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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 13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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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동토, 지금 이 순간에도 녹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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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러셀 빙하 앞에서 바라본 붕괴된 빙하의 모습. 신진화
그린란드 러셀 빙하 앞에서 바라본 붕괴된 빙하의 모습. 신진화


2023년 그린란드 국제 공동 심부 빙하 시추 현장에서의 일이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산책하던 중 중국인 과학자 난이 빙상 위에 설치된 표지판을 가리키며 말을 걸었다. 표지판에는 우리가 있는 위치에서 코펜하겐을 비롯한 유럽 주요 도시까지의 거리가 적혀 있었다. 그에 더불어 내년 시추 현장의 위치도 표시되어 있었다. '내년엔 현재 위치로부터 51m에 위치할 예정.'

그가 말했다. "내년엔 우리가 있는 이 캠프가 여기서 51m 떨어진 곳에 있을 거야. 왜냐하면 그린란드 빙상이 매년 수십 m씩 이동하면서 캠프 위치도 그에 따라 바뀌기 때문이지. 그런데 왜 1년에 51m씩 움직이는지 알아?" 내가 모르겠다고 하자 그는 웃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1년이 52주잖아. 매주 1m씩 이동하는데, 크리스마스엔 빙상도 휴가를 가느라 멈추는 거지." 나는 그의 유머에 크게 웃었다.

실제로 그린란드의 빙상은 매년 수십 m씩 이동한다. 그 움직임은 우리가 머무는 캠프의 위치에 영향을 미친다. 그린란드에는 연중 내내 눈이 내리는데 이렇게 쌓인 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압축되어 단단한 얼음으로 변한다. 이 얼음이 중력의 영향을 받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서서히 이동하게 되는데 이를 빙하라고 한다. '빙하(氷河)'라는 단어는 얼음 '빙(氷)'과 강 '하(河)'에서 유래해 얼음이 강처럼 흐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린란드의 총면적은 약 216만6086㎢로 이는 한반도의 약 10배에 이르는 크기다. 이 면적의 약 80%는 평균 두께 약 1.5㎞의 얼음으로 덮여 있으며, 가장 두꺼운 곳은 3㎞ 이상이다. 이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그린란드 빙상이라고 한다. 빙상은 최소 5만㎢ 이상의 넓고 평탄한 지역에 형성된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의미한다. 겉보기에는 대륙 위에 고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 빙상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그린란드 빙상 상단에서는 매년 새로운 얼음층이 생성되고, 가장자리에서는 얼음 덩어리가 떨어져 나간다. 기후가 안정적일 경우 새롭게 형성되는 빙하와 녹거나 부서지는 빙하가 균형을 이루어 빙상의 크기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지구 평균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그린란드 빙상의 후퇴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만약 그린란드 빙상이 모두 녹을 경우 해수면은 약 7m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린란드 국제 공동 심부 빙하 프로젝트는 북동 그린란드 빙류(NEGIS·Northeast Greenland Ice Stream)에서 진행되었다. 그린란드 빙상의 이동 속도는 위치에 따라 다른데 이 지역은 특히 빙상이 빠르게 흐르는 지역 중 하나다. 최근 기후변화로 이 지역의 빙상 두께가 급격히 얇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선정했다.


시추 현장에서 작업을 하며 기후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던 순간이 종종 있었다. 임시로 조성된 시추 캠프에는 식사하고 휴식하는 생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실시간으로 외부 온도와 바람의 세기를 보여주는 모니터도 설치되어 있었다. 어느 날 차를 마시며 모니터를 보니 외부 기온이 평소보다 매우 높았다. 연중 내내 눈이 내리는 이곳의 기온은 여름에도 영하권을 유지하지만 그날은 영상 1.1도까지 상승해 있었다.

기온 상승은 빙하 코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며칠 후 독일 과학자 셉 박사와 함께 직경 10㎝의 수동 시추기를 사용해 3m 깊이의 시료를 채취했다. 일반적으로 최상단의 시료는 단단히 뭉친 눈처럼 보인다. 이번 시료에서는 표층의 눈이 녹아 다시 언 흔적이 있었다. 이는 기온이 영상까지 상승했던 그날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시추 현장으로 들어가기 전, 러셀 빙하(Russell Glacier)에서 빙하 붕괴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온 세상을 울릴 듯한 굉음과 함께 거대한 빙하가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보며 그린란드 캠프 사무실에 걸려 있던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그 사진에는 2023년과 2003년의 러셀 빙하 모습이 나란히 담겨 있었다. 20년 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후퇴한 빙하를 직접 보면서 기후변화가 극지방 빙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인류 활동으로 발생한 기후변화는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지구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가 기후변화를 직접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쩌면 현실을 직시하기 무서워 우리가 눈을 감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이상 이를 외면할 수 없다. 우리가 직면한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틴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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