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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5일 일요일
문법 암기보다 읽기의 유창성 … 영어 1등급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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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로 전환된 지도 어느덧 여덟 해가 흘렀다. 2018학년도를 기점으로 상위 4%에게 1등급을 부여하던 상대평가 방식에서, 원점수 90점 이상을 1등급으로 부여하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변하면서 영어 교육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입시에서 영어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중학교 때 수능 영어 학습을 마무리하고, 고등학교에서는 주로 수학에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실제로 유효한지 수험생 성적 분포 데이터를 통해 검토하고, 초·중등생을 위한 효과적인 영어 학습 전략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대학수학능력 시험 영어 영역 1등급 비율
예외적인 몇 해를 제외하면, 1등급 비율은 대략 4~7%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영어 교육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며, 자녀의 영어 성적이 당연히 1등급일 것이라 기대하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예상보다 낮은 수치로, 당황스러울 수 있다. 과연 저조한 성적의 원인은 무엇일까?
수능 영어 독해의 실제
먼저 2024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에서 가장 오답률이 높았던 '빈칸 추론' 문제(오답률 85%)를 살펴보자. 이 문제의 지문은 175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풀기 예상 시간은 약 2분30초다. 지문의 요약 내용을 보면 사람의 얼굴 사진을 보고, 그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려면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런 맥락이 없다면 표정만으로 그 감정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정답은 이 내용을 바탕으로, 표정만으로는 감정을 알 수 없기에 어떤 얼굴 그림이든 서로 대체 가능하다는 문장이었다.
상당수 수험생은 제한 시간 안에 지문의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첫 단계조차 통과하지 못한다. 2등급 수준의 수험생은 지문의 주제는 어느 정도 이해했으나, 이를 '어떤 얼굴 그림이든 대체 가능하다'란 표현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독해 사고력을 높이기 위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에서는 어떤 영어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놀랍게도 학교 내신 시험에서는 세부적인 문법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많은 부모가 아이들이 문법 용어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판단해 한국식 문법 암기 학습을 시작한다. 수능 1등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학술적이거나 추상적인 글을 읽고 빠르게 정보를 처리하며, 읽는 내용을 바탕으로 다른 표현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독해력 향상의 기초가 되는 것은 '읽기의 유창성'이며 이는 단순한 문법 암기가 아닌, 다양한 글을 접하며 자연스럽게 읽는 경험을 통해 길러진다.
수능에 꼭 필요한 어휘력
초·중등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문법 학습 못지않게 열을 올리는 것이 단어 암기다. 이때 영어 단어를 우리말과 1대1로 매칭해 외우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런 단순 암기식 학습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reflexive'를 '반사적인'이란 뜻으로만 외운 아이의 머리에는 이 단어가 '빛의 반사'나 '상대방의 말을 되받아치는 반사' 정도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문맥에서 의도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정답을 선택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맥락 속에서 단어의 의미를 확장해 가며 이해하는 어휘 학습이 필수적이다. 'reflexive'가 의식적으로 통제되지 않은 자동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을 의미한다는 것을 문맥을 통해 이해한다면, 따로 암기할 필요 없이 automatic, instinctive 등 유의어로도 자연스럽게 확장해 갈 수 있다. 하지만 단어를 단순히 암기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때, 조금이라도 다른 의미로 쓰이면 새로운 의미를 따로 외워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수능 1등급을 위한 문법 학습
대학 입시 관점에서 문법 학습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학교 수업과 평가는 학교와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문법 평가 방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문법 용어 자체를 묻는 문제는 거의 출제되지 않으며, 충분한 언어 입력(input)을 통해 귀납적으로 언어 규칙을 추론하고, 이해하는 정도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더욱이 수능에서는 어법 문제가 단 한 문제만 출제되며, 이마저도 영어 문장의 큰 구조를 묻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법이 의미 전달의 틀로서 기능한다는 측면에서, 수능에서는 세부적인 문법보다 의미 전달을 위한 핵심적인 어법 사항만이 출제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전투에서의 승리와 전쟁에서 승리는 다르다. 암기에만 의존하는 학습법은 단기적으로는 내신 성적을 조금 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이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단순 암기에 의존하는 습관을 형성하게 만든다. 수능은 대학에서 영어로 된 학술 자료를 비판적으로 읽고, 이해하며,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따라서 학습의 가장 중요한 방향은 글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맞춰져야 할 것이다.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