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en.mk.co.kr

2024년 05월 03일 금요일

경제 공부 입시·취업

과학처럼 정답 도출하려면 … 의미단위 끊어 읽기

154

게티이미지뱅크

 

'문학은 그냥 감으로 읽고 풀어요. 늘 불분명해요'라고 하소연하는 학생이 많다. 출제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면 정답 도출 과정에 '감'이나 '느낌'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수능 국어에서 측정하고자 하는 것은 '자유로운 상상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어진 텍스트에 입각해 객관적인 근거를 찾고 정오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평가에 활용되는 글의 종류가 '문학 작품'일 뿐 독서 영역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최근 실시한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 및 2024학년도 수능에서 학생들을 곤란하게 했던, 오답률이 60%가 넘는 문항들을 통해 과학적인 정답 도출 과정을 살펴보자.

지난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오답률 1위를 기록한 34번이다. 선인인 '안경의 가족들'에 대한 악인 대표 '화신'의 악행을 그린 '징세비태록'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묻는 문항이다. 지문에는 '화신'의 뜻에 동조하는 인물 '만청길, 정몽렬'이 등장한다. <보기>를 통해 제시된 정보는 다음과 같다.

사진설명

정답인 ⑤번 선지를 살펴보자.

사진설명
<보기>에서는 '악인이 선인 가문의 몰락을 주도'한다는 정보가 제시돼 있는데, 선지에서는 '악인의 대리자가 선인 가문의 몰락을 주도'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주체의 측면에서 틀린 정보를 제시한 것이다. 다른 그림 찾기처럼 제시된 정보에서 아주 명확한 근거를 찾아낼 수 있다.
 
미디어에 익숙한 요즘의 학생들은 대체로 글을 뭉뚱그려 읽는 경향이 있다. 긴장감 속에서 시험 시간에 쫓기며 글을 읽어 내려갈 경우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

게다가 <보기>에서 제시한 구절이나 문장을 거의 그대로 선지에서 언급하는 경우 학생들은 세밀한 분석을 하지 못한 채 해당 선지가 옳다고 판단하기 쉽다. 출제자는 이런 점을 아주 잘 활용해 매력적인 오답 선지를 구성해낸다. 유사한 표현이 그대로 제시되는 선지는 특히 주의해서 처리해야 한다.

다음으로 2024학년도 수능 34번 문항이다. (가) 김인겸의 '일동장유가', (나) 유박의 '화암구곡'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묻는 문항이다. <보기>를 통해 제시된 정보는 다음과 같다.
 
사진설명

정답인 ④번 선지를 살펴보자.

사진설명

참고로 선지 ④번에서 주목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사진설명

<보기>에서 주어진 (나)에 대한 정보는 '강호에서의 자족감, 현재 처지에 대한 회포, 개성적 공간에서의 긍지'인데, 선지에서는 '겸양의 태도'를 언급하고 있다. 선지에서 주목한 시어와 구절은 물론 지문의 어느 부분에서도 '겸양의 태도'는 찾아볼 수 없다. 출제자는 철저히 '텍스트를 기반으로' 문항을 구성하고 선지를 만든다. 감에 의존하거나 매력적인 오답에 휩쓸리지 않고 정확하게 정답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기>와 선지의 문장들을 최소 의미 단위로 나눠 번호를 붙이고 각각에 대한 정오를 모두 판단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이러한 과정을 거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면 안 된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이 과정이 익숙해진다면 과학만큼이나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그리고 빠르게 정답을 골라낼 수 있을 것이다.

 

[이수민 메가스터디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