가 적힌 종이를 찾아다녔다. 숫자가 작을수록 좋은 건지 클수록 좋은 건지도 모른 채 말이다.

남극에서도 흥미로운 보물찾기가 진행 중이다. 이름하여 '남극에서 150만년 된 빙하를 찾아라'이다. 이 연구는 기후변화의 비밀을 풀기 위한 중요한 과학적 도전이다. 지금까지 남극 빙하 코어를 통해 80만년 동안의 기후 데이터를 복원했다. 해양 퇴적물 데이터를 활용하면 이를 더욱 확장할 수 있다. 남극 빙하 코어와 해양 퇴적물로 복원한 지난 300만년 동안의 기후를 살펴보면, 125만년 전에는 기후 주기가 약 4만1000년으로 짧았지만, 이후 약 70만년 전부터는 10만년 주기로 변화한 것을 관찰했다.

태양은 지구의 외부 에너지원이다. 이러한 긴 시간 규모의 기후변동은 지구의 공전 궤도, 자전축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변화로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의 양과 분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밀란코비치 주기(Milankovitch cycle)'와 관련이 있다. 밀란코비치 주기는 빙하기와 간빙기의 주기를 설명하는 중요한 이론이다.



밀란코비치 주기에는 세 가지 주요 요인이 있다. 첫째, 지구의 공전 궤도가 주기적으로 타원형과 원형을 오가며 약 10만년 주기로 변화한다. 둘째, 지구의 자전축이 약 23.5도 기울어져 있으며, 자전축이 약 2만6000년 주기로 흔들리는 '세차운동'을 한다. 셋째,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가 약 22.1도에서 24.5도 사이를 4만1000년 주기로 변화한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영향을 받아 긴 시간의 기후 주기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125만년과 70만년 사이에 기후 주기가 4만1000년에서 10만년으로 바뀌었다. 주기 변동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전 세계 연구팀이 남극에서 150만년 된 오래된 빙하를 찾아 나섰다. 수십 년간 레이더 탐사로 빙상의 수직 구조를 분석한 결과 과학자들은 남극 동쪽(동남극)의 중앙부와 가장자리에서 오래된 빙하를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는 단서를 얻었다.

빙상의 가장자리에는 독특한 푸른빛을 띠는 '청빙(blue ice)'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빙상의 최하단에는 오래된 빙하가, 최상단에는 최근에 쌓인 눈이 층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빙하가 중력에 의해 중앙에서 가장자리로 이동하며 최하단의 오래된 빙하가 지표면으로 노출되며 푸른빛을 띠게 되는데 이를 청빙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빙상을 수직 방향으로 시추하면 연속적으로 형성된 빙하를 얻을 수 있다. 청빙이 존재하는 지역에서 빙하를 시추하면 특정 시기에 형성된 빙하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아주 오래된 빙하를 아주 많은 양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미국 과학자들은 남극에서 500만~600만년 된 청빙을 확보했다.



연속된 기후 데이터를 복원하려면 동남극 내륙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150만년 동안의 연속적인 기후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매우 춥고 적설량이 적어 오랜 기간 눈이 쌓여 빙하가 형성된 지역을 찾아야 한다. 유럽을 비롯한 한국, 일본, 중국, 미국, 러시아가 남극에서 오래된 빙하라는 '보물'을 찾기 위한 심부 빙하 시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가장 먼저 시추를 시작한 나라는 유럽으로, 'Little Dome C' 지역에서 이번 남극 하계 시즌 동안(북반구 겨울 기간) 목표 깊이까지 시추를 완료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지역의 빙하 연대가 예상한 것보다 젊어 150만년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보물찾기를 하며 종이에 적힌 숫자의 의미를 몰랐던 것처럼, 빙하를 실제로 분석하기 전까지 남극에서 확보한 빙하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알 수 없다. 남극에서 150만년 된 빙하를 찾아낼 수 있을까? 이 탐험의 승자는 어느 나라가 될지 궁금하다. 남극 빙하의 코어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기후의 비밀들이 담겨 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기후 시스템의 변동 원인을 알 수 있기를 바라며, 누군가가 이 보물을 찾아내기를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