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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0일 토요일

버려진 책상, 잘게 쪼개 에너지로 만들어요

배윤경, 김혜지 기자, 인턴기자

입력 2026-08-1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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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일에너지 포천발전소 전경. (사진 제공 천일에너지) 

 

공부할 때도, 게임을 할 때도, 야식을 먹을 때도 늘 함께하는 책상. 그런데 오래된 책상을 새것으로 바꾸면 버려진 책상은 어디로 갈까요?

 

답을 찾기 위해 지난달 24일 경기 포천에 위치한 천일에너지 포천팩토리를 찾았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쾅, 쿠쾅!' 하는 굉음이 들렸습니다. 거대한 포클레인 집게발이 부서진 책상과 서랍장을 높이 들어 올렸어요. 전국에서 수거된 폐목재가 산처럼 쌓여 있는 이색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수거된 폐목재는 가장 먼저 선별 작업을 거칩니다. 직원들이 재활용할 수 없는 부분을 하나하나 골라내면 포클레인으로 잘게 부숩니다. 부서진 나무 조각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고, 이 과정에서 강력한 전자석이 못이나 경첩 등 목재에 섞인 금속을 골라냅니다. 여러 차례 선별과 파쇄를 거친 폐목재는 작은 나무 조각인 우드칩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우드칩은 목재를 잘게 쪼개 칩 모양으로 만든 연료로, 발전소를 돌리는 데 사용됩니다. 버려질 폐목재가 에너지 자원이 되면서 폐기물 처리 비용은 줄고 새로운 연료 시장이 만들어집니다.

 

천일에너지는 우드칩을 태워 만든 열로 물을 끓여 증기를 생산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증기는 인근 염색공장단지로 보내집니다. 이곳에서만 하루 약 1000t의 증기가 생산돼 주변 공장에 공급됩니다. 여러 공장이 각자 보일러를 가동하는 대신 한곳에서 만든 증기를 함께 사용하는 셈입니다. 이를 통해 염색공장단지 내 약 90개의 굴뚝이 사라졌습니다. 이처럼 우드칩은 화석연료인 석탄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내 탄광이 대부분 문을 닫은 지금, 발전용 석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환율이나 국제 정세에 따라 석탄 가격이 오르면 우리 기업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우드칩은 석탄보다 오염물질 배출이 적고, 연소 후 남은 재도 산사태나 도로 복구 등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버려질 폐목재가 새로운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되는 겁니다.

 

누군가 사용했던 책상 등 가구만이 아닙니다. 사람의 손을 제대로 거치지 못했던 산속의 나무 부산물도 에너지로 바뀌고 있습니다.

 

천일에너지 우드칩 제조 공정. 사진 제공 천일에너지

 

집하장 한쪽엔 폐목재 더미와는 모양이 다른 또 하나의 나무 더미가 있었는데요. 가까이 다가가 보니 가느다란 나뭇가지와 작은 원목들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바로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입니다.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는 숲을 가꾸고 나무를 수확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가운데 목재로 활용하기 어려운 나뭇가지나 작은 나무 등을 말합니다.

 

이런 나무들은 산속에 흩어져 있어 수거와 운반이 쉽지 않습니다. 나뭇가지를 하나하나 모아 옮기려면 장비와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크기가 작고 흩어져 있는 만큼 경제성이 낮아 그동안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산림 부산물입니다. 게다가 이런 나뭇가지는 수분을 머금고 있어 날씨가 더워지면 내부에서부터 열이 쌓여 여름철 산불 위험을 키우기도 합니다. 천일에너지는 이렇게 활용되지 못했던 산림 부산물을 수거해 건조한 뒤 잘게 파쇄하고, 용도에 맞게 가공합니다.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가 우드펠릿입니다. 나무 부산물을 잘게 부순 뒤 압축해 만든 작은 알갱이 형태의 연료입니다. 우드칩이 나무를 잘게 쪼갠 조각이라면, 우드펠릿은 이를 더욱 작고 단단하게 압축한 형태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얼마나 많은 나무가 에너지로 다시 태어나고 있을까요? 천일에너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폐목재와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총 30만3718t이 목질계 연료로 바뀌어 공급됐습니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해당 연료가 동일한 열량의 유연탄을 대체했다고 가정하면 약 32만6000t의 화석성 이산화탄소 배출을 회피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제시한 30년생 소나무의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 기준으로 비교하면 약 4900만그루의 소나무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집하장을 나서며 다시 나무 더미를 바라봤습니다. 한쪽엔 누군가 쓰다 버린 가구가 있었고, 다른 한쪽엔 산에서 가져온 작은 나뭇가지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이들의 출발점은 달랐지만 목적지는 같았습니다. 잘게 부서지고, 선별되고, 가공돼 다시 에너지가 되는 것. 버려진 나무와 쓰이지 못한 나무. 둘 다 '끝난 자원'이 아니라, 다음 쓰임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자원이었습니다. 버려진 자원이 다시 돈을 벌고 에너지를 만드는 자원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배윤경 기자·김혜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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