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DIG
입력 2025-03-24 09:02teen.mk.co.kr
2025년 04월 19일 토요일
어머니들이 장을 보러 자주 가는 마트인 ‘홈플러스'가 돈이 부족하다며 법원에 도움을 요청했어요.
홈플러스는 규모가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큰 대형마트 입니다.
기업이 법원에 도움을 요청하는 절차를 ‘기업회생'이라고 해요.
보통은 빌려온 돈을 못 갚을 상황인 부도 사태가 가까워진 기업들이
망하기 직전에 최후의 수단으로 신청하는 절차죠.
전국 각지에서 활발히 영업 중인 홈플러스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지난 4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기업회생이 뭐였더라?
법원의 허락을 받으면 활용할 수 있는 이 제도는 ‘살릴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들에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법원 주도로 절차가 진행돼 예전엔 ‘법정관리'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이런 제도가 있는 건 살아날 수 있는 기업에는 최대한 기회를 주는 게 사회 전체적으로 봐도 이득이기 때문이에요. 경영난을 겪는 기업 중에는 위기를 넘기도록 조금 도와주면, 회생할 수 있는 곳도 있거든요. 기업 하나가 망하면 직원들은 물론 그 기업과 거래하던 회사, 해당 기업에 투자했던 사람들까지 모두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으니까요.
홈플러스, 망한 거야?
기업들은 보통 망하기 직전에야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요. 홈플러스의 경우 이 부분이 약간 특이해요. 아직 당장 망할 위기까진 아닌데 ‘이대로 가면 분명히 큰 위기가 올 것 같다'고 판단해서 미리 신청했거든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택한 건 최근 ‘신용등급'이 하락했기 때문이에요. 평범한 개인들이 각자가 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추정한 ‘신용점수'를 가지는 것처럼, 기업들도 신용등급이 있어요. 신용평가기관이 기업들을 평가해 ‘이 회사는 돈을 빌려주면 갚을 능력이 이 정도 있습니다'라고 참고용 등급을 매기는 거예요. 기업의 신용등급이 높으면, 사업에 필요한 돈을 빌리기 쉬워요. 돈을 갚을 능력이 있다는 뜻이니까 투자자도 몰리고, 돈을 빌릴 때도 더 낮은 이자율로 빌릴 수 있어요. 홈플러스는 최근 3년간 1000억~2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여기저기에 빚진 금액이 약 2조원 수준까지 늘어났어요.
지난달 말에 신용등급이 떨어지자 홈플러스는 빚진 돈의 만기를 연장하기가 어려워졌어요. 전보다 신용도가 낮아졌으니 돈을 약속한 날에 돌려달라고 하는 사람이 많겠죠. 빌려주는 기간을 다시 연장하더라도 이자를 더 달라고 요구하는 이들도 많아질 테고요. 홈플러스의 경우 당장 1년 안에 만기를 연장해야 하는 빚이 1조원 이상이라고 해요.
왜 이렇게 빚이 많아진 거야?
홈플러스가 맞은 위기의 주요 원인은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기도 해요. 업계가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 주요 요인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온라인 쇼핑 확산 △지속되는 내수 침체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대형마트를 찾는 사람은 감소했어요. 지난 5년간 전체 유통업에서 온라인 비중은 46.5%에서 50.6%로 커졌지만, 대형마트는 17.9%에서 11.9%로 6%포인트나 줄었어요. 그리고 국내 소비심리 자체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는 근본적인 문제도 존재해요.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오른 물가에 경기 불황이 겹치자 소비자들은 좀처럼 지갑을 다시 열지 않고 있다고 해요. 마지막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는 것도 오프라인 유통기업에는 악재예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서 자산 매각이 어려워졌어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기업회생 절차가 시작되면 법원은 해당 회사에 투자하거나 돈을 빌려준 사람들에게 돈 갚으라는 독촉을 그만하라고 요청해요. 일단 살려내는 게 먼저니 시간을 좀 주라는 거죠. 이 과정에서 법원은 기업이 갚아야 하는 빚을 꽤 줄여주기도 해요.
법원의 도움을 받는 기업.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가 진행되면 돈을 빌려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어요. 물론 홈플러스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할 경우엔 훨씬 더 큰 손해가 발생할 테고요. 홈플러스가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한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는 물론 국민연금이 투자한 6000억원 규모의 돈에도 일부 손해를 끼칠 수 있고 이는 국민들 돈이라고 할 수 있죠. 홈플러스를 이용하던 많은 소비자, 그리고 불황을 맞은 국내 유통업계는 이번 사태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어요. 과연 국내 2위 대형마트는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