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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 19일 토요일

[도전과 응전의 경제학] 프랑코 모딜리아니, 생애소득가설로 '재정지출 효과' 뒷받침

임성택 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입력 2021-06-3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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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뜨겁다. 그 기반에는 '정부가 재정을 지출하여 가계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소득을 늘려주면, 가계는 늘어난 소득 중 상당수를 소비에 사용하기 때문에 경제 내 수요가 직접 지출한 것보다 더 많이 늘어난다'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소비함수와 승수효과 논리가 기본 전제로 깔려 있다. 이것은 경기 침체 시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릴 근거를 제시해주었지만, 곧 학자들 사이의 거센 논쟁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 중심에는 밀턴 프리드먼과 이탈리아 출신의 프랑코 모딜리아니가 있었다.

Q. 케인스의 소비함수는 어떤 한계가 있었나요?

A. 케인스는 가계가 얼마나 소비지출에 돈을 쓸지를 아주 간단한 함수를 이용해 설명하였다. 우선 가계가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항상 지출하는 부분이 있다. 매번 일정하게 지출하는 주거비나 식재료 구매비용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반면 소득이 커질수록 지출이 늘어나는 부분도 있다. 월급이 늘어나면 옷을 여러 벌 사거나 전자제품, 자동차 등을 더 고급으로 구매하게 마련이다. 월급이 1원 증가할 때 소비가 늘어나는 비율을 한계소비성향(Marginal Propensity to Consume)이라 하는데, 이것이 클수록 정부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강해진다. 케인스는 한계소비성향이 0과 1 사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케인스의 '절대소득가설'에 따르면 가구소득이 증가할수록 소비는 그것보다 적게 늘어나기 때문에 평균소비성향(전체 소득 대비 소비지출의 비율)은 감소해야 한다. 그러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오히려 소득 대비 지출 비율은 일정하게 나타나면서 케인스의 소비이론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Q. 모딜리아니의 생애소득가설이란 무엇인가요?

A. 모딜리아니는 1918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다. 그는 독일어로 된 경제학 논문을 번역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경제학에 흥미를 느껴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 유럽은 2차 대전의 전운이 감돌고 있었으며, 이탈리아에 파시즘(국가주의 사상) 정권이 들어서자 모딜리아니는 가족들과 미국으로 이주하였고, 그곳에서 케인스 경제학을 접하게 되었다.

그는 케인스의 이론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연구를 수행하였는데, 생애소득가설(life-cycle hypothesis)이 그중 하나였다.

모딜리아니는 가계에서 소득이 인생에서 일정 기간(15~65세)에만 발생하는 반면, 소비는 매년 비슷한 수준으로 하고자 함을 지적했다. 사람들은 한번 늘어난 소비수준을 줄이는 데 큰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여윳돈이 있더라도 그때 다 써버리지 않고 소비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은퇴 후 소득이 없어질 것을 대비해 가계는 저축을 하게 되는데, 평생에 걸쳐 모으게 되는 재산을 인생에 걸쳐 골고루 나누어 소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에 따라 가계의 소비함수를 다시 설정하면 1)축적한 재산을 일생 동안 분할하여 사용하는 부분과 2)재직 기간(약 40년) 동안 벌게 될 소득을 생존 기간(약 70년)에 맞춰 분할하여 사용하는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럴 경우 한계소비성향은 케인스와 유사하게 나타나면서도 소득이 증가할수록 축적하는 재산이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평균소비성향은 일정하게 나타날 수 있다.

Q. 프리드먼의 항상소득가설이란 무엇인가요?

A. 그러나 케인스학파와 대립 관계에 있었던 프리드먼은 모딜리아니와 유사한 아이디어에서 정반대 결론을 도출했다. 프리드먼은 가계의 소득이 항상소득(permanent income)과 일시적 소득(transitory income)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항상소득은 개인이 일생 동안 확고하게 얻는 부분으로, 임금소득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고학력자이거나 전문직 종사자는 항상소득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일시적 소득은 회사에서 호실적에 따른 상여금처럼 일시적이고 불확실하게 받게 되는 것을 말한다.

프리드먼은 개인들이 소비할 때 항상 소득에 비례하여 소비를 계획한다고 지적하였다. 일시적으로 소득이 늘어나도 그것은 인생 전체에 걸쳐 벌어들일 소득에서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뜻밖의 소득이 생기거나 손실이 발생할 경우 가계는 소득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저축이나 대출로 이것을 해결하는 게 합리적이다.

프리드먼은 이상의 논리에 따라서 가계의 한계소비성향은 0에 가깝다고 결론 내렸다. 정부가 지출을 증대해도 승수효과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지출에 영향을 주고 싶다면, 일시적인 정책이 아닌 항구적인 변화(세율의 인하 등)를 주어야 한다.

과연 누구의 이론이 맞았을까? 두 모형에서 가정하는 상황이 현실하고 조금씩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한 이론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프리드먼과 모딜리아니의 연구를 통해 재정정책의 효과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었다. 모딜리아니는 소비이론 외에도 기업 재무이론에 혁신적 공로를 한 기여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 알쏭달쏭 OX 퀴즈

1. 한계소비성향이 높을수록 재정정책의 효과는 증대된다. ( )

2. 개인들은 소비를 생애 기간에 걸쳐 일정하게 평탄화하는 것을 선호한다. ( )

3. 생애주기이론에 따르면 일시적인 재정 팽창 정책은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되지 않는다. ( )

▶ 정답 = 1. ○ 2. ○ 3. X

[임성택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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