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연구소 콘텐츠팀
입력 2024-07-12 11:03teen.mk.co.kr
2025년 03월 28일 금요일
지구 온난화는 전 지구적 문제로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다양한 규약에 합의하며 관련 규제들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그중 하나입니다. 기업들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를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정부가 기업별로 탄소배출량을 미리 나눠준 뒤 할당량보다 배출량이 많으면 한국거래소나 장외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야 합니다. 반대로 남은 배출권을 거래소에서 팔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는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따른 비용 절감에는 효과적이지만 배출량 감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리고 정말로 그렇다면 왜 그런 것일까요? 이에 관해 구체적 사례를 통해 찬찬히 살펴보겠습니다.
정부가 1장당 온실가스 1t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인 탄소배출권을 기업 A∼D에 각각 40장씩 할당하고 기업들은 할당된 범위 내에서만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다고 합시다. 탄소배출권은 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고, 할당량을 초과한 온실가스는 반드시 정화 처리해 배출해야 합니다. 아래 표는 기업 A∼D의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정화 처리 비용입니다.
이때 배출권 거래 시장의 수요와 공급은 어떻게 될까요? 기업은 정화 처리 비용보다 배출권 가격이 싸다면, 자신이 할당받은 40t을 초과하는 배출량만큼을 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구매하려 할 것입니다. 또 정화 처리 비용보다 배출권 가격이 비싸다면 자신이 할당받은 40t의 배출권을 판매하고 자신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전량을 정화 처리하려 할 것입니다. 이때 배출권 구매는 배출권 시장의 수요가, 배출권 판매는 배출권 시장의 공급이 됩니다. 단, 정화 처리 비용과 배출권 가격이 같은 경우 배출권을 구매 또는 판매해도 그만, 구매 또는 판매하지 않아도 그만입니다.
[그림1]을 보면 배출권 거래 시장의 균형 가격은 9만원, 균형 거래량은 80∼120t입니다.
음영 ㉠은 배출권 거래로부터 구매자(기업 A)가 얻는 이익(소비자 잉여), ㉡은 판매자(기업 B, D)가 얻는 이익(생산자 잉여)을 나타냅니다.
기업 A는 정화 처리 비용(10만원)이 배출권 거래 시장의 균형 가격(9만원)보다 비싸기 때문에 구매자가 되며, 기업 B와 D의 경우 정화 처리 비용(B는 5만원, D는 8만원)이 균형 가격보다 싸므로 판매자가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배출권 거래제 도입 전과 후 사회적 비용은 어떻게 될까요?
[표3]에서 보듯 온실가스 배출량은 배출권 거래제 시행 전과 후, 160t으로 동일하며 이는 정부가 최초 기업 전체에 대해 허용한 160t(=40t×4)에 변화가 없는 한 변하지 않습니다.
다만 정화 처리 비용이 1520만원에서 1240만원으로 280만원 감소했는데, 이는 정화 처리 비용이 낮은 기업 B, D가 더 많은 온실가스를 정화 처리하고 정화 처리 비용이 높은 기업 A는 정화 처리를 하지 않게 됐기 때문입니다. 배출권 거래제의 경제적 이익을 나타내는 그림1의 ㉠, ㉡의 합 280만원은 배출권 거래제 시행으로 줄어든 정화 처리 비용(280만원=1520만원-1240만원)과 정확히 같습니다.
이는 배출권 거래제의 경제적 이익은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이 아닌 정화 처리 비용 절감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