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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06일 토요일

러일 전쟁 이긴 日, 돈 때문에 질뻔했다고?

임하빈 산현초등학교 교사

입력 2025-03-1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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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일전쟁에 종군했던 프랑스 화가 조르주 비고가 그린 풍자화로

당시 조선의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우리가 배웠던 역사를 기억해 봅시다. 영원할 것 같던 로마제국은 게르만족의 침입으로 멸망했고, 조선은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의 침략을 막지 못하고 결국 합병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들의 근본 원인에 ''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돈은 실제로 세계사의 많은 장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지금부터 선생님과 세계사의 몇 장면을 돈과 경제의 관점에서 알아보겠습니다. 꽤 재밌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어쩌면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결국 사람은 과거로부터 배우기 마련이니까요.

 

오늘은 조선에 대한 주도권을 두고 1904년부터 러시아와 일본이 벌인 러일전쟁에 대해 알아봅시다. 러시아는 당대 최강국인 영국, 프랑스 등에 비해 부족했지만 나름 강대국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일본은 근대화를 이룬 지 얼마 되지 않은 신흥 세력이었죠. 러시아의 군사력이 더 강한 것으로 평가되었지만, 막상 전쟁을 시작하자 일본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일본이 승리한 이유로는 러시아에 비해 짧은 보급선, 러시아 함대가 너무 먼 거리를 항해해서 일본으로 온 점 등이 꼽힙니다.

 

 

 

그런데 일본은 전쟁을 시작한 직후에는 돈 문제 때문에 패배할 위기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예나 지금이나 전쟁을 벌이는 데는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합니다. 전쟁 비용 때문에 국가가 파산한 사건도 역사에 심심찮게 등장할 정도죠. 당시 일본은 전쟁을 벌일 만큼 충분한 돈이 없었기 때문에 거액의 국채를 찍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File:Portrait of Jacob Schiff.jpg

제이컵 시프의 초상화. (출처: The World's Work) 

 

 

문제는 일본이 다른 나라에 비해 이자를 많이 주겠다고 했지만, 일본 국채를 사들여서 일본에 돈을 빌려주려는 나라가 없었다는 점이었죠. 일본이 질 게 뻔한데 누가 일본에 돈을 빌려주려고 하겠어요? 그런데 이때 유대인 자본가인 제이컵 시프가 등장합니다. 시프는 러시아 제국이 유대인들을 학살하고 탄압하는 것을 보고, 러시아와 싸우는 일본의 편을 들어주기로 합니다. 시프는 일본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했는데, 이 금액이 일본 전쟁 비용의 40%나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다른 유대계 자본가들을 설득하여 추가적으로 일본 국채를 사도록 한 것도 중요한 역할이었죠.

 

이 자금 덕분에 일본은 전쟁을 지속할 수 있었고, 최종적으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시프를 비롯한 유대인들은 일본 국채에 투자해 막대한 돈을 벌었죠. 만약 시프가 일본에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시프가 일본 국채를 매입해 준 효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했지만, 일본은 러시아와 비슷한 인명 피해를 겪었고,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었습니다. 양측의 재정이 거의 파탄 나기 직전에 전쟁을 멈췄기 때문에, 일본은 러시아에 전쟁 배상금을 뜯어낼 수도 없었습니다.

 

일본이 지출한 전쟁 비용은 약 19000만 파운드였는데, 거의 10년 치 국가 수입이었습니다. 이렇게 경제적 압박을 받게 된 일본 정부는 이 빚을 갚기 위해 정부 지출을 줄이며, 조선을 비롯한 식민지들의 경영에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보다 체계적인 수탈을 하기 위한 토지조사사업도 이때 실시되었죠.

 

 

 

[단독] 집 화단에 양귀비 자생?…"자진신고해야"

양귀비. (출처: 연합뉴스)

 

 

1914년에서 1918년 사이에 벌어진 1차 세계대전은 일본에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엄청난 전쟁 물자를 팔아치우며 일본의 경제는 전쟁 전으로 겨우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때 일본이 팔아서 짭짤하게 재미를 본 물건 중 하나가 바로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입니다.

 

당시 전쟁으로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하자 모르핀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이었거든요. 모르핀의 원료가 마약인 아편이고, 아편은 양귀비의 열매에서 채취되므로 대규모 양귀비 재배지가 필요합니다. 이에 일본은 식민지 조선을 아편 생산기지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1918년에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모르핀의 수요는 급감하였고, 일본은 남아도는 모르핀을 식민지 조선에 저렴하게 유통시켰습니다. 모르핀의 유해성을 잘 모르는 조선인들은 진통 효과가 뛰어난 모르핀을 경험하자 이를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했고, 의사들도 환자들에게 마구잡이로 투여했습니다. 이로 인해 조선에는 마약 중독자들이 넘쳐나게 되었습니다.

 

이때 늘어난 마약 문제는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 때 강력한 마약 금지 정책이 나오기 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빌린 돈, 그리고 그로 인한 일본의 아슬아슬한 승리가 반세기가량 우리 민족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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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채

국가가 자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돈을 받을 권리).

채권을 구입한 날짜에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게 됨.

 

2. 국가의 파산

국가가 자신의 빚을 갚지 못하는 사태로 국가부도, 디폴트, 또는 모라토리엄이라고 표현하기도 함.

 

3. 세입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한 해에 얻는 모든 현금 수입.

세금뿐 아니라 국가 재산을 맴각한 수입 등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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