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en.mk.co.kr

2024년 07월 20일 토요일

경제 공부 인문

빛 바랜 벽화마을 … 도시재생, 다시 색 찾으려면

159

사진설명
인천 '송월동 동화마을'

언제부터인가 미로처럼 펼쳐져 있는 공사 가림막 사이로 이동하는 게 익숙해졌다. 도시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공사장의 굉음은 수십 년간의 흔적이 역사 속으로 사라짐을 나타내는 신호탄처럼 느껴진다. 동시에 새로운 도시의 탄생을 알리는 듯하다.

이러한 순환은 지금껏 셀 수 없이 많았다. 우리가 사는 도시는 사람과 같다.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늙는다. 낡은 집, 좁은 주차장, 부족한 기반 시설은 지역민들이 불편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기존 낡은 건물들을 모두 밀어버리고 새 건물을 짓는 재개발·재건축 같은 정비사업으로 도시를 탈바꿈시켜왔다.

공사 가림막이 걷히고 재탄생한 도시의 모습은 세련되고 깔끔하며 더할 나위 없이 현대적이다. 하지만 부수고 짓는 반복적인 행위 가운데 도시의 역사, 문화 흔적들을 죄다 지우개로 지워버린 것 같아 '오늘날 도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도시는 다양한 특색을 지니게 됐고 이는 정체성과도 연결이 된다. 우리나라는 과거와 현재의 도시 모습 사이에 칸막이가 있는 것처럼 단절돼 있다. 시간이 더 지난 후 도시의 과거 모습은 역사박물관에서나 보게 되지 않을까 모르겠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공존하게 하는 의미로서 도시재생사업은 고무적이다. 뉴욕에는 도시의 흉물에서 시민에게 여유와 안락함을 주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하이라인파크(High Line)가 있다. 영국에는 한때 산업 시대를 대표한 화력발전소였지만 이제 런던의 문화 예술을 상징하게 된 테이트 모던 미술관(Tate Modern)이 있다. 이들의 도시재생사업은 이미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둬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으며 지역에 미친 긍정적인 효과도 실로 대단했다.

그렇다면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사업'은 어떨까? 벽화를 활용한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도시재생사업에서 벽화를 활용하는 이유는 최소 비용으로 최단 시간에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 '송월동 동화마을'이라는 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형형색색 사랑스러운 동화 그림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SNS 인증샷 명소로 유명해졌고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예쁜 공간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벽화 마을 조성사업의 취지는 지역 주민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지역 정체성을 공유함과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는 데 있다. 하지만 고전 동화와 송월동이 특별히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어디에서도 알 수 없었다.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주제로 노후한 지역을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리적 문화적 특성을 감안한 마을 정체성을 나타내는 데는 실패했다. 이는 다른 벽화 마을도 마찬가지다. 흔치 않은 성공 사례를 찾아보자면 소현리 벽화 마을은 진덕여왕, 최진립 장군, 백탑 등 마을 설화를 벽화의 콘셉트로 삼았다. 관광객들도 마을의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벽화는 대략 수명이 5년 남짓이다. 몇 년 주기로 관리가 필요하다.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끝으로 관리가 소홀해진다면 이곳저곳이 도심 흉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국 지자체들은 경쟁하듯 수백 곳의 벽화 마을을 만들었다. 하지만 관리가 안돼 흉물처럼 남은 곳도 많다. 비용을 들여 공공예술사업을 시작했지만, 이것이 다시 정비 대상이 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인다. 대안은 유지 보수가 비교적 쉬운 도자 벽화이다. 유약을 발라 가마에 구워 만든 타일은 변색과 물감의 박락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무엇보다 주민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이들이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진행된 마을은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관광객들로 붐비게 된다. 하지만 쉴 새 없이 개인 공간을 침범당하게 된다면 마을 주민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소음과 쓰레기가 지속해서 발생함에 따라 벽화 자체를 철거하기를 원하는 주민들도 발생했다. 그 벽화로 유명했던 이화마을은 마을 사람들이 직접 벽화를 철거하거나 페인트로 덧칠해버렸다.

벽화가 도시재생사업의 본질에서 벗어난 외지인의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게 된 상황에서 주민들은 경제적인 대가도 얻지 못했다. 해결 방법은 단순히 마을 벽화를 외부인에게 보여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인을 대상으로 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사업체의 수익을 주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마을에서 발생한 이익을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구도심의 모습을 살리면서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도 많다. 도시 재생이 끝나자마자 전면 철거 및 재개발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어떻게 하면 도시재생의 한계를 극복하고 주민들의 생활 여건을 개선할 수 있을까? 앞으로 많은 노력과 보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