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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 19일 토요일

'신뢰' 잃으면 사회적 비용 발생… 정직해야 돈 아끼죠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입력 2021-09-1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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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로봇기술로 무장한 슈퍼마켓 `아마존 고(Amazon Go)`는 사실상 인간을 신뢰할 수 없어 만들어졌다. 여기에 적용된 고가의 디지털 기술들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사진 제공 = 아마존]
사진설명인공지능과 로봇기술로 무장한 슈퍼마켓 `아마존 고(Amazon Go)`는 사실상 인간을 신뢰할 수 없어 만들어졌다. 여기에 적용된 고가의 디지털 기술들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사진 제공 = 아마존]

몇 해 전 중국 정부가 공용휴지 절도를 예방하기 위해 공중화장실에 안면인식 절차를 통과해야만 60㎝가량의 휴지를 공급하는 기기를 설치했다. 이 뉴스를 접한 사람 가운데 첨단 기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이 선진국 수준까지 발전해 공공화장실에도 최첨단 장비를 설치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어떤 사람은 '역시 중국은 아직도 정부의 통제가 강력한 국가다' '국민이 화장지를 쓰는 것까지 간섭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경제학자들이 이런 뉴스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앞의 공중화장실 뉴스에는 공유지 비극 문제, 사회적 자본 등과 관련된 경제학적 원리들이 숨어 있다.

Q. '정직'과 '신뢰'는 어떤 사회적 가치가 있나요?

A. 흔히 경제학은 효율성과 이윤을 중요시하는 학문이니 '정직'이나 '신뢰'는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경제 교과서에는 적당한 거짓말은 여러 프로세스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므로 효율적이고 이윤 극대화에 기여하는 행위로 평가할까. 앞에서 살펴본 중국 사례만 봐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을 때 그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얼마나 큰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학에서는 거짓말이 만연하면 개인의 일시적인 이득보다는 공동체가 장기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더 크다고 생각해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직한 사회가 갖고 있는 생산성을 엿보기 위해 어느 시골 '주인 없는 가게'를 잠깐 생각해보자. 작은 가게 선반에 몇 가지 야채나 과일이 있고, 주인이 직접 만든 조각품도 있다. 가게 주인은 가끔 매장에 와서 수금하고, 많이 팔린 물건만 다시 채워 놓고 가면 된다. 손님들도 주인 없는 가게가 편리하다.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자기가 원하는 때에 언제든 물건을 살 수 있다. 이런 주인 없는 가게는 최근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로 무장한 최첨단 슈퍼마켓인 '아마존 고(Amazon Go)'와 사실상 다를 바 없다. 다시 말해 아마존 고에 적용된 고가의 디지털 기술들은 사실 인간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Q. 정직하지 못해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사례는 무엇인가요?

A. 이처럼 함께 사는 사람들이 서로를 믿지 못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클지는 앞에서 살펴봤던 중국 화장실이나 아마존 고에 투입된 비용들을 생각해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정부나 금융기관이 거래에 앞서 많은 양의 보고서나 서류를 요청하는 것 또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약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장치들이다. 기업이 자금 출납과 사원들의 근태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물론 서류를 작성하거나 근태를 측정하는 일은 업무 성과를 평가하고 개선점을 찾을 수 있는 생산적인 과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상대를 믿지 못해 서류나 시스템으로 사실 유무를 확인하고 분석하는 비생산적인 활동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s Survey)는 2014년 다양한 국가에서 '다른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네덜란드 국민 중 66.1%가 '상대를 믿을 수 있다'고 대답해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사회적인 신뢰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필리핀 브라질 콜롬비아 등 국가에서는 '그렇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전체 중 4~7% 수준에 머물러 상대적으로 낮은 신뢰도를 보였다. 이런 '신뢰도'에 관한 설문 응답 결과를 바탕으로 여러 연구기관이 해당 국가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지니계수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니, 이들 변수 간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신뢰도가 높은 국가가 경제적 수준도 높고, 소득분배도 비교적 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Q. 개인의 신뢰나 신용을 금전적인 가치로 산출할 수 있나요?

A. 신뢰와 관련해 발생하는 비용을 사회적 차원에서 개인적인 차원으로 방향을 조금 바꿔 생각해보자. 특히 금융산업에서 개인의 신뢰도, 즉 신용의 가치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 어떤 사람들은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별일이 아니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돈이 없어서 못 갚는 것이지 의도적으로 안 갚는 것은 아니다'고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신뢰 혹은 신용의 가치를 수치화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라면 돈을 빌리기 전에 내가 갚을 능력이 충분히 있는지를 철저하게 따져보고 돈을 빌리거나 신용카드를 사용할 것이다. 예를 들어 높은 신용등급으로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사람은 저금리의 이자를 지불하고 대출받은 자금으로 집을 사거나 전세 계약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은 돈을 빌릴 수 없어 매달 상당한 금액을 월세로 지출해야 한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을 생각해보자. 그는 신뢰를 잃었을 때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자기 생명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신뢰를 잃으면 지불해 할 비용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 알쏭달쏭 OX 퀴즈

1. 정직한 사람이 증가하면 신뢰도가 증가해 사회적 비용이 감소할 수 있다. ( )

2. 일반적으로 국가의 신뢰도가 높을수록 소득수준이나 소득분배가 우월하다. ( )

3. 개인의 신용도는 투자나 자산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 )

▶정답 1.O, 2.O, 3. X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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